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광천터미널 맞은편에 48층 마천루가 섰다. 바벨탑은 지금 광주 곳곳에 우후죽순이다. 지난해 말 기준 43만2천989세대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광주가 아파트시대를 연 것은 1970년말로 운암동 5천 세대 주공아파트가 그 상징이다.

광주최초 아파트 서막은 1966년 계림동 505-126번지에 세운 미도(美都)이다. 1930년 말 경양방죽 1차 매립지 가장자리에 3층 27세대로 1·2층 각112평, 3층 98.1평 규모였다. 1973년 전화번호부엔 대지여관으로 나오며, 505-409번지에 미도건축설계사무소도 보인다. 건축물대장에는 4층 19.2평이 추가돼 있다.

계림동 미도아파트 옛 모습(2020.근대광주 건축문화와 건축가들:천득염·김현숙 광주문화재단, 사진上)과 미도아파트 터의 현재 모습(2021.향토지리연구소).

미도아파트 일대 개관도(2021.향토지리연구소).

전하는 사진을 통해 건물을 읽어본다. 무등로를 향해 북동향을 취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은 좌우익(翼)형에 주실을 배치한 듯하다. 중앙연결 통로 앞에는 한옥지붕이 보고, 2층 난간은 톱니무늬로 꾸며 개성이 돋보인다. 내부구조와 평형은 자료를 아직 못 구해 안갯속이다.

사동 111번지에 주소를 둔 건축주 김수곤은 1964년 호남명감에 따르면 삼양토건사(금남로5가66) 상무이사(41세)다. 그는 1962년 505-126·149번지 밭 102·99평을 김죽백으로부터 구입한다. 1981년 계림동 505-1220번지로 주소지를 바꾸고, 1989년 일곡동 광주노씨 참판공문중에게 여관을 넘긴다.

1998년 563-1번지로 지번이 변경됐다. 21세기 초 모텔과 온천장 간판을 보인 흰색건물은 2012년께 철거되고, 대명목재사가 있다가 지난해 어린이전용 수영장인 스위밍차일드 교육센터 2층 집이 들어섰다.

남쪽 곁 536-2번지 4층 건물은 충장로4가 33-2번지에서 1972년 이사 온 국립농산물검사소가 쓰던 것이다. 2001년 월계동 868-5번지로 가고, 현재 에스씨종합건설과 원어민 팅하오중국어가 있다.

1912년 지적원도와 1915년 토지대장을 보면 광주군 풍향리 574번지는 6만5천418평으로 지소(池沼)였다. 1940년 1만8천832평 유원지 공유수면으로 줄고, 메워진 새 땅은 택지와 도로로 변했다. 505-328번지로 남은 경양호는 1968년 자취를 감췄고, 이듬해 505-900번지에는 광주시청이 광산동 63번지에서 이사 왔다. 광주시청은 2004년 치평동으로 옮기고, 2008년 홈플러스가 문을 열었다.

광천시민아파트(2021.향토지리연구소).

광주시의 본격 아파트시대를 연 광천시민아파트는 1969-1970년 공영프로젝트로 진행됐다. 광천동 650-7번지 1천여 평에 남서향 중간동을 비롯 ‘ㄷ’자로 3층 3동이 선 것이다. 건물규모는 건축면적 557평, 연면적 1천374평으로 184가구 9평형이다.

1910년대 운암리 650번지 1만7천여 평은 대자리 일본육아원 부지였다가 1929년 전남축산협동조합연합회, 1934년 전남농회 소유였다. 광복이후 금남로5가 91번지 최기영과 여관구 땅이 됐다. 아직 남아 있는 건물은 측은몰골 자체로 가까이 보인 최고층아파트와 확연히 대비된다. 뒷켠에 위치한 광천동성당에 들어서자 들불야학 흔적이 새겨져 있다.

광천동성당 들불야학터에서 본 광천시민아파트와 호반써밋.

두 번째 공영아파트는 광주천변 학동시영아파트이다. 1970년 학동 898번지에 3층 2동 건물로 48세대가 13평형에 입주한다. 2012년 헐리고, 백범기념관과 학동역사공원이 조성됐다. 근처에 1930년대 팔거리 갱생촌과 1940년대 형성된 해방촌 백화마을은 휴먼시아와 백화아파트로 변했다. 1910년대 홍림리 898번지 1만1천702평은 임야로 평북 희천군에 주소를 둔 이용규 소유였다.

광주천변 학동 시영아파트(2007.향토지리연구소).

산수동공무원아파트(2021.향토지리연구소).

1971년 산수동 언덕에 3동은 오늘날과 엇비슷한 편의·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첫 아파트다움이었다. 산수동 463-12번지 4층 20평형 32가구 가동, 5번지 4층 나동과 9번지 3층 다동 15평형 28가구이다. 모두 60세대 중에는 전대 교수들도 끼어 있어 사학과 최몽룡 교수는 가동 102호에 살았다.

폼 난 아파트 사이를 비집고, 1984년 동진맨션 3동 121세대가 더불어 섰다. 1910년 장호리 463번지 2천137평은 분묘지로 광주면 땅이었다가 밭으로 변환된 뒤, 1966년 광주시를 거쳐 총무처 소속이 된다.

1973년 백운교차로에서 서문대로 330m쯤인 주월동 389-5번지에 남서향으로 3층 2동으로 연면적 727평, 13평형 56가구 세 번째 시민아파트가 지어진다. 1975년 한국병원 남측인 쌍촌동 323번지에 9동 13평형 300세대의 주공아파트가 건립되고, 일부는 상무대 장교들이 입주한다. 2018년 뒷안길로 사라지고, 상무엘리체아파트로 거듭났다.

1977년 실질 민간아파트 시대를 연 양동 5층 4동 280가구 우진아파트에 이어 금남로3가 7번지 25평 48세대 금남맨션과 충장로 3가 93-5번지 34평 49세대 무등맨션은 10층 시대를 표했다. 이듬해 양동 61-3번지 12층 22·30평 216세대 삼익맨션은 꿈같은 ‘맨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외곽 아파트 바다를 이룬 것은 운암주공1-3단지아파트였다. 1979-1984년 운암동67-69·252·294·318·318·364·366·789번지 일대 149동 13·15·16·17·24평 5,613세대가 무늬를 놓았다. 1단지는 1995-2006년 14-18층 1천490세대 롯데낙천대로 2단지는 2003-2008년 24동 20-26층 2천753세대 벽산블루밍으로 재건축됐다. 3단지도 새집으로 탈바꿈이 시작됐다.

고물책을 뒤적거리니 운암주공아파트에 주소를 둔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아하 이 친구 둘이 같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과커플이 되었구나.” 어디까지나 지리좌표 속에 상상 짐작이다.

동료 선생님 집들이 초대로 학동 평화맨션을 방문했던 ‘응답하라 1986!’ 증심사천변 남향으로 밝은 햇살 만끽, 추억열차를 따라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 “1동 1401호 들어갈 때 2천400, 팔 때도 2천400, 88올림픽 끝나고 8천 간다했네. 이래저래 돈복이 없는 놈일세” 안방에 대형 거울이 부착된 음악대장님의 답이다.

나는 20세기가 저물어 갈 즈음 산수동 선덕사 어귀 연립주택 전세살이를 마감하고, 일곡동 롯데아파트 109동 101호에 1억2천만원을 주고 짐을 풀었다. 불어나는 책 탓이라며 몇 해 뒤 근처 자연마을에 집을 지어 이사했고, 지금은 광주그린벨트 속, 1969년에 지은 담양군 한옥에 살고 있다.

슬슬 농부 병에 접어들어 병원산책 차 광주 나들이가 잦아진다. 대기업 명칭과 브랜드 아파트가 솟아오른다. 아파트 숲, 성(城)이 자명하고, 값도 하늘을 찌른 감을 느낀다. 현실 숙명, 대세이다. 어느 날 나도 초고층 스마트주상복합아파트에 살다가 승천하겠지. 우리가 만든 것이 자연이고, 최초가 최신이니까./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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