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8(목)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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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고령 제1호는 섬뜩했다. 일체의 정치활동과 집회행위 금지, 전공의 미 복귀시 처단, 영장 없는 체포와 구금, 압수수색 등 극단적 문구가 포함됐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촉발한 배경이 됐던 1980년 5월17일 전두환 포고령보다 더 휠씬 강도가 세고 폭력적이었다. 계엄군의 총부리 앞에 자칫 끔찍한 살육이 벌어질 뻔 했다.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을 뿐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내란 우두머리와 추종자들은 재판정에서 희희낙락(喜喜樂樂)하며 광주를, 대한민국을 조롱하고 있다.
39년이 흐른 뒤였다. 2019년 3월11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 법정에 출석한 학살자 전두환은 불편한 심기를 내뱉었다. 발포 명령 질문에 되돌아온 건 ‘이거 왜 이래!’였다. 끝내 한마디 사과도, 반성도 없었다.
12·12 군사반란을 통해 권력을 탈취한 반란의 수괴로, 계엄령과 함께 광주 5·18을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했다. 2년 후인 2021년 11월 그가 진실을 밝히지 않고 90년 영욕의 삶을 마치면서 역사의 심판은 영원한 미제가 됐다. 미완의 진상 규명에도 국민 통합 명분으로 면죄부를 준 선례를 남기는 바람에 국가 전복 시도가 또 다시 발생했다.
그날 밤에도 광주는 깨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선고 요지문을 통해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고 명시했다. 5월 광주가 대한민국을 구했다. 과거가 현재를 구했다.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을 구했다.
시대착오적 탐욕에 취한 큰 도둑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K-민주주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개헌을 서둘러야 한다. 전문에 오른 4·19민주이념과 맥이 같다.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제1호 국정과제인 것이다. 1987년 개헌 이후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현행 헌법을 개정,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 온전한 내란 종식이 개헌이다.
‘윤석열이 무력으로 입법·사법권을 장악한 뒤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유지하고자…’. 특검은 180일 간의 수사를 종료하고 27명을 재판에 넘겼다. 친위 쿠데타 준비 시기는 2023년 10월 이전으로 특정했다. 배우자인 ‘(V0)’ 김건희 여사의 사법 리스크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다 쓸어버리고’ 독재를 꿈꿨다. 자신의 왕국을 만들고자 북한을 자극해 전쟁을 일으키려 했다. 용서 안 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의 민낯도 낱낱이 드러났다. 전두환의 모략보다 불량했다.
대한민국 법 위의 존재, 법 밖의 존재는 없다. 5·18 책임자에 대한 미온적 처벌이 또 다른 국가폭력의 씨앗이 됐다. 다시는 쿠데타를 꿈조차 꿀 수 없도록, 누구도 국민 주권의 빛을 위협할 수 없도록, 그 싹이 자랄 수 없도록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한다.
‘주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4일, 헌재는 12·3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하다고 만장일치로 탄핵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 뿐이다.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들은 ‘계몽령 1년’을 외치고 있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사과할 일이냐”며 당당하다.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변동불거(變動不居)’를 꼽았다.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아니다. 아직 내란 중이다. 그들은 좌파 정권으로 무너진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뭉쳐 싸우자며 ‘윤 어게인’을 소환하고 있다. 제법 건재하다.
민주주의 파괴의 역사는 청산되지 않았다. 피해자인 국민들은 답답하다. 그리고 분노감은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누군가가 물었다. “정말 끝났을까?” 우리 일행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란의 공포와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갈 길이 멀다. 광주는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2024년 12월3일이 변곡점이다. 내란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개헌을 완성하고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민생에 집중해야 할 때다. 사회 대개혁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속도를 내야 한다.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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