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경유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지역 등록차량 10대 중 4대가 경유차인 것으로 나타나 인상 계획이 현실화되면 서민 가계에 직격탄이 우려되고 있다.

논의 단계에서부터 반발 여론이 확산되자 정부가 에너지 세제개편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발 물러섰지만, 문 대통령이 ‘2030년까지 경유차 퇴출’ 공약을 내건 만큼 여전히 불씨는 살아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광주지역 등록 차량은 승용 52만5천687대, 승합 2만2천357대, 화물 9만184대, 특수 2천232대 등 총 64만460대로 집계됐다.

64만460대의 등록 차량 중 휘발유는 28만3천332대(44.2%), 경유는 25만6천729대(40.0%)다. 10대 중 4대 꼴로 경유차인 셈이다. 이어 LPG는 8만8천743대(13.8%), 하이브리드 7천349대(1.1%), CNG 1천489대, 전기 335대, 수소 24대, 기타 연료 2천459대 등이다.

승용차 52만5천687대 가운데 휘발유는 28만3천18대(53.8%), 경유 15만2천207대(28.9%), LPG 8만2천365대(15.6%), 하이브리드 7천333대(1.3%)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류비 절감을 이유로 경유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았던 점을 감안할 때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화물차는 9만184대 중 93.5%인 8만4천381대가 경유차다.

이처럼 광주지역 경유차 점유율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휘발유보다 싼 경유 가격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세제개편안 연구 용역을 추진, 지역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마련한 에너지 세제개편 정부용역안은 현재 휘발유의 85% 수준인 경유 가격을 최소 90%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클린 디젤 정책으로 경유차 보급을 장려했고, 자동차 업계도 승용 디젤차를 확대 출시하는 등 소비자의 선호도가 갈수록 커져왔기 때문이다.

직장인 황용주(44)씨는 “서민 입장에서 소음 등 일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유류비가 싸고 연비가 좋은 경유차를 선택하는게 상식 아니냐”며 “정부가 무턱대고 경유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다음달 4일 열릴 에너지 세제개편 공청회와 관련, 경유세율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최 실장은 “미세먼지는 해외 기여분이 상당히 크고 유류 소비는 가격변화에 비탄력적인 데다, 세율 조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가보조금 대상 차량이 있다. 영세자영업자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 등 통합적으로 감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 ▲2030년까지 경유차 운영 중단 ▲국내 미세먼지 30% 감축 ▲전기차 및 자율주행 인프라 지원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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