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1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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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플룻과 오카리나
퇴허자
광주대각사주지
제주퇴허자명상원장

  • 입력날짜 : 2019. 11.11. 18:20
사람이 살아생전에 귀한 인연을 만나는 것처럼 더 한 행복이 있을까? 비록 한 달에 겨우 너댓 번 만나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만나서 반갑고 즐거운 관계는 계속되어야 한다.

새벽 3시40분, 이 시간은 마침 홀로 앉아 명상하기 좋은 시간이다. 이런 경우 내가 말한 명상이란 ‘글쓰기 가장 좋은 순간’이라는 뜻이다. 내게서 나온 칼럼이나 수필들은 대부분 이 시간에 태어난 것들이다. 글이나 사진이나 모든 악기연주들 까지도 찰나를 놓쳐서는 안 되는 순간포착의 예술이다. 그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그 순간을 만날 수가 없다.

“아유! 세상에 우리 스님 3개월 밖에 안 됐는데 저렇게 팬플룻 연주를 잘 하신다니까 글쎄!” 누가 뭐래도 칭찬은 귀로 먹는 보약이다. 이는 엊그제 제주 산방산이 바라보이는 안덕면 감산리 ‘몬딱갤러리’에서 나의 팬플룻 선생이신 서란영님께서 나를 격려해주느라 해주신 뻥 칭찬이다. 자고로 스승은 영혼의 혼침을 깨우는 분이요 선생은 잠재된 재능을 불러일으키는 마술사라 했던가. 나는 요즘 톡톡히 이런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서 선생을 만난 것은 어느 날 문득이었다. 제주 돌문화공원에 우연히 갔다가 잔디밭 광장에서 노래와 시낭송, 악기연주로 공연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중에 ‘팬플룻’이 어느 자그마한 여인의 손에 들려 마치 하늘소리(?)처럼 남미 어느 계곡에서 울려퍼지는 ‘잠피르’의 연주인양 내 귓전을 울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들은 주로 야외에서 춤과 시낭송, 노래와 악기를 연주하는 ‘바람난장’이라는 친목그룹이었다. 바로 이 가운데 팬플룻연주의 대가인 서란영 선생이 있었다. 그는 그날 ‘외로운 양치기’와 ‘베사메무쵸’를 연주했었는데 무척 감동적인 솜씨였다. 순간포착의 선수인 내가 그 순간을 놓칠 리가 있겠는가. 잠시 기회를 엿보다가 무작정 다가가 물었다. 어디에 가면 그 악기연주를 배울 수 있겠느냐고-. 초면에 염치없이 다짜고짜 묻는 질문에 그는 참으로 내공이 깊었다. 친절하게 내 궁금증을 단숨에 풀어주었다. 가장 반가운 것은 그 팬플룻 연주를 당신이 직접 지도해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행운이었다.

살다보면 수많은 만남의 인연들이 스쳐간다. 어쩌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귀한 인연들 가운데는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었던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 곧 셋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중에 스승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도 고대해 왔던 악기와 선생을 만났다. 꽤 오랜 동안 법문과 인문학강좌를 해오면서 나도 언젠가는 멋진 악기를 연주해 보고 싶었던 꿈을 이룰 수가 있게 된 것이다. 팬플룻과 오카리나를 좌청룡 우백호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끊임없는 노력을 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두 가지의 본능이 있다. 첫째는 좋은 것이면 배우고 싶은 구지본능(求知本能)이 그것이요 둘째는 잘하는 것이면 알리고 싶은 고지본능(告知本能)이 그것이다.

역시 도전이란 아름다운 설렘이요 행복바이러스이다. 내게 호기심이 넘쳐나는 한 나는 팬플룻과 오카리나연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곳 성산읍 신풍리에서 안덕면 감산리까지 무려 1시간 10분여를 달려야 도착하는 ‘몬딱갤러리’지만 서란영선생의 콜이 지속되는 한 이 늦깎이 배움의 행군을 중단하지 않을 결심이다.

나는 서 선생께 백목(白木)이라는 아호를 선물했다. 그 뜻은 음악(音樂)의 ‘즐거울락(樂)’에서 따온 것인데 그의 팬플룻연주하는 모습이 신선(神仙)이 하강한 듯 너무 멋지고 부러워서 지어준 이름이다. 얼마전 강정리 ‘엉커리카페’ ‘차 한 잔 하게마씸’ 인문학강좌에서 백목 선생과 나는 처음으로 동요 ‘학교종이 땡땡!’을 오카리나 합주를 했었는데 얼마나 좋았던지 대중의 박수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제 겨우 내 연주실력은 ‘아리랑’과 ‘푸른하늘 은하수’ 곡의 문턱을 넘고 있다. 하지만 나의 도전은 우직한 거북이처럼 예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프로에게 중단은 부끄러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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