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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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의 '문화터치']구름작가와 광주 ‘메디치’의 만남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장

  • 입력날짜 : 2020. 09.24. 18:14
사람들은 그곳이 병원인줄 안다. 병원 간판을 달았기에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곳은 병원이 아니었다. 몸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정서를 달래주는 문화공간이다. 대인시장 맞은편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김냇과. 간간이 개인전이며 기획전, 그리고 작은 음악회 등이 열리며 의미 있는 행보를 해가는 공간, 그곳에서 또 하나의 개인전(9월18-10월31일)이 열리고 있었다. 구름작가 강운의 신작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조금 망설여졌지만 고민을 접고 개막 날 찾아갔다. 일상의 때를 씻겠다는 소박한 욕망을 품고서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북적여야 할 전시장이 한산했다. 강운작가의 작품은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구름작가 강운의 새로운 변신이 거기에 있었다. 한없이 넓은 캔버스에 모노크롬의 색을 입히고 그 위에 글씨를 빼곡히 써내려간 임팩트있는 이미지였다. 예전의 구름작업에 익숙한 이들은 뜻밖의 작품 앞에서 혼란과 함께 “강운 그림 맞아?” 할 수 있을 정도다. 필자 역시 그랬으니까.

공식적인 개막식은 생략됐다. 대신에 프레오픈으로 진행됐고 그 시간 동안 관람객이 자유롭게 들락날락했다. 막판에 열 명이 채 안 되는 이들이 차를 한잔씩 앞에 두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담소를 나누게 됐다. 강운 작가가 먼저 말문을 연다. 오늘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란다. 다들 화들짝 놀란다. 뭐, 이런 건가 싶었다. ‘코로나 수렁을 마다 않고 전시장을 찾아준 여러분 모두가 주인공이란 이야긴가?’라는 거. 그러나 아니었다. 예상을 간단히 뒤엎고 오늘의 주인공은 박헌택 김냇과 대표라고 지목한다. 모두들 귀를 쫑긋하고 강운작가의 말에 집중한다.

사연은 이랬다. 소위, 중견작가 강운이 1년 전 쯤 부산에서 개인전을 가졌었다. 부산 센텀시티에서다. 당시 부산 해운대에 영무 파라드 호텔을 건립 중이던 박헌택 대표는 달음박질로 전시장을 방문한다. 광주지역 작가가 부산에서 개인전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작품을 보고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라면 완판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졌다. 그러나 웬걸, 작품성과는 달리 거의 판매되지 않은 현실에 안타까웠다. 아주 좋은 작품인데도 반응이 없다는 데 마음이 아팠다. 이후 우연히 강운작가와 대면했다. 그리고 다음 작업을 하려고 해도 마음 편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1년간 후원해주기로 약속한다.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고 작업에만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작가에게 벌어준 것이다.

강운 작가는 밝히기가 쉽지 않았을 이 사연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모두들 숙연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그림을 그린 작가 자신이 아니라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 박 대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바톤을 이어받은 박 대표, 김냇과를 열 때의 심정을 드러냈다. 이런 문화공간을 열면 누군가 시샘하며 잇따라 낼 것이라고. 그런데 뒤따르는 소식이 들리지 않아 너무 서운했고 그 감정은 아직도 계속된다고…. 광주의 ‘메디치’는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다.

좋은 작품은 작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지켜봐주고 관심을 가져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사랑을 먹고 탄생한다. 강운 작가의 이번 신작도 광주 메디치의 관심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다. 문화가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시여야 한다. 그런데 문화가 중심이 아닌 주변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 문화가 중심으로 차고 들어와야 한다. 문화와 예술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제2, 제3의 광주 메디치들이 계속 나오길 희망한다. 여기는 문화도시 광주이기에 그런 예를 여기저기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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