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사)빛고을산들길사랑모임 이사장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날씨가 더워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우리 고장은 대구 등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높아 더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걷기를 생활화하고 있는 터라 그동안 따가운 햇볕을 피해 한사코 숲길만을 찾아 걷느라 여념이 없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길이라면 아마도 도심을 지나고 있는 푸른 길이 아닐까 싶다. 요즈음처럼 밤낮없이 폭염이 계속되는 날에는

모두 들 이 길을 앞다투어 걷는 바람에 혼잡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필자는 좀 더 고즈넉한 길을 찾아 걸으면서 빛고을 숲길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됐다.

어느 길보다도 먼저 광주의 둘레길인 빛고을산들길을 걸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길을 걷다 보면 시민들이 미처 모르고 있는 아름다운 숲길을 많이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영산강 첫 다리인 용산교에서부터 시작해 삼각산을 거쳐 도동고개까지 걸어 보자.

무등산의 정기를 받은 삼각산은 지세가 인간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에 인근 마을들의 공동체적인 가치를 다루는 이야기들을 기억하며 울창한 숲길을 걸어 보면 좋다. 이어 노고지리산, 바탈봉, 군왕봉, 무진고성, 장원봉, 팔각정을 거쳐 학운초교까지 우거진 숲길을 걸어 보길 권한다. 이 코스에서는 광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무등산을 지나게 되며 잣고개에서는 광주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곳곳에서 광주의 뛰어난 자연경관을 접할 수 있고, 광주의 외경과 속살을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다. 생소한 지명이 말해 주듯이 사연이 담긴 스토리 표지판을 보며 걷는 재미가 솔솔하다.

무등산자락 다님길 구간과 겹치기도 하는 동적골은 건강 산책로, 치유의 숲길, 실버 산책로로 인기가 높으며 시간이 허락하는 경우, 윗길로 걸으면 더 숲속의 정기를 느낄 수 있다. 끝자락에서 자주등을 지나 무등중까지 내려오는 길은 약간 가파르긴 하지만 산봉우리 정자에 올라 시원함을 맛보는 쾌감은 비할 데가 없다.

근처 주민들이 즐겨 찾는 제석산을 거쳐 금당산 산책길을 걷다 보면 한여름의 무더위를 떨쳐 버릴 수 있다. 특히 임진왜란 때 의병장인 김덕령이 무등산에서 소리를 지르면 그 목소리가 금당산까지 울렸고, 한번 말을 박차면 그 말이 금당산 봉우리 옥녀봉까지 한달음에 내달렸다는 이야기도 들어볼 만하다. 풍암호수, 전평호수를 지나 백마산에 이르면 아담한 숲유치원 가는 길이 보인다. 야트막한 산에 이처럼 수목이 우거진 숲길이 있다니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도심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다양한 수종과 곤충들이 있어서 자연을 체험 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가 된다. 이 길은 서창포구 탐방길과 겹치며 만귀정을 거쳐 숨을 돌리고 나면 바로 넓은 서창 들녘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빛고을산들길은 광주의 외곽을 돌면서 동·서·남구에 이어 광산구를 거쳐 북구로 돌아오게 된다. 영산강을 벗어나 황룡강 쪽으로 건너면 평동산단이 나오고 평동저수지를 지나 한말 의병의 근거지로 맹위를 떨쳤던 어등산자락을 따라 걷게 된다. 송산유원지 일대의 소박한 마을과 어우러진 산과 강을 따라 걸으며 우리들의 각자 삶의 가치를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임곡역에 도달하게 된다.

빛고을산들길의 마지막 구간은 백우산 아래 위치한 월봉서원을 지나 진곡산단, 하남산단, 첨단산단을 거쳐 영산강변을 따라 조성된 길이다. 특히 오룡동에서부터 월출동에 걸쳐 있는 광주시민의 숲은 대구시와 맺은 달빛동맹의 상징으로 조성된 곳이다. 그래서 대구에도 시민의 숲이 있다.

요사이 파크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조용하던 숲길은 소란스러워져서 눈을 찌푸리게 한다. 또한 야영장까지 들어서 상념을 흩트리기 일쑤라 아쉽기만 하다.

광주시민들이 바로 곁에 두고도 지나쳐버린 빛고을의 소중한 둘레길.

이제부터라도 빛고을산들길을 아끼고 사랑해주면 더할 나위 없겠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인근의 둘레길을 택해 이번 주말에도 숲길을 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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