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0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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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에어컨 실외기 열기에 ‘짜증’
광주 곳곳 지상 2m 이상 설치규정 제대로 안 지켜
주민 민원에도 자치구 ‘뒷짐’…관리 감독 도마위

  • 입력날짜 : 2019. 08.14. 19:36
최근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물 바깥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로 보행자들의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상가건물에 덮개 등이 전혀 없이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바깥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옆으로 지나가면 숨이 막힐 정도에요.”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건물 바깥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로 인해 보행자들의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지면에서 2m 이상 또는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가 보행자에게 직접 닿지 않아야 한다는 등 규정이 있지만 이를 대부분 지키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관리·감독기관인 관할 자치구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 ‘모두 점검하기는 힘들다’, ‘민원이 들어올 경우만 단속한다’ 등의 갖가지 구실을 대며 ‘뒷짐’을 지는 상황으로 사실상 단속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12일 오후 2시 광주 서구 상무지구 CGV 영화관 주변에 설치된 50여대의 실외기를 살펴보니 절반 가량이 규정을 어긴 상태였다. 지면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두지 않고 바닥에 바로 설치돼 있는가 하면, 배기장치에서 나오는 바람을 위로 향하게 하는 ‘덮개’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낮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운 찜통으로, 걷기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를 정도였다.

이로 인해 식당가 주변을 걸어가던 한 시민은 실외기에서 나오는 후텁지근한 바람에 인상을 찌푸리며 손에 든 부채 등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으며, 실외기 바람을 피하기 위해 멀찌감치 떨어져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민 김모(35·여)씨는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에 실외기에서 나오는 바람까지 더해지면 숨도 못 쉰다”며 “더군다나 좁은 골목을 지날 때는 열기가 더 심해 짜증이 날 정도”라고 토로했다.

같은 날 북구 용봉동 전철우 사거리 주변에도 상가 앞과 옆으로 규정을 어기고 설치된 실외기가 수두룩했고, 또 어떤 곳은 실외기 위에 또 다른 실외기가 마치 아파트처럼 층을 이루고 있었다.

박모(30)씨는 “여름에 에어컨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에 실외기를 설치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규정을 어기고 보행로에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는 실외기를 마주할 때면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며 “도대체 관할 구청에서는 단속을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실외기는 ‘건축물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규정 위반이 적발되면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처럼 엄연히 에어컨 실외기에 대한 설비규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광주 5개 자치구에서는 수수방관하며, 관리·감독에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원이 들어올 경우에만 마지못해 단속에 나가고, 시정 조치도 형식적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북구 관계자는 “구청에서 별도로 집중 단속 기간을 정해 점검을 따로 하는 건 없다”며 “민원이 들어올 경우 시정조치를 한다”고 해명했다.

또, 여름철을 대비해 겨울기간 실외기 점검에 나서는 건 어떻겠냐는 질문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모든 건물에 실외기가 다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깐 전체적으로 겨울에 가서 조사하기는 어렵다.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둘러댔다.

결국, 에어컨 실외기 설치 위반이 지역 곳곳에서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데다 매년 여름마다 보행자들의 불만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민원이 발생해 단속에 나갔다 하더라도 3-4개월이 지난 가을과 겨울 즈음에 시정 조치되는 탓에 애꿎은 시민들만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공동주택에 한해 실외기 덮개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며 “앞으로 일반 건축물까지 사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최환준 기자


최환준 기자         최환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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