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광주매일신문DB

광주 학동 붕괴 참사가 일어난 지 1년4개월여만에 철거건물 붕괴 및 대형 인명피해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경찰력을 집중해 전방위적인 관련 조사 결과 총 35명이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앞서 법원이 현대산업개발 현장 책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 ‘하도급 떠넘기기 판결’ 등 처벌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7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 및 대형 인명 피해 사건에 관련된 공사 및 조합 관계자 총 35명의 송치를 마지막으로 이날 학동 재개발 구역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광주경찰청은 지난해 사고 직후 총 71명 규모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설치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한 결과 붕괴 원인인 철거공사와 관련해 감리, 원청회사, 하도급업체, 불법 재하도급업체 관계자 9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이 중 5명을 구속했고, 4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송치했다.

이후 각종 공사업체 선정과 관련해 알선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확인된 브로커 4명을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구속하는 등 추가로 관련자 9명을 구속, 5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또한, 원청업체의 입찰방해 및 하도급 업체간 담합행위, 공사금액 부풀리기 및 정비사업전문업체의 배임 혐의 등 재개발사업 전반의 구조적인 불법행위를 면밀히 수사해 공사업체 및 조합 관계자 22명(중복 2명 제외)을 입건했다.

조합 관계자 등 22명은 각종 공사 수주업체와 브로커들 사이에 수억원대의 부정한 금품을 주고 받고, 실제 공사 없이 지분만 챙기는 공사업체 간 입찰 담합행위를 통해 계약 시 실제 공사 예상 금액보다 부풀려 계약한 조합관계자들의 불법행위 정황을 확인했다.

이에 원청 관계자 1명, 조합 관계자 5명, 정비업체 2명, 하청업체 관계자 등 13명은 건설산업기본법위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송치했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나머지 1명은 불송치 했다.

경찰의 수사가 종료된 가운데 법원에서 정작 하도급업체만 실형을 선고한 판결에 ‘전형적인 하도급 업체에 떠넘기기식 처벌’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앞서 검찰은 최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재판에서 철거를 직접 수행한 하도급·재하도급업체 현장 책임자들과 원청인 HDC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보고 각각 7년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광주지법 형사11부(박현수 부장판사)는 건물 철거를 직접 수행한 하도급 업체와 재하도급 업체 관계자, 감리 등 3명에게 각각 실형을 내리고 법정구속한 반면 재개발 공사 전체의 시공자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3명과 석면 철거 하청업체 소장에게는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금고형의 집행유예, 법인들에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사고원인에 대해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은 채 건물 하부를 긁어 파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지지대(잭서포트)도 설치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판단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해체 공사에 있어서는 도급인에 불과해 안전조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현대산업개발의 사업장에서 이뤄진 해체 공사였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안전 조치 의무에 한해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하청업체에서 업무 중 붕괴·폭발 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은 감독 책임이 있음에도 처벌을 받지 않거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법 테두리 안에서 무겁게 벌한 것이라는 견해와 함께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처벌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검찰도 공사 관계자 7명 전원과 법인 2곳(HDC 현대산업개발·백솔기업)의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고, 항소심은 오는 12월1일 오후 2시30분 광주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법적 처벌과 더불어 이와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한 건축물 관리법 일부 개정안은 참사 1주기를 약 열흘 앞둔 올해 5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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