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바로티의 키네틱 사운드 조각 설치물 ‘Clams’

파비오 론카토作 ‘Follow me’ <동곡미술관 제공>

부드럽고도 강한 물의 힘을 통해 시적인 예술 흥취를 만끽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보문복지재단 동곡미술관은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 파빌리온 ‘잠든 물은 무엇을 꿈꾸는가’전을 오는 7월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발렌티나 부찌 큐레이터,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원장인 미켈라 린다 마그리 총감독의 지휘로 ‘잠든 물은 무엇을 꿈꾸는가’라는 주제를 펼쳐낸다.

전시에서는 다섯 명의 이탈리아 작가 카밀라 알베르티, 유발 아비탈, 마르코 바로티, 아그네스 퀘스천마크, 파비오 론카토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탈리아 파빌리온은 과거, 현재, 미래 속 끊임없는 ‘변화’에 주목한다. 다섯 명의 작가는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변환, 지속 가능성, 생태적 인식, 종(種)간의 조화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파비오 론카토는 장소맞춤형 설치물 ‘Follow me’를 통해 물의 혁명적 잠재성을 표현한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영감을 얻어 광주의 젖줄이 돼 흐르는 물줄기 아래 9개의 석고항아리를 설치했다. 이 설치물은 1980년 5월, 그중에서도 9일의 기간에 헌정한다.

유발 아비탈은 자연과 인간의 깨어진 관계를 인식하게끔 한다. 크로스 미디어아트 작품 ‘이물질(Foreign bodies)’에서 인간의 신체는 자연을 위반하고 인공화시키는 존재다. 작가는 인간이 자신의 독특성을 상실하고 자연 영역 밖에 있는 이물질이 됐다고 설명한다. 자연의 순수함에 놓인 스크린 속 무용수들은 긴장감에 떨면서 우리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의 근원을 형상화시킨다.

마르코 바로티의 키네틱 사운드 조각 설치물 ‘Clams’은 오염 물질을 잡아내는 천연적인 조개의 특징을 담았다. 수질계측기 데이터를 소리와 동작으로 변환시킨 작품이다. 각각의 로봇조개는 우리 주변물의 상태를 묘사하는 멜로디를 노래한다. 또한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인간, 자연, 과학기술의 공생관계와 그것이 수반하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작품이 연주하는 불안정한 멜로디는 우리 스스로의 행위가 만들어낸 것이며, 이는 우리 자신이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카밀라 알베르티는 이 시대 유적에서부터 출발해 새로운 탈인간 중심적 체계의 가능성에 대해 가설을 세웠다. 이 체계 안에서는 괴물의 이미지가 복합성, 혼재성, 끊임없는 변신을 수용하는 현대적 풍경의 시작점이 된다. 새로운 혼종 신화의 주인공인 이 조각들은 도시 고고학의 결과물이다. 한국 해안가에 버려진 물건, 산업 폐기물, 인간이 만든 요소들이 재탄생했다. ‘Learning in dis-binding’을 구성하는 5개의 조각품은 지난 1월부터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과 서울 예술대학 안산캠퍼스 학생들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아그네스 퀘스천마크의 작품 ‘Underwater Investigation of the Human Being’은 모든 생물의 존재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 신체에 반하는 저항 및 복원행위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성별이 결정되지 않은 새로운 종의 탄생을 알린다. 작가는 조각품 ‘Draco Piscis’ 외에도 특별 제작된 수족관 안에서 ‘Drowned In Living Waters’라는 타이틀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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