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8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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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호주 쓰리케이프트랙 3, 4코스
남극해 바라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상절리

  • 입력날짜 : 2019. 03.12. 18:21
군청색 바다는 끝없이 이어지고,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은 주상절리는 이 세상 최고의 돌 조각품이다.
오늘은 쓰리케이프트랙 트레킹 3일째. 산장을 출발해 유칼립투스나무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걷는다. 숲길을 빠져나가자 망망대해를 이루고 있는 타즈만해가 푸르게 펼쳐진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바다는 어떤 장애물도 없이 남극까지 이어진다. 남극에서 멀지않은 섬을 걷는다는 사실 하나로도 감개무량하다.

군청색 바다는 끝없이 이어지고,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은 주상절리는 이 세상 최고의 돌 조각품이다. 쥐라기시대 화산활동으로 분화구에서 흘러나온 마그마가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 급격하게 식으면서 틈새가 생겨 4각형이나 6각형 조립현무암 기둥의 주상절리가 됐다. 이후 수백만 년이 흐르는 동안 주상절리는 파도, 염분, 얼음과 바람에 쓸리고 풍화돼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거칠고 무뚝뚝했을 바위표면도 깎이고 깎여 부드럽고 원만해졌다. 타즈만반도 남쪽에 자리한 세 개의 곶, 케이프 라울(Cape Raoul)·케이프 필라(Cape Pillar)·케이프 하우이(Cape Hauy)의 모습이 바로 그러하다.

쓰리케이프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웅장할뿐더러 아름답다. 바다에서 솟아오른 높이만 해도 200-300m에 이른다. 다발을 이룬 주상절리가 작은 봉우리를 이뤄 아기자기한 멋을 뽐내기도 한다. 푸른 바다와 함께 비춰지는 주상절리는 거대한 수반위에 놓인 수석 같다. 신비하고 경외롭다.
타즈만반도에 있는 세 개의 곶 중에서 가운데에 자리한 케이프 필라는 케이프 라울과 케이프 하우이를 동시에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날카로운 능선을 따라 블레이드(The Blade)라 부르는 케이프 필라 남쪽 끝 절벽위에 오른다. 바다에서 곧바로 262m에 이르는 주상절리가 솟아있는 꼭대기다. 삐죽 올라온 돌기둥 뒤로 제주도 성산 일출봉 정도 크기의 타즈만섬이 다가온다. 케이프 필라에서 400m쯤 떨어져 있은 타즈만섬은 케이프 필라가 그린 아름다운 풍경화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 된다. 타즈만섬도 둘레를 아기자기한 주상절리가 감싸고, 섬 가운데는 평지를 이루고 있다. 섬에서는 하얀 등대가 타즈만해와 남극해에 불빛을 비춰준다.

타즈만반도에 있는 세 개의 곶 중에서 가운데에 자리한 케이프 필라는 케이프 라울과 케이프 하우이를 동시에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앞에 있는 비경을 보고 있으면 뒤쪽 절경이 보고 싶고, 근경에 눈을 맞추다보면 원경이 손짓한다.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해변에서는 물개가 낮잠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서는 물개뿐만 아니라 돌고래, 거북이도 볼 수 있단다.

케이프 필라 끝자락까지 갔다가 어제 숙박했던 문로산장으로 되돌아가면서 비경 하나하나와 작별을 한다. 문로산장을 지나 케이프 필라와 케이프 하우이로 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숲속에서 새들의 노랫가락이 감미롭게 들려온다. 어느덧 마지막 산장 레타쿠나(Retakunna Hut)에 도착했다.

쓰리케이프트랙 트레킹 마지막 밤, 나는 은하수를 이불삼아 잠이 들었다. 날이 밝아 일어나니 소풍 가는 날처럼 기분이 상쾌하다. 거세게 불었던 바람도 잠잠해지고, 새벽 은하수가 예고해 주었듯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쓰리케이프트랙은 포르테스큐베이에서 끝난다. 포르테스큐베이 역시 바다 속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청정한 바다가 에메랄드빛을 띠었다가 군청색을 띠기도 한다.

레타쿠나산장을 출발하자마자 숭엄한 원시림 속으로 빠져든다. 이번 트레킹 구간 중에서 가장 높은 포르테스큐산(482m)으로 오르는 길이다. 이 구간은 쓰리케이프트랙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곳이다. 성인 3-4명이 감싸야 할 정도로 큰 유칼립투스나무들은 하늘높이 솟아 울창한 숲을 이룬다. 2-3m 높이와 아름드리 줄기의 고사리나무도 유칼립투스나무 아래에서 무성하게 자생한다. 밀림 속을 걷는 듯하다.

원시적인 자연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도 자연을 닮아간다. 자연을 닮은 마음에는 탐욕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탐욕이 사라지니 마음이 청정해지고, 청정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내 앞의 세계가 더없이 아름답다. 모든 여행은 마음여행이다.

케이프 하우이와 쓰리케이프트랙 종점인 포르테스큐 베이(Fortescue Bay)로 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케이프 하우이까지 왕복 2시간 걸리는 길을 다녀와야 한다. 케이프 하우이로 가는 능선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나무키도 작고, 전망이 잘 트여 바다로 뻗어나가는 케이프 하우이의 모습을 한눈에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케이프 하우이 역시 케이프 필라와 마찬가지로 곧게 솟은 주상절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해변의 기암절벽에는 오랜 침식작용으로 생긴 동굴들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성인 3-4명이 감싸야 할 정도로 큰 유칼립투스나무들이 하늘높이 솟아 있고, 2-3m 높이와 아름드리 줄기의 고사리나무도 무성하다. 밀림속을 걷는 듯하다.

케이프 하우이로 이어지는 길은 마치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유연하다. 점입가경이라더니 갈수록 주상절리가 만든 풍경은 점점 아름다워진다. 군청색 바다는 붉은 색과 회색빛 기암절벽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해 보이는 바다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 자연에 동화돼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자연의 아름다움 못지않다.

케이프 하우이 끝 지점에서 겨우 70m 뛰쳐나간 두 개의 바위섬이 풍경미의 극치를 이룬다. 주상절리를 이루며 곧게 솟은 바위가 만든 두 개의 바위섬은 케이프 하우이에서 보면 하나의 섬처럼 보인다. 두 섬 사이에는 주상절리가 좁고 길게 촛대처럼 솟아오른 촛대바위와 토템폴이 있다.

케이프 하우이는 곶 자체도 아름답지만, 케이프 필라를 비롯한 타즈만반도의 해안선까지 함께 어우러져 천하절경이 된다. 케이프 하우이 너머로는 타즈만해가 망망대해를 이룬다. 수평선을 이룬 타즈만해를 넘으면 뉴질랜드 남섬에 도달할 것이다. 남쪽 케이프 필라 뒤로는 남극해가 펼쳐진다. 케이프 하우이 끝점에 서 있으니 남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내 마음도 바람이 돼 남극으로 자유롭게 날아간다.

배낭을 두고 왔던 삼거리로 돌아오니 쓰리케이프트랙 종점인 포르테스큐 베이까지 1시간 걸린다는 이정표가 길안내를 해준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은 주로 숲길이지만 종종 푸른 바다가 보이기도 한다. 포르테스큐해변에 도착했다. 포르테스큐비치는 수백m의 모래해변이 운치있게 펼쳐지지만 오지 중 오지라서 해수욕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바다 속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청정한 바다는 깊이에 따라 에메랄드빛을 띠었다가 군청색을 띤다.
케이프 필라에서 400m쯤 떨어져 있은 타즈만섬은 케이프 필라가 그린 아름다운 풍경화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 된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시원한 기운이 온몸으로 전달된다. 4일 동안 걸으며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씻어지는 것 같다. 주변에서는 갈매기들이 호젓한 여름날을 보내고 있다. 갈매기들처럼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다.


※여행쪽지

▶쓰리케이프(Three Capes)는 태즈메이니아 타즈만(Tasman)반도에 있는 세 개의 곶(Cape)을 말한다. 쓰리케이프트랙은 세 개의 곶 중에서 케이프 필라와 케이프 하우이를 연결하는 48㎞에 이르는 길로, 길이 완만해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3코스 : 문로 산장(Munro Hut)→레타쿠나 산장(Retakunna Hut) (19㎞, 6-7시간 소요)
▶4코스 : 레타쿠나 산장(Retakunna Hut)→포르테스큐 베이(Fortescue Bay) (14㎞, 6-7시간 소요)
▶쓰리케이프트랙은 3박4일 일정으로 걷게 되는데, 하루 48명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은 쓰리케이프트랙 홈페이지(https://www.threecapestrack.com.au)에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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