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미술관에서 진행된 전시 설명회 모습. (왼쪽부터) 주세웅·김설아 작가, 이선 학예실장, 윌리엄 허프만 큐레이터, 고미진 주한캐나다대사관 공보관, 이조흠 작가

주세웅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뒤) 작품과 이조흠 작가의 곰 조각 ‘믿음’

김설아 작가 작품 ‘이주하는 몸, 정주하는 영혼’(앞)과 ‘영혼의 모양’

입구의 파란 간판부터 천장을 이루는 나무 프레임, 바닥에 깔린 푸른 카펫까지. 이누이트 예술인들의 작업 공간인 캐나다 킨가이트 스튜디오를 그대로 구현해 놓은 듯한 모습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이누이트 예술가 작품을 선보인 이강하미술관이 올해는 남구 관내 양림미술관에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 전시를 열고 있다.

‘집 그리고 또 다른 장소들’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공동기획자인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과 윌리엄 허프만 큐레이터를 비롯해 6명의 이누이트 작가, 지역 예술가인 김설아·이조흠·주세웅이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최북단 킨가이트 지역에 방문해 리서치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지난 2년간 이누이트 작가들과 교류한 결과물들로, ‘집’ 그리고 그밖의 다른 ‘공간’에 대해 떠올린 회화부터 벽화, 영상, 조각, 설치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각 전시장은 북극 풍경을 컨셉으로 꾸며졌다. 북극해의 푸른 색, 눈을 연상시키는 흰색, 북극의 심연을 상징하는 까만색 방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누이트 예술가들의 스케치로 완성된 전시장 벽면.(위) 지하전시장으로 내려가는 통로 벽면에 설치된 주세웅 작가의 북극 영상 작품과 펭귄떼 스케치 작품.

흰 배경의 전시장 벽면은 상상과 현실이 뒤섞여 있는 이누이트 작가들의 스케치 등 지난해 캐나다 파빌리온의 레퍼런스를 보여준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통로 벽면에는 북극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 떼들의 스케치와 함께 주세웅 작가의 북극 영상 작품들이 내걸려있다.

북극의 어두운 밤 풍경 같기도 한 미술관 지하 공간에서는 작가들의 회화와 설치·조각·영상 작품을 전시 중이다.

‘영혼의 모양’을 키워드로 한 작업을 선보이는 김설아 작가는 설치 작품 ‘이주하는 몸, 정주하는 영혼’에 대해 “미시적인 따개비라는 존재의 특성에 주목해 여기에 깃든 영혼의 모양을 떠올려봤다”며 “자기가 나고 자란 곳에서 살 만한 곳으로 이주하는 삶과 그 영혼에 대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산물을 기호로 표현하는 작업을 주로 해오고 있는 이조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북극곰 조각 ‘믿음’을 선보인다.

이 작가는 “평소에 갖고 있던 곰의 이미지, 그리고 리서치를 통해 찾은 형상, 실제 곰의 해부학적인 모습을 종합한 결과물”이라며 “곰 조각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믿고 또 무엇을 믿으며 살아갈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쪽에서는 주세웅 작가의 퍼포먼스가 영상 작품으로 상영되고 있다. 스트릿댄서로 26년째 춤을 추고 있는 그는 드럼 리듬에 맞춰 땅을 빼앗긴 적이 있는 이누이트의 역사를 현 시대에 불러온다.

윌리엄 허프먼 큐레이터는 “킨가이트와 광주 작가들의 지난 2년간의 협업, 연구 등 다양한 접점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두 지역 작가들이 갖고 있는 경험들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자리로 조각과 건축, 디자인 등으로 표현된 북극의 다양한 모습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1일까지 이어진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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