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당(雲柱堂)은 교육장 개인의 방이 아닌 구례교육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온 공간입니다. 운주당의 불빛은 꺼지지만 그 온기는 구례 교육에 깊게 배어있을 것입니다.”

오는 31일 38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신제성(62·사진) 구례교육지원청 교육장의 소회다.

26일 신 교육장에 따르면 2년 전 구례교육장으로 부임한 직후 교육장실 입구에 ‘운주당’ 명패를 걸고 열린 문과 열린 마음으로 교육 가족을 맞아왔다.

그는 “‘운주당’은 이순신 장군이 계급에 상관없이 모든 부하들과 밤낮으로 소통하며 군사 전략과 정책을 수립했던 곳”이라며 “구름처럼 넓고 자유롭게 세상을 바라보며 기둥처럼 굳건히 교육을 지탱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걸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주당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고 학생·학부모·교사·지역사회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구례교육의 ‘거실’이 됐다”며 “다양한 교육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기폭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년간 구례교육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구례의 작은 학교들을 잇는 공동교육과정(권역별 미래교육밸리) 확대, 지리산을 무대로 한 지역 연계 교육 활성화(백두대간프로젝트), 적정 규모 학교 유지를 위한 구례 농산어촌인생유학 프로그램, 교육발전특구 지정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교육 기반 구축으로 이어졌다.

신 교육장은 “구례군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특화교육을 추진했다”며 “서부권역은 문화 예술미래 교육, 중부권역은 세계시민미래교육, 동부권역은 AI디지털 미래교육, 읍권역은 독서인문미래교육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례가 동편제의 고장이었지만 제대로 된 전수관 한 곳이 없었다”면서 “전남도에 건의해 소리와 가야금 등을 배울 수 있는 동편제 전수관을 설립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2년 전 걸었던 운주당 명패는 내렸지만 지역 곳곳을 다니며 지역주민을 만나고 소통하는 운주당의 정신은 여전히 구례의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라며 “불빛은 꺼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손에 들려 다시 빛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례교육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과 배움이 이어지는 한 구례의 내일은 언제나 희망으로 가득할 것으로 믿는다. 멀리서나마 미래 구례교육을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박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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