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_줄리앙 아브라함 또가作 ‘바이오스포크’

옛파출소건물_사단 아피프作 ‘영원의 파빌리온’.

양림문화샘터_김자이作 ‘휴식의 기술 Ver. 도시농부(Re-member)’

한부철 갤러리_안젤라 블록作 ‘다이내믹 스테레오 드로잉 머신’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 폐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외부 전시장으로 활용되는 광주 양림동 일대 본전시 8곳, 파빌리온 5곳 전시장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양림-소리숲’을 주제로 펼쳐지는 본전시 8곳에서는 10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각 나라와 기관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다채로운 전시를 펼쳐내고 있는 5개 파빌리온에도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드라마 ‘정년이’, ‘이두나’ 등 촬영지로 유명한 양림동 호랑나무가시언덕의 가을 풍경은 인기가 높아 전시와 함께 코스 여행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양림동 골목골목에 숨겨진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양림-소리숲’ 8개 공간서 펼쳐지는 신선한 소리 풍경

본전시와 연결된 ‘양림-소리숲’은 8개의 ‘판(공간)’에서 다양한 협업 작품과 소리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먼저 양림쌀롱에는 마리나 로젠펠드의 작품 ‘뮤(μ)’가 설치돼 있다. 턴테이블 바늘이 LP판 위에서 생기는 마찰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를 담은 영상이 재현돼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희원미술관에서는 한국 전통 악기인 양금 악보를 서양식 오선보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담은 김영은 작가의 비디오 ‘오선보 이야기’가 전시된다. 소리와 듣기가 특정한 역사적 맥락에서 인식되는 과정, 악보 번역 과정에서 잃어버린 소리를 다시 찾아가는 노력이 담겨 있다.

양림문화샘터에서는 광주 출신 김자이, 김형숙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자이 작가는 로즈마리, 바질, 민트 등 허브를 재배한 뒤 마을 카페에 음료 재료로 사용하는 친환경적 소비 대안을 제시한다. 김형숙 작가는 서로 다른 시기의 나주를 비교한 비디오 작업 ‘새로운 집’을 통해 도시화와 그로 인한 갈등을 보여준다.

사단 아피프가 재창조한 옛 파출소에는 판소리 명창 김소라와 협업한 ‘영원의 파빌리온’이 전시돼 있다. 작가는 잃어버린 권위와 인권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곳에 담아냈다. 바닥에는 ‘다시 찾았도다’라는 알루미늄 동전 작품이 흩어져 있다.

용봉동 본전시 참여작가인 미라 만은 이곳 양림동 빈 집에도 다양한 작품을 연결해놓는다. 판소리 ‘심청가’를 재해석해 개인의 기억·이주·가족 희생이라는 주제를 다룬 ‘엄마의 기억은 다를 수도’, 장지로 덮인 방에 붓글씨를 쓰게 하는 참여형 퍼포먼스 ‘음의 눈, 눈의 음’ 등 여러 개 방과 옥상 외부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광주의 핫스팟으로 꼽히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는 작가 4명 작품이 전시된다. 줄리앙 아브라함 또가의 ‘바이오스포크’는 인터뷰·내레이션·사운드 구성이 어우러져 영화 속 소리의 역할을 탐구한다.

6개의 발광 안테나와 4개의 스피커로 이뤄진 전형산의 ‘불신의 유예 #3; contact’도 설치돼 있다. 이밖에도 리디아 오라만의 ‘희망의 집 아카이브’, 손수민의 ‘3개의 스마트폰, 22개의 충전기, 4개의 콘센트’가 전시 중이다.

한부철 갤러리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기계와 기계가 그려내는 드로잉으로 가득 찬 화면이 전시돼 있다. 안젤라 블록의 ‘다이내믹 스테레오 드로잉 머신’은 전시장에 울리는 음악에 반응해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다.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에는 안드리우스 아루티우니안 작가의 ‘무제(Untitled)’가 전시되고 있다. 즉흥연주곡을 느리게 재녹음해 재생한 결과물로, ‘시간의 소리’를 표현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양림동 채운 덴마크·캐나다·폴란드·스페인 예술·오스트리아 파빌리온

양림동에서는 본전시 이외에도 총 5개의 파빌리온을 만나볼 수 있다. 덴마크 파빌리온(씨움)의 ‘쇼케이스’에서는 덴마크에서 가장 유망한 청년 작가 4명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폴란드 파빌리온(이이남 스튜디오)은 내적인 평화와 깊은 사유를 중시하는 ‘정적 쾌락’을 주제로 한다. 그중 프셰미스와프 야시엘스키의 ‘(나를)기억해줘’는 유압 시스템을 사용한 설치 작품으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고향과 또 다른 장소들’을 주제로 하는 캐나다 파빌리온(양림미술관)은 광주 작가들과 캐나다 이누이트 작가들 간 협업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장을 감싸는 대형 벽화와 개별 작가들의 드로잉을 통해 캐나다 북극의 삶에 대해 돌아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이강하미술관)은 갤러리를 클럽으로 변모시킨 ‘클럽 리에종’을 선보인다. 보라색 라텍스 물결로 덮인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은 작가가 영감을 받은 카바레를 경험하며 사운드 스케이프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전시장과 건축 디자인 사이의 대화, 물질주의적 접근을 통해 광주라는 도시에서 회복을 위한 공간을 탐색하는 스페인 예술(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 22동)의 ‘휴; 안방’은 가정을 안식처로 상기시키는 작품을 전시 중이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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