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30(목) 21:25
|
팔괘로 바람은 손풍(巽風)이고 나무는 진뢰(震雷)다. 손풍과 진뢰가 상하괘에서 짝을 이루면 풍뢰익괘가 되고 상하괘를 역위하면 뇌풍항괘가 된다. 익괘(益卦)는 ‘서로에 이익이 된다’는 뜻이고, 항괘(恒卦)는 ‘부부처럼 변함이 없다’는 뜻이니 바람과 나무는 서로 돕고 살아가는 부부의 인연인 모양이다.
역경 여섯번 째 괘는 천수송(天水訟)이다. ‘송(訟)’은 ‘송사, 다툼, 싸움 등’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송괘를 득괘하게 되면 싸울 일이 있고 송사, 재판할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괘상을 보면 상괘 건천은 위로 올라가려 하고 하괘 감수는 아래로 내려오려 하니 두 기운이 교구(交媾) 화합하지 못하고 다투려고만 해 쟁송하고 다툰다는 의미에서 송괘(訟卦)라 한 것이다.
|
앞의 다섯 번째 수괘(需卦)는 건이 아래에, 감이 위에 있어서 안정감이 있지만 송괘는 정반대로 감수가 아래, 건천은 위에 있어 허리가 약하고 가슴 위에 무거운 물건을 얹어 놓은 것 같은 상으로 조금 위험하게 보인다.
‘송’(訟)의 자의(字意)를 보면 말(言)과 공(公)으로 ‘말을 공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즉, 시비곡직(是非曲直)을 공적인 장소에서 적극적으로 다툰다는 의미이다. 송괘의 감하건상(坎下乾上)의 상(象)은 감수는 내려가고 건천은 올라가는 성덕(性德)으로 서로가 사귀지 못하고 떨어져서 등 돌리고 싸우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상전(象傳)에서는 ‘천수위행’(天水違行)이라 한다. 따라서 송괘는 위에 있는 건천의 강건한 것이 아래의 감수를 눌러서 제압하고 있어서 서로의 생각이 너무나 다르고 서로 타협할 마음이 없어서 등 돌리고 싸우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듯 송괘는 상하가 뜻이 안 맞고 어긋나 있어서 처음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 있는 것과 같고 마치 물과 불처럼 반대의 성질로 천수위행지상(天水違行之象)이며 수화상원지상(水火相遠之象)이다. 속설(俗說)에 ‘송사 많은 집치고 잘 되는 집 없다’는 속담처럼, 송사 많이 하지 말고 빨리 화해로 끝내는 것이 좋으며 송사 많이 해봤자 결국은 얻는 것이 없다는 의미에서 전엽무획지의(田獵無獲之意)의 상이다.
또한 감수인 정화수를 떠놓고 건천의 하늘(북두칠성)에 빌어 정성을 다하면 귀신도 물러간다는 의미에서 종응축귀지과(從膺逐鬼之課)의 상이고, 감수 차남이 건천인 엄한 아버지를 바라보고 읊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송괘가 왜 수괘 다음에 왔는가 하는 괘순에 대해서는 먼저 수괘(需卦)를 거꾸로 엎어서, 즉 전도생괘(轉倒生卦)해 괘순(卦順)을 잡았지만, 서괘전(序卦傳)에서는 ‘수자음식지도야 음식필요송 고 수지이송’(需者飮食之道也 飮食必要訟 故 受之以訟)이라 하고 있다. 즉 ‘수(需)라는 것은 먹고 마시는 음식의 도이다. 음식에는 반드시 송사가 있다. 그러므로 수괘 다음에 송괘로써 이어 받는다’라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음식은 근본적인 욕망이고 절대로 억제할 수가 없는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로서 경멸할 수 없으며, 본디 사람은 먹는 것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역사적으로 다투고 싸워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수괘 다음에 음식을 놓고 서로 싸운다는 송괘로 받았다.
천수송괘<<※각주8.5P=상왈(象曰), 하늘과 물이 어긋나게 도는 것이 송이다. 군자는 일을 시작할 때 잘 도모해야 한다(天與水違行 訟, 君子以作事謨始). 송괘는 이궁사세로 괘는 이월에 속한다(離宮四世 卦屬二月). 납갑(納甲)은 戊寅 戊辰 戊午 壬午 壬申 壬戌이고 차용(借用)은 甲午 甲申 甲戌이다. 만약 이월 및 납갑에 생한 자는 공명부귀인이 된다(如生於二月及納甲者 功名富貴人也).>>의 괘사를 살펴보면, ‘송, 유부 질척, 중길 종흉, 이견대인, 불이섭대천(訟, 有孚 窒惕, 中吉 終凶, 利見大人, 不利涉大川)’이다. 즉 ‘송은 진심이 있어도 막힘이 있고 천명의 두려움이 있으니 중단함이 길하고 끝까지 하면 흉하다. 화해를 시켜줄 현명한 대인을 봄이 길하고 화해하지 못하고 끝까지 큰 하천을 건너감은 이롭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하괘의 구이는 양실(陽實)하고 중(中)을 얻고 있어 지성건실(至誠健實)한 유부(有孚)의 마음이 있다. 그러나 초·삼위가 모두 음으로 구이를 둘러싸고 질식시키고 있다. 더욱이 군위 구오와는 같은 양으로 정응(正應)하지 못해 감응(感應)이 없다. 이러한 상황을 두려워해 신중히 행동하고 중도를 지켜 송사를 취소하면 길하나(惕 中吉) 끝까지 송사를 하려고 하면 결국 흉화(凶禍)를 입고 만다(終凶).
천명을 두려워하고(惕), 중지하면 길을 얻지만(中吉), 이기는 것에 집착해서 끝을 보려고 하면 흉을 당한다(終凶). 수괘(需卦)에서는 의지를 버리지 않고 기다리면 결국 형통함을 득할 수 있지만, 송괘(訟卦)에서는 끝을 보려고 열심히 하면 오히려 흉하다. 따라서 송괘는 ‘끝까지 가지 말고 중간에서 멈추고 화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책(中吉 終凶, 利見大人 不利涉大川)’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상전에서도 ‘하늘과 물이 어긋나게 가는 것이 송이다. 군자는 일을 시작할 때 잘 도모해야 한다’고 해 ‘천여수위행 송, 군자이작사모시’(天與水違行 訟, 君子以作事謨始)라고 말하고 있다.
생괘법으로 보면 송괘는 원래 천지비(天地否)괘에서 왔다. 비괘(否卦)는 하늘은 오르려고 하고 땅은 아래에 있으려고 하니 상호간에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주고받지 못해 막혀있어 비괘라는 이름을 붙였다. 송괘는 원래 비(否)로서 비괘에 일양(一陽)이 구이(九二)에 날아 들어와서 송괘가 됐고 구이는 바로 송괘의 성괘주로서 감(坎)의 어려움 중에 있는 것이다. 이를 단전(彖傳)에서는 ‘강래이득중야’(剛來而得中也)라고 한다.
단사에서 말하는 대인은 구오(九五)의 주괘주인 군위(君位)를 말하고,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가면 이롭지 않고 결국 큰 하천을 건너지 못해 못에 빠져 버린다’ 해 ‘불이섭대천 입우연야’(不利涉大川 入于淵也)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송괘에서는 물조심하라는 뜻도 있다.
|
그러면 못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태도를 바꿔 중도에 소송하는 것을 포기하면 중길(中吉)해 견대인(見大人), 섭대천(涉大川)이 가능하다. 이를 괘상으로 보면 하괘 감수의 음양(陰陽)을 바꿔 내반생괘(內反生卦)를 해보면 알 수 있다. 내반생괘법은 나의 태도와 방침을 바꿨을 때 상대방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는 방법이다.
내반생괘하면 하괘 감수가 이화로 변하고 괘상은 천화동인(天火同人卦)이 되니 소송은 중지하게 되고 동인괘의 의미처럼 서로간의 뜻이 일치하고 협조하게 돼 대사를 일으켜도 성취하는 관계로 변하게 된다.
점사에서 문점 받아 득괘해 송괘를 얻으면, 지금은 다툼이 일어나 서로 싸우고 쟁송하고 있거나 앞으로 다툼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현재는 기운이 쇠해 일이 뒤죽박죽 진행되기 쉽고 남에게 비난 받을 일이 발생하니 이를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불가하며, 소송을 하게 되면 이기지 못하게 되므로 화해하는 것이 최선의 득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싸움은 피하고 소송을 제기하지 말 것이며, 지금은 운기가 막혀 진행하기 어렵고 원하는 대로 안되는 위험한 상황이니 조용히 때를 기다려야 한다.
사업, 개업, 전업, 취업, 혼인, 잉태 등은 운로(運路)가 막혀 좋은 시기가 아니므로 보류하는 것이 좋다.
기다리는 사람은 서로 뜻이 맞지 않아(天水違行) 결국 오지 않고 가출인은 길이 엇갈려서 찾을 수 없으며 가출한 원인은 가정불화이고 금방은 찾을 수 없다. 분실물은 도둑맞은 것이니 신고하고 기다려야 한다.
혼인점에서도 상대는 나와 뜻이 맞지 않는 사람이다.
병은 식독, 불식(不食), 고열, 두통, 허리 또는 아랫배가 아픈 산독(疝毒), 치질, 성병, 월경과다 등이고, 의사의 잘못 오진(誤診)의 우려가 있으며 맞지 않은 약을 먹어 치유가 늦어지거나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 빨리 치유하지 않으면 안된다.
병점에서 송괘는 유혼괘(遊魂卦)로 난증(難症), 고질(痼疾)로 길게 끄는 병의 상이니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
사람의 인물됨을 알고자 송괘를 득괘하면 그 사람은 불만이 있어 고뇌하고 있고 표면은 강하지만 고독하며 사람들과 화합하지 못해 마음의 안정을 얻지 못한 자이다.
송괘는 상대가 있는 경우에 자주 득괘하게 되는 괘로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역이생괘법이나 반복생괘법 등을 활용해 판단한다.
동인선생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