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9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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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SOC 예산과 중앙 중심적 시각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8. 12.18. 18:38
‘전쟁’이라고까지 표현되는 내년도 정부예산 확보를 위한 지역간 경쟁이 지난 주 마무리됐다. 그 결과 광주는 2조2천109억원, 전남은 6조8천104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실적을 거뒀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이번에 확보한 예산을 지역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자신들의 노력이 상당했음을 전방위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예산 가운데 SOC 예산에 대한 반응은 지역과 수도권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수도권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은 여전히 호남, 영남, 충청, 강원 등 각 지역이 처한 다양한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지역SOC 예산에 대한 ‘싸잡아’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 중앙일간지는 지난 10일자 보도에서 “이번 예산은 일자리 예산 6천억을 깎고, SOC 1조2천억을 늘린, 사회복지와 SOC를 맞바꾼 전형적인 복지 후퇴예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초 정부는 내년 SOC 예산으로 18조5천억원을 편성했는데 심의 과정에서 1조2천억원이 늘어 19조8천억원으로 확정됐다”면서 “영호남을 연결하는 남해안 동서축 간선철도망 중 하나인 목포(임성리)-보성 철도예산은 당초 정부안이 2천900억이었는데, 심사과정에서 1천억원이 증액돼 3천900억원이 됐다”고 목포-보성 철도예산을 대표적(?) 사례로 거론했다.

같은 날 한 시민사회단체는 ‘반복된 밀실 심의, 2019년 예산안 의미 퇴색’이란 논평을 통해 “각 당 실세들이 거액의 지역구 SOC예산을 손쉽게 따낸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역할이 그런 식으로 지역구를 위해 예산을 따내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면 더 이상 한국정치에 기대할 것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관점은 도외시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솔직히 균형발전의 시각에서만 놓고 본다면 형편없는 주장인 것이다.

중앙언론사의 보도에서 예산증액의 부정적 사례로 거론된 목포-보성 철도 건설사업의 실상은 이렇다.

목포-보성 철도는 부산에서부터 목포를 잇는 남해안철도 건설 사업의 호남 쪽 구간이다. 그런데 정부는 남해안철도 건설을 추진하면서 대부분 영남 쪽 노선인 부산에서 순천까지는 전철 차량을 이용하고, 호남 쪽 노선인 보성부터 목포까지는 非전철(디젤)로 추진하고 있어 지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정부가 이런 차별적 철도건설을 밀어붙였던 근저에는 사업타당성에 있어 호남권 노선이 경제성이 없다는 정책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윤영일 의원(해남·완도·진도)이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전선(목포-보성) 전철화 사업 사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애초 경전선 전체 구간 중 목포-보성 구간을 비전철로 추진하고 향후 전철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이 경우 목포-보성 구간 건설 비전철 사업비는 1천249억원이 들어가고, 비전철 개통 후 다시 전철화 공사를 추진하면 추가로 1천907억원이 들어 총 3천156억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현재 비전철 노선으로 추진 중인 공사를 전철화 공사와 함께 추진할 경우 1천507억원의 비용이 발생해 총사업비는 2천756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포-보성 구간 철도 공사를 전철화 공사와 동시에 추진하고 부산까지 급행열차로 운행할 경우 오히려 경제성이 있고 예산 또한 4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인 것이다.

아마도, 기재부에서 예산을 다루는 수도권 출신 엘리트나 서울 태생의 중앙언론사 기자들, 그리고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스마트한 활동가들이 ‘목포-보성’ 노선이 상징하는 그 오랜 차별과 소외를 제대로 이해했거나, ‘경전선(목포-보성) 전철화 사업 사전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한 번이라도 읽었다면 지역 SOC에 대한 현재와 같은 ‘싸잡아’ 비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중앙언론사들은 ‘쪽지 예산’ 또는 ‘카톡 예산’을 통해 지역SOC 예산을 가져온 유력 국회의원들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역은 언제나 서울 또는 수도권 보다 낙후된 환경 속에서 불편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들도 역시 “정치인의 역할이 지역구를 위해 예산을 따내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면 더 이상 한국정치에 기대할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으나, 지역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지역 예산을 많이 따와 지역을 발전시키라’고 그들을 국회로 보낸 것이 맞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들의 주장처럼 현재의 지역불균형을 더 심화시키거나 그다지 시급하지 않은 지역SOC 예산이 있을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나 비판이 좀 더 설득력을 가지려면 어떤 지역SOC 사업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정말 필요한 사업인지, 아님 단순히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의 재선을 위해 국가예산이 남용되는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눈’은 지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되고, 필요하다면 관련 공부를 해야만 잘 보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기재부에서 예산을 다루는 수도권 출신 엘리트나 서울 태생의 중앙언론사 기자들, 그리고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스마트한 활동가들. 존경하는 그대들. ‘쪽지 예산’이라고 무조건 비난만 하실 게 아니라 균형발전에 대한 공부 좀 해주시라. 그리하여 오랫동안 이어져 온 지역불균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개선할 것인지 고민 좀 해주시라. 이왕이면 치열하게 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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