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1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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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순례
이현
아동문학가

  • 입력날짜 : 2019. 01.17. 18:23
“만화 박물관도 있으면 좋겠어요.”

“신문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방학 때마다 찾았던 곳은 박물관이다. 저널리즘에 대한 이해, 기자 체험, 신문 만들기 체험 등을 비롯해 신문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신문 박물관’은 신문을 테마로 한 박물관이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만큼이나 호기심을 자극했다. 우리나라 우정의 발자취와 함께 우체통의 변천 및 집배원들의 옷차림 변화, 각기 다른 색깔과 모양으로 만들어진 세계 각국의 우체통들까지 구경할 수 있는 우정박물관, 피부와 혈관 및 인체의 전반적인 사항과 우리 몸의 구조 및 역할, 질병 및 예방법까지 살필 수 있는 인체박물관. 다양한 농기구와 함께 모를 심어 쌀이 돼 나오기까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농업박물관, 여러 가지 신비한 과학놀이와 물방울 놀이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어린이박물관 등, 한두 번 방문은 기본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찾아가곤 했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리는 것 같았다.

똑 같은 박물관을 두 번, 세 번, 반복해 찾아가도 지루하지 않았다. 박물관에 전시된 물품들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욱 더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들이 슬금슬금, 톡…톡…톡…, 튀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아주 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옛사람들의 역사와 삶과 지혜를 바탕으로 오늘날 또 어떻게 변화돼 가고 있는지를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빨간 하이힐, 볼펜, 인형, 하얀 드레스, 핸드폰….”

천혜의 비경을 지닌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만난 ‘실연박물관’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4년 동안 서로 사랑하다 헤어지게 된 남녀가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 사람 사이에 오갔던 물건과 추억이 서린 물품들을 하나, 둘, 전시하며 시작됐다는 실연박물관은, 말 그대로 실연을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들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이다. 역사적으로 귀하고 오래된 물품들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물건들이 전시돼 있지만 이야기는 참으로 다양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헤어지자는 편지를 쓰고는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는 사연을 간직한 볼펜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애인과 헤어지게 됐다는 한 남자의 아픈 추억을 간직한 자전거에, 옛 애인의 가구를 때려 부술 때 사용했다는 도끼도 있다. 옛 애인의 전화를 절대로 받지 않기 위해 기증했다는 한 남자의 휴대폰에, “어느 날 재혼한다면 이 웨딩드레스를 또 입을 수 있을까?” 화려한 웨딩드레스 옆에 한 여인이 남긴 쪽지도 있다. 실연의 상처와 아픔을 애써 외면하며 잊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인정함으로써 또 다른 시작을 꿈꾸게 하는 희망의 박물관이었다.



다시 또 한 해가 시작됐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을 꿈꾸는 박물관처럼, 우리의 삶 또한 묵묵히 견디어 걸어온 만큼이나 새로운 도약이 되기를 희망한다. 2019년 12월의 마지막 날, 참으로 잘 살아냈다고, 참으로 잘 견디어냈다고, 빙그레 웃을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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