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읍내를 관통하는 용전천 기암절벽위에 세워진 망미정.

청송에 도착하니 청송읍내를 관통하는 용전천 기암절벽위에 세워진 망미정이 길손을 맞이한다. 망미정(望美亭)은 1899년 당시 군수 장승원이 용전천 강가 자연 바위를 주춧돌 삼아 건립한 정자로 ‘아름다움을 바라본다’라는 뜻을 지녔다. 망미정 앞을 지난 물길은 현비암으로 흘러간다.

외씨버선길 2길이 시작되는 소헌공원은 용전천을 가운데 두고 현비암과 마주보고 있다. 소헌공원은 찬경루, 운봉관 같은 문화재가 자리한 청송의 상징적인 곳이다. 세종대왕비 소헌왕후의 본관이 청송이라서 이름을 소헌공원이라 했다. 운봉관은 정면 6칸 측면 3칸에 달하는 큰 건물로 중당과 동익사, 서익사로 이뤄졌다. 조정에서 파견된 관리나 외국의 사신이 머무는 객사였던 운봉관은 1428년(세종 10) 청송군수 하담이 건축했다.

운봉관은 정면 6칸 측면 3칸에 달하는 큰 건물로 중당과 동익사, 서익사로 이뤄졌다.

운봉관은 명성왕후 시해사건과 단발령이 내린 이후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날 무렵 1896년 3월12일, 청송 유생들이 의병을 일으킨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그 후 일제강점기인 1918년 중당과 서익사가 강제 철거되고 동익사만 남아 운봉관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8년 철거지에 대한 발굴조사와 고증을 거쳐 중당과 서익사를 원형대로 복원했다.

운봉관 앞 용전천을 바라보는 위치에 찬경루(보물 제2049호)가 있다. 찬경루는 1428년(세종 10) 군수 하담이 운봉관과 함께 2층 정면 4칸 측면 4칸으로 세운 누각이다. 조선시대 누각은 객사와 이웃해 있으면서, 사신들을 위한 연회나 지방유생들의 백일장 장소로 사용되었다. 1792년(정조 16)에 중건된 찬경루는 2008년 고쳐 지금의 모습이 됐다.

운봉관 앞 용전천을 바라보는 위치에 세워진 찬경루(보물 제2049호). 찬경루는 1428년(세종 10) 군수 하담이 운봉관과 함께 2층 정면 4칸 측면 4칸으로 세운 누각이다.

외씨버선길은 찬경루에서 용전천 제방길로 이어진다. 제방길로 들어서자 현비암을 건너보는 넓은 고수부지에 거목으로 자란 느티나무와 왕버드나무가 아름다운 자태를 하고 서 있다. 특히 왕버드나무는 두 줄기가 하늘 향해 손을 뻗은 용처럼 꿈틀거리며 솟아있다. 수령이 자그마치 300년이 넘는다.

용전천 건너편에서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용전천변에 솟아오른 현비암은 높이 20여 m로 깎아지른 절벽을 이뤘다. 사람들은 세종대왕비 소헌왕후가 어질었다고 해서 이 바위를 현비암(賢妃岩)이라 불렀다.

용전천변에 솟아오른 현비암은 높이 20여 m로 깎아지른 절벽을 이뤘다.

외씨버선길은 현비암을 지나 흘러가는 용전천 제방길을 따라서간다. 제방길에 들어서자 수달생태공원이라 쓰인 표지판이 서 있다.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된 수달은 깨끗한 지역에서만 서식한다. 수달은 맑고 깨끗한 청송의 이미지에 맞게 청송군 동물로 지정됐다. 하천 건너편 은행나무 가로수가 노랗게 물들어 물위에 반영을 만들었다.

제방길을 걷다가 낮은 언덕을 올라서니 소나무 몇 그루가 늠름하게 서 있다. 고고한 소나무와 함께 벽절정(碧節亭)이라 부르는 정자가 길손을 맞이한다.

고고한 소나무와 함께 벽절정(碧節亭)이라 부르는 정자가 길손을 맞이한다.

벽절정은 임진왜란 당시 도산울산전투에서 의병을 일으켜 왜군과 싸우다 순절한 의병장 벽절 심청 선생의 푸른 절개를 추앙하기 위해 세워진 정자다. 정자 주변에 아홉 그루의 소나무를 심어 한때 구송정(九松亭)이라 부르기도 했다.

벽절정을 지나 소나무가 숲을 이룬 별동산(276m)을 넘는다. 좁은 오솔길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울창한 숲은 청량한 기운을 전해준다. 높지 않은 산등성이를 넘어서자 예쁜 한옥마을이 등장한다. 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다.

청송심씨본향인 덕천마을은 한옥과 흙돌담으로 이뤄져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가지정중요민속자료 제250호로 지정된 송소고택을 비롯해 송정고택, 초전댁, 창실고택, 찰방공종택 등 명문가 전통가옥들이 아름다운 마을을 이뤘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가옥은 송소고택이다. 송소고택은 청송 심부자집으로 잘 알려진 조선 영조 때 만석꾼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지은 99칸 저택이다. 현재에도 10채의 건물이 건재하다.

송소고택은 청송 심부자집으로 잘 알려진 조선 영조 때 만석꾼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지은 99칸 저택이다.

대문간채는 정면 7칸, 측면 1칸의 기와를 이은 맞배지붕으로, 대문 좌우 방은 행랑채로 사용된다. 대문을 들어서면 ‘역ㄱ’자형 헛담이 설치돼 있고, 헛담 안쪽에 큰사랑채와 작은사랑채가 자리하고 있다. 헛담 옆 큰사랑채 앞마당에는 나무가 심어진 화단이 있다. 헛담과 화단이 안쪽에 자리한 사랑채와 안채를 보호해주는 기능을 한다.

송소고택은 2007년 국가지정중요민속자료(현, 국가민속문화유산)로 지정됐다. 송소고택 사당채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송정고택이 있다.

송정고택은 송소고택을 지은 송소 심호택의 둘째아들 송정 심상광의 집이다. 대문에 들어서니 넓은 앞마당을 두고 사랑채가 자리했고, 안쪽에는 안채가 자리했다. 송정고택은 송소고택에 비하여 규모는 작지만 조선시대 상류층 선비가옥답게 정갈하고 품격이 느껴진다.

덕천마을에는 송소고택과 송정고택 외에서 여러 고택과 사당,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예쁜 담장과 고풍스러운 옛집들은 마을 앞산인 성산(별동산)과 비보기능을 하는 조산, 마을 앞을 흐르는 신흥천이 어울려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2011년 5월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마을’로 한국을 대표하는 농어촌 관광명소 20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덕천마을은 2011년 국제 슬로시티로 지정된 청송군의 대표마을이다.

덕천마을 앞 벚나무 가로수길을 지나서 용전천 제방을 따라 걷는다. 주변 농경지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가 풍성하다. 중평교 다리를 건너자 굽은 듯 곧게 솟은 소나무들이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3천여 평에 달하는 중평솔밭은 야영장도 겸하고 있고, 특히 여름철에는 시원한 쉼터역할도 한다.

제방을 따라 걷다가 징검다리를 건넌다.

하천에 놓인 구불구불한 징검다리는 운치가 있다. 징검다리 주변에서는 갈대숲이 가을정취를 물씬 풍겨준다. 제방길을 걷다가 한티재(257m)라 불리는 높지 않은 고개를 넘는다. 고갯마루에 도착하니 원추형 돌탑이 반갑게 맞이한다.

한티재를 넘어서자 사과밭이 이어진다. 청송사과의 주생산지는 해발 250m 이상, 연평균기온 12.6℃에 불과하고 생육기간 중 일교차가 평균 13.4℃에 달한다. 이런 자연조건을 갖춘 청송은 사과재배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수령 360년에 달하는 신기리 느티나무는 높이 13.9m, 가슴높이 둘레 7.57m에 달하는 거목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사과밭과 억새밭을 지나니 신기리 느티나무가 기다리고 있다. 수령 360년에 달하는 신기리 느티나무는 높이 13.9m, 가슴높이 둘레 7.57m에 달하는 거목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느티나무 밑동에 금줄이 둘려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느티나무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에 동제를 지낸다.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있으니 고향집처럼 포근하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외씨버선길 2길은 청송의 상징적인 장소인 소헌공원에서 시작해 송소고택을 비롯한 명문가 고택으로 이뤄진 덕천마을을 지나는 코스로, 슬로시티길이라 부른다.
※코스 : 소헌공원→수달생태탐방로→송소고택→중평솔밭→징검다리→한티재→신기리 느티나무
※거리, 소요시간 : 11.5㎞, 4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소헌공원(경북 청송군 청송읍 금월로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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