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2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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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대신 눈물로 채운 39주년 5·18 기념식
故 안종필 군 가족 사연 눈시울…文 대통령, 유족 위로
참석자 5천여명·여야 지도부 ‘님 행진곡’ 주먹쥐고 제창

  • 입력날짜 : 2019. 05.19. 18:24
“광주의 5·18은 애증이고, 아픔이고, 기억입니다. 그날 그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18일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어린 아들을 차마 가슴에 묻을 수 없었던 노모와 막내 삼촌의 희생으로 현재를 살아야하는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들이 소개되면서 울음바다가 됐다.

전날 밤부터 많은 비가 내리다가 행사 직전 잦아든 국립5·18민주묘지는 빗물 대신 눈물이 식장을 가득 채웠다.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서 최후의 항전을 하다 총상을 입고 숨진 고등학생 시민군 고(故) 안종필 군 어머니 이정님 여사의 사연이 공연되면서다.

안군은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17살의 나이로 심부름이라도 하겠다며 시민군을 도왔고, 그런 아들을 이 여사는 말렸지만, 당시 몸이 아팠던 이 여사는 집 밖을 나서 거리로 나선 안군을 끝내 잡지 못했고 영원한 이별을 했다.

이 여사의 머리카락은 소복만큼이나 시리도록 하얗게 세어버려 39년간 통한의 세월을 짐작케 했다.

이 여사가 아들의 묘를 쓰다듬으며 “하루도 너를 잊은 날이 없고, 엄마는 날마다 너를 생각하고 있다. 꿈에 보였으면 좋겠다. 종필아 잘있어. 엄마 갈랑께, 또올게”라고 그리워하는 영상이 나오자 많은 참석자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쳤다.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이 여사의 사연을 전해주던 5월 항쟁 당시 마지막 가두방송 진행자 박영순씨는 “광주 시민여러분 우리 형제자매들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우리는 광주를 끝까지 지킬 것입니다”라며 울음섞인 호소로 마무리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씨의 손을 꼭 잡고 위로했으며 김정숙 여사는 옆에 앉은 다른 유족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안군의 조카인 안혜진씨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5·18 희생자의 유가족으로서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냈다.

안씨는 “현재 20대인 저보다 훨씬 어렸던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삼촌이 도청에서 숨졌을 때 큰 형이었던 제 아버지는 할머니 대신 그 모질고 힘든 상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면서 “동생 시신을 확인해야 했고, 쫓기다시피 삼촌을 망월동에 묻어야 했으며, 차마 막내 동생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 아파서 할머니에게 시신조차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안씨는 “그 일을 두고 아버지는 평생 아파하셨다. 제 아버지도 그 때는 제 나이였을 청년이었을텐데”라며 “우리 가족처럼 광주의 일년은 5월부터 시작해서 5월로 끝난다고 이야기 한다”고 했다.

안씨는 “아픈 기억이라고 잊기 보다는 그 기억을 다잡아 제 가슴에 간직하려고 한다”면서 “삼촌을 기억하고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그 분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오월 그날 청년이었던 우리 아버지의 고통과 슬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제 할머니를 위로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안씨와 이 여사를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기념사 도중 “올해 광주에 꼭 오고 싶었다. 너무 미안하고….”라고 말한 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이날 경과보고를 맡은 정춘식 5·18유족회장은 “진실을 외면하고 왜곡하려는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된 후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8개월째 표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여기 계신 여야 의원들이 특별법의 조속한 시행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주시길 요청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진상규명이 철저히 이뤄지고 조사 결과가 국가의 공식 보고서로 채택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기념식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끝을 맺었다. 참석자 5천여명 모두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문 대통령 부부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모두 나란히 노래를 함께 불렀다.

황 대표는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총리 자격으로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는 자리에서 일어났을 뿐 노래를 따라 부르지는 않았으나 이날은 주먹을 쥐고 흔들며 제창했다.

주변에 앉아 있던 여야 지도부와 정치권도 5·18 유가족과 관련 단체 회원들과 함께 제창에 동참했다. 제창이 마무리 된 후 문 대통령은 안 군의 묘를 이 여사와 함께 찾는 등 추모를 이어갔다./오승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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