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또다시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에 실패했다. 입지 선정이 ‘정치적 힘의 논리’에 따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지역 정치권의 무능함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8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전날 500억원대 사업비가 들어가는 호남권 직업체험센터(잡월드) 건립지를 순천으로 최종 확정했다. ‘호남 중심도시’를 앞세워 2년 간 공을 들여온 광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됐다. 광주는 순천이 유치전에 뛰어들기 한참 전에 정부 부처에 첫 제안을 했고, 그동안 시교육청과 함께 TF팀을 운영하는 등 유치활동에 전력해 왔다.

이를 놓고 지역내에서는 순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존재감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교통 등 입지여건이나 이용객 확보, 시너지 효과 등 모든 평가항목에서 순천에 뒤질 것이 없는 상황에서 여당 수장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4·13 총선에서 호남권 잡월드를 유치하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국민의당 김경진(광주 북갑)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정치적 외압 외에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평가 자료 및 선정 사유 공개를 요구, 이를 뒷받침했다.

시교육청도 “예정 부지가 주택가이며 접근도로가 협소하다는 등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들어 순천을 선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며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 관련 정책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는 지난 6월 한전 에너지밸리 R&D(연구개발)센터 유치에도 실패했다. 나주혁신산단으로 확정된 R&D센터는 신재생에너지, 신소재 등 신에너지 기술개발과 에너지신산업 및 미래 신기술 실증인프라 구축, 에너지밸리 입주기업에서 개발한 제품의 성능을 시험하고 실증하는 연구개발 기관으로, 사업비 규모는 1천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잇따른 국책사업 유치 실패로 광주지역 정치력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20대 국회가 16년만에 여소야대 체제라는 호기를 맞았음에도 불구 현안 해결이나 국비확보 등에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지역구 8석을 석권한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새누리당간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호남권 잡월드 유치 결과는 결국 집권여당의 수장인 이 대표 혼자서 광주 정치권 전체를 누른 것으로 봐야 되지 않겠느냐”며 “이렇다할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지역민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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