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30(수)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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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의 빈집 문제는 농촌을 넘어 도시와 서울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 언론사는 최근 ‘용인시 전철역 옆에도 폐가…2040년, 서울도 빈집 쓰나미가 온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방치된 빈집들은 깨진 유리창처럼 지역 사회의 균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빈집은 약 13만2천여동에 이르며 그 중 약 68%가 농어촌에 위치하고 있다. 전남도는 빈집 비율이 16%로 전국에서 가장 높으며 최근 5년간 7천800여동이 새로 발생했다. 빈집은 방치될수록 환경을 악화시키고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 집중호우로 인해 빈집 지붕이나 담장이 붕괴되는 사례도 있으며 이는 빈집이 안전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빈집은 주택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빈집 증가가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빈집이 늘어날 때 주변 아파트 가격이 약 2천965만원 하락한다고 한다. 빈집은 전염병처럼 확산되며 주민들의 지역 사회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약화시키고 지역 공동체의 쇠퇴를 가속화시킨다.
빈집 문제는 단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은 2023년 기준 빈집이 900만채로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의 빈집도 1천608만채에 달해 인근 지역의 범죄율을 19%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헝가리도 공실률이 12.3%에 달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빈집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저마다의 해결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20년)의 조사에 따르면 빈집 증가는 인구 고령화와 지역 간 소득 격차에서 비롯된다. 특히 고령화로 인해 기존 주민이 사망하거나 요양시설로 거처를 옮기면서 주택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세대가 일자리와 교육, 문화 시설이 부족한 농어촌을 떠나면서 빈집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또, 농촌 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낮기 때문에 빈집 매매가 어려워 방치되는 빈도가 높다.
일부 지자체는 빈집을 정비 후 귀농·귀촌인에게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강진군의 월 1만원 임대주택인 ‘강진품에’와 나주시의 ‘빈집 재생을 통한 귀농·귀촌인 거주공간 조성’ 등이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 결과 농촌 지역 빈집 소유자 중 80.6%가 빈집을 철거하거나 활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 빈집 정비에 한계도 있다.
현행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빈집 정비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자치사무로 규정돼 있다. 전남도는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23년부터 도비를 투입해 빈집 정비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남도는 2027년까지 빈집 1만동을 정비하기 위해 14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지만 빈집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빈집 철거에는 동당 평균 1천만원이 소요되며 도내 전체 빈집을 정비하려면 약 2천100억원이 필요하다.
빈집 문제는 단순히 자치사무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빈집으로 인해 범죄와 화재가 증가하고 공공 환경이 훼손되며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저하된다. 범죄, 환경 문제, 공공 건강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으로 빈집 정비에도 국가적 예산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침 강원도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방 소멸과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재정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빈집 문제는 지역 주민의 안전뿐 아니라 국가 경제와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경고하듯 방치된 빈집은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토 환경과 국민의 삶의 질을 저하할 수 있다. 빈집 문제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소극적 대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자체의 노력에 응답하는 재정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될 때 지방은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빈집 문제 해결과 지방 소멸 대응에 있어 국가적 지원은 지금이 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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