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9(일) 23:56
|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고위험’ 지역이 36곳, 106곳이 ‘소멸 위험’ 지역이라고 한다. ‘지방 소멸’의 위기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가장 걱정되는 곳은 지방대학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18년 뒤인 2040년에는 전국의 대학 가운데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학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낸 보고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에 따르면 대학입학 가능 인구가 2020년 46만 4000여명에서 2040년 28만 3000여명으로 40%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2040년에는 현재 26만명인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학의 입학 정원만으로 대학진학 수요가 거의 충족되므로 지방 사립대학은 대부분 입학 지원자가 없어 문을 닫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지방대학 입학정원 미달 사태는 이미 시작됐다. 대입 정시모집 때 가·나·다 군에 1인당 1회씩 총 3회 지원할 수 있으니 경쟁률이 3대1에 못 미치면 사실상 정원 미달이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이런 정원 미달 대학이 59곳이고, 그 가운데 80%가 넘는 49곳이 지방대학이었다.
지방소멸과 함께 지방대학 소멸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단계에 와 있다. 결국 입학생 감소로 인한 대학재정 부실화는 교육 부실화로 이어지고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나아가 지역 경제와 문화 쇠퇴로 이어져 지방 소멸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도 동시 작동될 것이 분명하다.
지방대학 소멸위기를 감지한 교육당국은 그동안 대학 체제의 전면적 개혁 방안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수도권 소재 대규모 대학 정원을 감축하자는 제안도 나왔고, 수도권 대학은 학부를 폐지하고 대학원 교육만 하게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그러나 지방대학이 어려운 이유의 핵심 키워드는 저출산과 인구유출이다. 저출산은 학령인구 감소를 부르고 지역 불균형으로 인한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 때문에 지방대학이 무너지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했으나 인구가 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욱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면적은 전체 국토의 약 11.8%이다. 이 안에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모여 살고 있으며 100대 기업의 91%가 밀집해 있다. 인구 유출입에 영향을 미칠만한 다른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경우 약 30년 뒤에는 전체 시·군·구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근본적인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실행되지 않고서는 지방대를 살리고 더 나아가 활성화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지역 대학들을 지원하여 발전시키는 것은 대학들로 인해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은 물론 외부 인재를 유입시킬 수 있으며 넓어진 인재풀은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소멸을 막는 방법이다. 지방 인구가 수도권으로 가장 많이 유출되는 시기인 진학단계에서의 유출과 구직단계에서의 유출을 지방의 대학이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학 존재 여부에 따른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는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수천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대학가의 원룸촌과 주변 상권은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젊음을 느끼고 싶어하는 많은 일반인들까지 끌어들여 지역 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교육선진국 경우 대학이 지역의 혁신 주체가 되어 소도시 지역산업을 견인하고 일류대학이 되는 선례도 많다. 정부는 지역 중심 대학을 우선으로 혁신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4차 산업 선도대학으로 특성화해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광주전남대학총장협의회가 비수도권대학 중심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 육성을 위한 건의문을 채택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총장협의회는 건의문에서 “대한민국의 글로벌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반도체와 같은 경제 안보 전략산업의 육성은 필연적” 이라며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선 비수도권대학 중심의 반도체 등 첨단인력양성 정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장협의회가 주장한대로 반도체 산업 인력을 포함한 첨단 산업 분야 인력 부족을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가 아닌, 비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정부 및 관계부처는 비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와 더불어 장학금, 취업 지원, 실습 및 연구인프라확충 등 전방위적인 지원으로 미래산업인력을 길러내 지방대학소멸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지역대학은 지역 산업에 인적자원을 공급하는 엔진이다. 파급효과가 큰 경제주체다. 지방분권을 실현하고 지역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지역대학의 역할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 지역 학생들이 굳이 서울로 가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질 좋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받고, 그 학생들이 지역에서 수준 높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지역대학의 기능을 더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대학 몰락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 중에 반도체 인력같은 국가가 원하는 핵심인력을 지방대학에서 길러내려는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대학이 어려운 이유는 대학 자체의 역량이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지방대학이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있다. 현실적 대안으로 기존대학들이 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활로를 열어주고 확실한 재정적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지방대학이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 지역 내의 중소기업 인력 공급 측면에서 특수성이 있다는 것, 지방에 정주함에 따라 지역 인구증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과 동일한 기준으로 경쟁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지방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