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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문해력이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능력을 의미했다면, 현대 사회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넘어 AI 리터러시라는 불가피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가AI전략위원회 박태웅 분과장은 생성형 AI(Generative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인간의 사고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고 경고한다. 학습의 필수 과정인 인지-이해-적용 단계를 생략한 채 AI를 통해 결과물만 도출하는 행위는 일종의 지적 태만이며, 이는 결국 인간의 뇌를 무력하게 만든다. AI의 대부로 불리며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의 기초를 닦은 공로로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 역시, AI가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며 발생할 인지적 퇴보와 통제 불능의 위험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최근 MIT 연구에 따르면 AI에 지속적으로 의존할 경우 뇌 활동이 최대 55%까지 감소하고, 인지적 부채(Cognitive Debt)가 쌓여 심각한 사고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야생성과 지능을 잃은 개로 만든 과정이 ‘가축화’라면, 오늘날 인간이 편리함을 이유로 AI에게 스스로 사유의 권한을 넘겨주며 퇴보하는 현상은 ‘자발적’ 가축화(Self-domestication)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기를 멈추는 순간, 인류는 비판적 사고력을 잃어버린 채 AI라는 시스템에 종속되어 지능이 퇴화된 존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실제 교육 현장의 수치는 더욱 처참하다. 최근 충남교육청의 문해력 검사 결과, 초등학생의 98%와 중학생의 92%가 1분 동안 교과서 지문 하나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숏폼(Short-form) 콘텐츠 중독으로 인한 후천적 난독의 결과다. 학생이 제출한 숙제는 대학원생 수준의 유려한 문장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이 학생의 실제 역량인지 챗GPT의 활용력인지 가늠하기 힘든 평가 불능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협력적 소통으로 모둠을 이루어 문제해결형 소논문을 작성하고 발표와 토론을 병행하는 창의융합 발표토론 교육프로그램(Creative Convergence Education Program·CCEP)과 같은 수업 모델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지난 2014-2021년 일부 경북 지역, 그리고 2021년부터 전남 지역에서 비교과프로그램으로 시행 중이며 2024년 국가교육위원회에도 공식 제안된 바 있는 CCEP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학생이 스스로 사유하고 그 결과를 소논문으로 표현하며, 나아가 타인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토론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AI를 정답 자판기가 아니라 사용자의 근력을 키워주는 지적 피트니스 코치(Fitness Coach)로 활용하며, 구두 설명과 토론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전남 행정 및 교육 통합의 시너지를 모색하는 교육감 후보자들에게 제언한다. 지역 교육의 백년대계를 설계함에 있어 ‘독서인문을 통한 문해력 강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전략이다. 미래 세대가 AI의 부속품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기능적 기술 교육을 넘어 깊이 읽고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기르는 정책적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 교육 통합 시대의 진정한 성패는 우리 아이들이 기술에 종속되지 않도록 얼마나 밀도 있는 사유의 토양을 조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AI는 축복이 될 수도, 저주가 될 수도 있다. 투명성·책임성·공평성이라는 AI 윤리(AI Ethics)를 내면화하고 독서를 통한 사유의 끈을 놓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 청소년들은 가축화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AI가 주니어(Junior) 직급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경력직 중심의 사회를 예고하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미래의 주인공이 될 자는 기술에 의존하는 자가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인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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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3 (토) 0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