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6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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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토착 왜구’들의 공통점
김진수
본보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9. 07.23. 18:16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가 이끄는 집권여당 연합이 과반을 확보해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 침략이 본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한국의 민초(民草)들 사이에서 반일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떠드는 일본의 가장 핵심적인 논리는 지난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 협정으로 ‘한일 양 국가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는데 한국이 정권의 성격에 따라 입장을 이랬다저랬다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한일기본조약’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일단 덮어두자. 오늘은 대신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었던 한국 대법원의 판결문을 근거로 주요한 팩트를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신일철주금 주식회사’(구 일본제철)를 상대로 한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송과 관련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1923년부터 1929년 사이에 한반도에서 태어나 평양, 보령, 군산 등에서 거주하던 사람들로 당시 16-20세 정도의 청소년이었다.

구 일본제철이 만든 모집광고에는 2년간 훈련을 받으면 기술자로 취직할 수 있다고 했으나 실제 이들이 한 일은 “화로에 석탄을 넣고 깨뜨려서 뒤섞거나, 철 파이프 속으로 들어가서 석탄찌꺼기를 제거하는 등 화상의 위험이 있고 기술 습득과는 별 관계가 없는 매우 고된 노역”이었다.

한국 대법원은 특히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성년에 이르지 못한 어린 나이에 가족과 이별해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한 노동에 종사했고, 구체적인 임금액도 모른 채 강제로 저금해야 했으며, 일본 정부의 혹독한 전시 총동원체제에서 외출이 제한되고 상시 감시를 받아 탈출이 불가능했으며, 탈출시도가 발각된 경우 혹독한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원고)이 주장하는 구 일본제철(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고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판시했다.

이처럼 한국 대법원이 분명히 보상금이 아니라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아베 정부와 한국 내 친일파·토착 왜구들은 지난 1965년 당시 박정희 정권과 체결한 이른바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자신들은 이미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금(무상 3억 달러, 차관 2억 달러)을 한국에 전달, 정치·도의적 책임을 다했다는 주장을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기가 차는 것은 우리 내부 일각에서도 일본의 막가파식 행동이 옳다고 떠들고 있는 세력들이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행태를 종합해 볼 때 친일파 또는 토착 왜구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주로 자유한국당, ‘태극기 훼손부대’(무의식적으로 쓰는 ‘태극기 부대’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극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민주공화당에 뿌리를 둔 한국당의 친일적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만 몇 개 열거하자면 이렇다. 7월1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는 공동발표문에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협한다’는 내용을 담으려고 했으나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일본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해 결국 발표문에서 빠졌다.

앞서 7월4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감상적 민족주의, 닫힌 민족주의에만 젖어 감정외교 갈등외교로 한일관계를 파탄냈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와 관련, 감상적 민족주의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일본의 막가파식 행동을 정당화한 것이다.

‘태극기 훼손부대’ 참가자들은 “지금은 일본이 이뻐”, “반도체로 그치면 안 돼. 지금 일본이 잘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경제가 죽어야해”, “한국이 망해야 일본의 고마움을 안다”는 등의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뱉어낸다.

또 ‘일베’ 사이트에는 국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비웃으며 거꾸로 일본제품 구매 인증 샷이 올라온다. 그리고 이런 댓글들이 붙어있다. “불매는 오합지졸들의 쇼일뿐이다”, “냄비근성의 김치들이 불매운동을 한다”, “언론에서 불매운동 중이라고 몰아간다. 그래야 여행갈 돈 없는 개돼지들이 그걸로 자위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데 문득 한국당, 태극기 훼손부대, 일베의 한심한 작태를 보다가 어떤 기시감이 들었다.

그렇다! 바로 이들. 한국당, 태극기 훼손부대, 일베는 그동안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하는데 가장 앞장섰던 집단 아니었던가! ‘5·18 망언’ 김순례를 슬그머니 최고위원에 복귀시킨 한국당, 아무리 객관적 증거를 들이대도 지만원의 말도 안 되는 ‘북한군 침투설’에 환호하는 태극기 훼손부대, 5·18 사망자 관(棺) 사진을 보고 ‘홍어 택배’라고 패륜적으로 조롱한 일베 회원…

이쯤 되면 ‘친일파·토착 왜구=5·18 왜곡 집단’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친일파·토착 왜구들은 왜 5·18 또는 불매운동 같은 것에 대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역설적이지만 친일파·토착 왜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5·18과 불매운동 같은 결집된 민초들의 힘이다. 그래서 그렇게 기를 쓰고 무시하고, 폄훼하고, 날조하고, 왜곡하려고 혈안이 된 것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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