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길 作 ‘나만의 풍경’ <작가 제공>

서양화가에서 조각가로, 조각가에서 또 다시 서양화가로 돌아온 최만길 작가가 22년 만에 네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최만길 작가는 오는 30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의거리에 위치한 자리아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나만의 풍경’을 주제로 한 이 전시에서 최 작가는 최근작 회화 30여점을 선보인다.

대학시절 서양화를 전공한 최 작가는 한동안 조각가로서의 삶을 살아 왔다. 하지만 소아마비로 인한 지체3급 장애를 앓고 있어, 무거운 재료를 옮기고 다뤄야 하는 조각이라는 장르는 그에게 늘 난관으로 작용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광주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후배 양성에 힘을 쏟아 왔다. 한국화랑협회 정회원으로 갤러리를 운영하며 국내·외 유명 아트페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등 광주미술 발전에 기여해 왔다.

갤러리 운영과 대관 등 사업과 별개로 그는 본격적으로 올해 초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전업작가로서의 삶을 다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러 재료를 혼합하고 새로운 기법을 창안,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갔다. 한지 위에 펼쳐진 선과 색의 형태를 자유롭게 주물러, 작가 자신만의 풍경을 완성해 갔다.

비 오는 날 유리창에 비치는 풍경, 습기가 가득 찬 창을 손으로 문질렀을 때의 모습, 블라인드 바깥으로 보이는 형상 등 생각 속에 머물러 있던 자신만의 풍경을 캔버스 안에 담아냈다.

특히 인근 서예원에서 사용하고 버린 연습지들을 수집해, 조형미를 더해 재해석했다. 먹이 묻어 있는 붓을 빠느라 사용된 한지, 붓글씨를 연습한 한지 등을 캔버스에 찢어서 붙이고 그 위에 회화를 더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풀어냈다.

최만길 작가는 “어느 날 나는 나만의 풍경을 찾았다. 그 표현을 위해 무수히 많은 재료의 물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며 “한지 위에 펼쳐진 선과 색의 형태를 혼합했다. 형태는 언어가 되고, 조형의 미로 표현돼, 마침내 나만의 풍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작가는 “지난 60년의 삶을 돌이켜본다. 수많은 사람과 얽히며 좋았던 기억도 있었고, 나빴던 기억 또한 있었다. 그 기억을 표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한지 작업에 몰두하며, 나는 자연스럽게 기억의 흔적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때로는 언어를 붙이고, 또 지우기도 했다. 마치 전생과 현생의 혼백이 뒤엉켜 춤을 추는 듯 했다”고 강조했다.

/정겨울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