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강진군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얼마 전 대통령님께서 치아가 빠질 정도로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다는 뉴스를 접했다. 김밥으로 허기를 때우며 밤늦도록 국사를 챙기시는 모습도 목격했다. 대통령님의 노고 덕분에 사회가 빠르게 안정되고, 정상국가로 회복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취임 후 숨 가쁘게 달려오신 대통령님의 지난 8월 휴가 소식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인수위도 없이 대통령 ‘직(職)’을 수행하시며 쌓인 피로가 오죽했겠느냐 짐작이 갔다.

그런데 “대통령은 어디로 휴가를 가는지”에 대해 국민들은 관심이 많다. 올 여름 대통령님께서는 경남 거제시 저도(猪島)를 택했다. 제 기억에, 저도는 피로를 푸는 데 적격인 섬이다. 그러나 국민 출입을 원천봉쇄한 채 ‘대통령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통제한 저도에 대한 시각은 양면적이다.

대통령 휴가지라는 부러움도 있었지만, 긴 세월 국민의 접근을 막은 권위주의의 상징이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저도가 일반에 개방되면서 ‘대통령만 가는 휴가지’라는 권위는 어느 정도 탈색됐다. 어쨌든 일제강점기 일본군 시설 저도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의 ‘휴가지’로 ‘당연히’ 선택된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서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 대통령의 휴가지가 반드시 ‘저도’여야 하는가이다. ‘실용’과 ‘탈권위’에 체화되신 대통령님의 평소 언행에 비춰볼 때 이제 다른 방식의 ‘대통령의 휴가’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떻겠나?

예를 들면 ‘대통령 별장’ 저도 대신, 전국 8도(道)의 소도시를 돌아보는 형식의 휴가는 어떨까? 취임 후 ‘타운홀 미팅’으로 대도시권을 돌며 ‘경청’했다. 이제 작은 도시의 이야기도 들어보셨으면 한다. 해가 지기 무섭게 불이 꺼지는 인구소멸지역의 참담함과 그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에 귀 기울여 주시면 얼마나 큰 기운이 날까?

필자는 강진 관광을 위해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실용의 원조, 다산(茶山)의 땅’ 강진으로 대통령님을 정중히 초대하고 싶다.

지난 5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 대통령님께서는 골목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강진에 오셨다. 그 때 대통령님은 다산이 첫발을 내디딘 강진읍 사의재(四宜齊)에서 다산을 21세기, 현재로 소환하셨다.

대통령님은 “정약용 선생은 유배 중에도 조선이 더 나아지길 꿈꾼 위대한 실용주의자였다”면서 “저도 10년간 정치적 박해를 겪었지만, 정약용처럼 국민을 위한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제 대한민국도 실용과 통합, 문화 자립의 ‘경세유표 정신’을 계승해 진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대통령님이 됐다. 다산을 그토록 존경하시는 강진과의 인연을 상기하시어 다음 휴가지로 강진을 택하시는 것은 어떠신지? 강진에서 다산의 실용과 목민(牧民)에 대한 초심을 가다듬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 여겨진다.

대통령님이 강진에 오신다면, 가장 한국다운 강진형 농촌민박 브랜드 ‘푸소’(FUSO·Feeling Up, Stress Off : 감성은 올리고, 스트레스는 풀고)에서 주무시도록 하겠다. ‘조선 백반의 원조’ 강진 한정식과 식후에는 주민들과 ‘사랑방 토크’를 준비하겠다. 대통령님께서 큰 관심을 보이신 ‘반값여행’은 정부의 관심과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고, 육아수당 지급 등 강진의 인구정책은 대통령상으로 격려해 주셨다.

1960년대 말 인구 12만 명이던 강진은 지금 3만2천명도 위태한 인구소멸지역이다. 다산의 실용과 궤를 같이하겠노라 다짐했던 대통령님! 강진에서 ‘실용’과 ‘미래’를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휴가로 오시든, 어떤 형식이든 강진에서 뵐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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