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가 숨진 채 발견된 뒤 사라졌던 지리산 반달가슴곰 수컷 새끼도 사체로 발견됐다. 어미 사체가 발견된 곳에서 불과 15m 떨어진 바위틈에서였다. 어미가 폐사한 뒤 젖을 먹지 못해 굶어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는게 환경부 설명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새끼곰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서긴 했어도 살아있을 가능성은 애당초 희박했다. 먹이도 없이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기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반달가슴곰 모자의 죽음에서 우리는 야생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한 지리산의 서식환경을 복원시키려는 노력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종복원센터가 동면굴 주변에 설치했던 무인카메라를 보면 'NF-10(송원·5세)'이라는 이름의 반달가슴곰이 보여준 모성애는 눈물겹다. 동면굴에 습기가 차고 냉기가 올라오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밖의 낙엽을 부지런히 긁어모으고 새끼곰의 몸을 계속 핥아주는 등 악화된 서식환경을 견뎌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동면 중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새끼를 낳은 어미곰은 통상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활동 외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좁은 동면굴에 물이 고인 상황에 이르자 무리하게 신체활동을 하다 변을 당한 것이다.
　지난달 공단과 함께 새끼곰 출산을 축하하는 어울림 한마당을 개최했던 구례군민들로서는 특히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반달곰 서식지를 앞장서 보호하자는 결의나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지리산을 만들자는 다짐은 여전히 절실하다. 새끼곰 출산으로 결실을 맺는 듯했던 복원사업이 다시 난관에 봉착하게 됐지만 자연상태서 종을 잇기 위한 시도는 몇번이고 거듭되어야 하고 끝내 성공해야 한다. 지리산에는 아직 한 마리의 새끼곰이 어미와 함께 살고 있다. 죽은 새끼 곰을 수정시킨 수컷 곰이 지리산의 토종 수컷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래서 지리산의 자연을 자연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은 어떤 경우라도 포기해선 안된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