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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숙(사진) 시인은 사라지는 것들을 쉽게 위로하거나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단지 사라지는 존재들의 곁에서 오래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 슬픔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전한다.
한 시인의 시집 ‘슬기로운 반려 생활’(천년의시작)이 시작시인선 0573번으로 출간됐다.
첫 시집 ‘나는 다른 행성에 있다’ 이후 두 번째 저서로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동물과 식물, 바다와 돌, 빙하를 비롯해 일상의 사물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관계 맺고 있는 다양한 존재들을 조명한다.
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반려’라는 말의 의미를 반려동물에 한정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뿐 아니라 돌과 바다, 식물과 빙하, 나아가 도어락과 로봇청소기, 비닐봉지 같은 인간이 만들어낸 사물까지도 우리의 삶과 연결돼 있다면 ‘반려’의 범주 안에 넣었다.
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오래전부터 사라지는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받아 적는 일이었다. 일곱 살 무렵 배를 타고 섬을 건너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섬을 찾아다녔던 기억은 이번 시집에서도 중요한 이미지로 이어진다. 사람을 만나고 계절을 보내며 어떤 존재와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는 삶 속에서 시인은 계속해서 ‘건너는 일’을 해왔다고 이야기 한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사라짐은 이번 시집에서 상실이나 슬픔에 머물지 않는다. 한 시인은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으려 하기보다, 사라지는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오래 들여다본다.
이번 시집은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과 사물에서 출발해 인간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다시 바라본다. 우리가 버린 것들이 결국 다시 우리의 몸으로 돌아오고, 인간이 훼손한 바다와 숲의 아픔 역시 우리의 삶과 연결돼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조금씩 허무는 것에 주목한다.
표제시 ‘슬기로운 반려 생활’은 이러한 시집의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문득, 나는 몽돌이었다는 걸 안다”고 말하는 한 시인은 누군가를 돌보는 관계를 넘어 그 존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결국 자신 또한 이전과 다른 존재가 돼버리는 순간을 직시한다.
한 시인에게 ‘반려’란 상대를 소유하거나 내 곁에 두는 일이 아니라 서로에게 스며들면서 자신도 조금씩 달라지는 관계를 의미한다. 표제의 ‘슬기로운’이라는 말 역시 사라지고 상처받으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불완전한 세계에서 조금 더 지혜롭고 다정하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한경숙 시인은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존재는 없다”면서 “사라지는 존재들의 곁에서 슬픔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 슬픔과 함께 잠시 머무는 것이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 시인은 2019년 ‘딩하돌아’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나는 다른 행성에 있다’가 있다./오복 기자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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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0 (화) 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