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사진)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24일 12·3 비상계엄 사태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한국에서 정치적 포용을 만들어낸 건 결국 국민들로, 개방적이고 포용적 사회를 위해 투쟁하려는 결의가 이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로빈슨 교수는 이날 개막한 ‘2025 김대중평화회의’에서 ‘평화경제:세계와 한반도를 위한 전략’을 주제로 사전 녹화한 영상 기조연설을 통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민주주의 후퇴 사례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도전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국 출신의 정치·경제학자인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제도와 국가 발전의 상관 관계를 연구한 세계적 석학이다. 주요 저서로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와 ‘좁은 회랑: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 등이 있으며 국가 간 경제 발전에 차이를 가져온 요인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로빈슨 교수는 이날 한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포용적 경제 제도’를 지목하며 일생 동안 포용적 정치를 일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조명했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의 경제적 기적은 거의 한 세대라는 매우 짧은 기간에 모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 세계 경제사에서 전례 없는 사건”이라며 “현재 한국은 인구 규모 대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며 경제 성장에 따른 불평등 확대 문제도 미미한 수준으로 이는 포용적 경제 제도를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포용적 경제 제도와 대척점에 있는 북한으로 대표되는 착취적 경제 제도에 대해 설명하며 “한국이 북한보다 더 포용적 경제 제도를 갖게 된 이유는 정치적 과정의 결과로 민주주의가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로빈슨 교수는 “한국의 진정한 혁신의 급격한 확대는 민주주의로의 전환과 진정한 포용적 제도가 확립된 이후에서야 이뤄졌다”며 이 같은 혁신의 주역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로빈슨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독재를 무너뜨리고, 정치 체제를 개방하며 국민 참여와 대표성 보장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며 “경제적 변화를 주도하는 이러한 정치적 힘, 정치적 포용을 이뤄냄으로써 경제적 포용과 경제 성장을 심화시켰다”고 강조했다.

또한 로빈슨 교수는 “민주주의는 그동안 경제적 성과와 세계 평화에 크게 기여해왔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로 전환 이후 국가를 재건했고,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이 국가를 재건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은 역동성 속에서 더 강해졌다”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착취적 제도에서 포용적 제도로 전환과 동일한 방식으로 집단적 행동을 통해 만들어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양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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