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여름이 실종됐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8월 한달 내내 비가 내리는가 하면, 지난해 보다 장마 기간이 늦춰지면서 ‘가을장마’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여름철 장마 기간은 지난 2012년 29일, 2013년 45일로 집계됐다. 올해는 지난해(6월18일-8월2일) 대비 보름가량 늦게 시작 된 7월2일부터 29일까지 총 27일로 나타났다.

장마 후 강수량은 2012년 514.5㎜, 2013년 293.2㎜이며, 올해는 7월 기준 301.7㎜로 나타나 같은 기간대비 강수량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여름인 올해 8월 최저 기온은 19.5도, 최고 기온은 31.9도로 평균 24.7도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최고 기온 36.2도와 비교했을 때 4도 이상 차이 나는 수치다.

또 올해는 8월 한 달 간 현재까지 단 8일을 제외하고 17일 간 꾸준히 비가 온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지난달 너구리·할롱·나크리 등 3개의 태풍이 국내에 직간접 영향을 끼치면서 강수량이 증가, 기온이 올라가지 못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이른 추석을 앞두고 과수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박, 참외, 배, 사과 등 일조량이 풍부해야 당도가 높아지는 대부분의 과일들이 일조량 부족 등으로 품질이 저하되거나 제때 출하되지 못한 데서다.

문제는 다음달까지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돼 농가의 시름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다. 광주기상청 예보과 관계자는 “이달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온이 올라가는 시기인데 태풍이 지나가면서 강한 일사량이 저해돼 기온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체감으로 느끼기에도 지난해는 10여년만의 폭염으로 무더위가 지속됐는데 올해는 기온이 높지 않고 비가 많이 내려 시원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장마 이후에도 9월 초까지 덥다고 할 정도로 폭염이 이어졌으나 올해는 가을장마라고 할 정도로 장마가 늦게 시작됐고 지속될 예정이어서 무더위 한여름을 찾아 볼 수가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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