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양육, 후견 등 한 개인과 가족의 인생이 걸린 가정법원 사건 처리 속도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중 때문에 해마다 늦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국회의원(광주 광산갑)이 23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전국 가사조사관은 229명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 명의 조사관이 가사사건, 소년보호사건, 비송사건 등 3개 이상의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가정법원 사건 지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일부 법원에서는 가사조사 기간만 수개월 이상 걸리며 이혼이나 양육 문제로 절박한 당사자들은 기약 없는 시간 동안 재판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전국 법원 57곳 중 장흥을 비롯해 속초·제천·의성·영덕·남원 등 6개 지원에는 가사조사관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아 인근 지원의 조사관이 순회하며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파견을 보내는 지원조차 1-2명 수준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어 조사관은 물론 사건 당사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사조사관은 가정법원 내에서 이혼, 친권, 양육, 후견 등 가사사건의 실체를 파악해 재판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조사 기간이 장기화되고 당사자 면담이나 사실관계 확인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 재판의 충실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가사사건 처리 기간 개선을 위해 기획재정부와의 2026년 직제 협의에서 가사조사관 45명 증원을 요청한 바 있다.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가사조사관 제도를 운영 중인 일본은 약 1천600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어 이를 기준으로 400명 이상, 즉 3배 규모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균택 의원은 “가정법원이 다루는 사건은 어느 한 가정의 아픔과 개인의 삶이 걸린 문제”라며 “조사관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으로 당사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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