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해남읍 연동리에 있는 녹우당은 해남 윤씨 종택이다. 녹우당의 사랑채는 효종이 세자 시절 자신의 스승이었던 윤선도에게 하사한 집이다. 윤선도는 녹우당과 보길도 등을 오가며 다양한 시조 작품을 남겼다.

정철의 가사와 더불어 조선 시조시인 중 최고봉은 바로 윤선도(1587-1671)다. 16세기를 풍미한 문학인이자 우리나라 원림(苑林) 문화의 전통을 형성한 조경인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건축사업에 공을 남긴 실업인이자 민중을 사랑한 정치인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는 인물이다.

◇9년의 출사 40여년의 유배·은거
해남 윤씨 16대손인 윤선도는 서울 종로 연지동에서 의정부 우참찬을 지낸 윤의중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해남 종가에 아들이 없어 입양돼 대를 잇고 있던 작은 아버지 유기 역시 아들이 없자 윤선도는 여덟살 때부터 유기의 양자로 입양돼 해남 연동에서 자랐다.
천성적으로 강직하고 바르며 곧은 성격은 지녀 부당함을 보면 자신의 주장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기질로 인해 그는 순탄한 일생을 살지 못했다.
광해군 4년(1612년) 진사가 됐지만 1616년 성균관 유생으로 권신, 이이첨 등의 횡포를 상소했다가 함경도 경원과 경상도 기장으로 유배됐다. 1623년 인조반정으로 풀려나 의금부도사가 됐으나 곧 사직하고 낙향, 여러 관직에 임명된 것을 모두 사퇴했다.
1628년에는 별시문과 초시에 장원, 왕자사부가 돼 봉림대군을 보도했다. 1629년 형조정랑 등을 거쳐 1632년 한성부서윤을 지내고 1633년 증광문과에 급제, 문학에 올랐으나 모함을 받고 파직됐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이끌고 강화도로 갔으나 화의를 맺었다는 소식을 듣고 평생 초야에 묻혀 살 것을 결심하고 제주도로 항해하다 보길도에 은거했다. 병자호란 당시 왕을 호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638년 영덕에 유배됐다 1년 뒤 풀려나 해남으로 돌아갔다.
1652년 효종 3년 왕명으로 복직해 동부승지 때 남인 정개청의 서원철폐를 놓고 서인 송시열 등과 논쟁, 탄핵을 받고 삭직당했다. 1659년 남인의 거두로 효종의 장지문제와 자의대비의 복상무제를 갖고 서인 세력을 꺾으려다 실패, 1660년 삼수에 유배당했다.
그의 출사 기간은 9년에 불과하지만 유배생활은 20여년에 이른다. 은거생활이 19년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일생의 절반을 벽지의 유배지에서 보냈다. 그의 은거는 ‘세상을 잊은 행위’라기 보단 ‘세상을 피한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효종이 왕에 오른 뒤 임금을 잊지 못하고 나라의 부름에 응한 출사는 이 같은 본심 때문이었을 터다.

녹우당 입구에는 지난해 10월 개관한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제1전시실에는 해남윤씨 가문의 학문과 예술생활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서적과 고문서, 유물 등이, 제2전시실에는 윤선도와 관련된 고문서와 유물, 윤두서와 윤덕희의 작품 등이 전시돼있다.

◇16세기 풍미한 시조시인 1인자
‘어부사시사’, ‘오우가’, ‘산중신곡’, ‘산중속신곡’, ‘고금영’, ‘증반금’, ‘몽천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시조. 이는 모두 윤선도의 작품이다.
조선시대 문인들이 한문학의 틀에 갇혀 있을 때 그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려낸 작품을 이뤄냈다. 그의 시조에는 세상에 대한 고민과 사람·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윤선도의 문학활동 주무대는 해남군 현산면 중에서도 금쇄동과 수정동, 이수동 등 세 곳이다. 이곳에서 10년을 번갈아 머물렀다. 금쇄동을 배경으로 ‘산중신곡’, ‘산중속신곡’, ‘고금영’ 등의 시편을 쏟아냈다. 완도 보길도의 부용동에서는 일곱 차례에 걸쳐 약 12년간 풍류했다. 그는 격자봉 아래 집을 지어 낙서재라 했다. 조상이 물려준 막대한 재산으로 십이정각, 세연정, 회수당, 석실 등을 지어 놓고 마음껏 풍류를 즐겼다.
보길도를 배경으로 한 ‘어부사시사’는 조선 시조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윤선도는 ‘악장가사’에 전하는 ‘어부가’와 농암 이현보의 ‘어부장가’를 접한 뒤 순국어체 형식을 취한 어부가를 창작했다. 춘사(春詞)와 하사(夏詞), 추사(秋詞), 동사(冬詞) 등 네 편의 노래로 제작했다. 각 편은 각각 10수로 총 40수의 연장형 구성이 특징이다.
윤선도가 유배를 떠나며 지은 시에서는 끝까지 왕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신하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았으며 은거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현실 비판과 이상 세계에 대한 꿈을 노래했다. 그리고 ‘가어옹(假漁翁·속세를 벗어나 낚시질이나 하며 시와 술을 벗하며 강호에 묻혀 지내던 양반을 일컬음)’으로 복잡한 세상을 떠나 자연과 함께 하고자 했던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즉, 유학자로서 충과 효, 백성을 위한 위민 의식을 시를 짓고, 세상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우리말로 노래했던 위대한 시인이었다.

◇탁월한 문학적 역량 생활 속에서 표출
해남을 기반으로 한 윤선도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확고한 자기 주관을 설정하고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조선 지성인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열세에 있던 남인가문에서 태어나 집권세력인 서인 일파에 강력하게 맞서 왕권 강화를 주장하다가 유배·은거를 반복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화려한 은거생활을 누릴 수 있었고 그의 탁월한 문학적 역량은 이러한 생활 속에서 표출됐다. 그는 자연을 문학의 제재로 채택한 시조작가 중 가장 탁월한 역량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자연을 제재로 하되 그것을 사회의 공통적 언어관습과 결부시켜 나타내기도 했다. 혹은 개성적 판단에 의한 어떤 관념을 표상하기 위해 자연을 임의로 선택하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 자연은 엄격히 유교적 윤리세계와 관련을 맺는 것으로 표현했다. 반면, 자연과 직접적인 대결을 보인다던가 생활현장으로서의 생동하는 자연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그가 자연이 주는 시련이나 고통을 체험치 못하고 유족한 삶을 누렸기 때문이다.
은둔과 풍류의 즐거움으로 자족하기도 했지만 그의 일생은 출사와 유배, 은둔이 거듭되고 희비가 교차하는 생애였다. 다시 말해 ‘시련과 극복’, ‘득의와 풍류’, ‘고난과 개척’의 평생이라 할 만 하다.

녹우당 현판은 윤선도의 증손자인 윤두서와 절친했던 이서가 써 준 것으로 사랑채에 걸려 있다.

◇해남윤씨 역사 오롯이 담긴 녹우당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에 위치한 해남윤씨녹우단(綠雨壇)은 윤선도의 고택이다. 그 중 녹우당(綠雨堂)은 해남 연동마을의 해남 윤씨 종택을 일컫는다. 녹우는 녹음이 우거진 때 비가 내린다는 뜻과 동시에 어초은파의 시조인 윤효정이 강진에서 해남으로 터를 옮긴 이후로 지금까지 해남 윤씨 종가의 터로 유지돼 있다.
녹우당의 전체적인 구조는 대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행랑채와 마당을 지나 그 옆면으로 배치된 사랑채, 서남쪽 모퉁이에 있는 연못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
사랑채는 효종 임금이 세자 시절 자신의 사부였던 윤선도가 수원에 있을때 하사한 집이다. 옛 사부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는 집이다. 윤선도가 82세 되던 해인 1668년 배를 이용해 해남으로 옮겨와 다시 지었다. 서향을 하고 들판을 내려다보이는 장소에 세워졌다. 전면과 우측면에 툇간을 둔 네 칸 집으로 좌·우측에 각각 두 칸씩 사랑방과 대청이 배치됐다. 경기도의 민가를 호남으로 옮겨온 건물이다.
/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이경수 정치부장 ▲오성수 특집기획부장 ▲김재정 사회부 차장대우 ▲김기식 사진부 차장대우 ▲정다운 문화여성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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