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동물 중 10마리 이상은 해마다 서로 싸우는 과정에서 죽거나 사고사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육사들은 이를 ‘투쟁사’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죽음은 해당 동물의 생태 특성만 잘 이해하면 막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동물원의 생태 환경 등이 빚어낸 비극이라는 지적이 많다.

19일 취재진이 우치공원관리사무소에 ‘동물 폐사 현황’(2016년 1월1일-지난해 12월31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5년 간 우치동물원에 갇혀 살다 투쟁사·사고사로 죽은 동물 수는 모두 180마리 중 52마리로 조사됐다.

한 해 평균 10마리 이상이 좁은 공간에 갇혀 서로 싸우거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연도별로는 ▲2016년 전체 폐사 동물 수 40마리 중 8마리(투쟁·사고사) ▲2017년 〃27마리 중 6마리(〃) ▲2018년 〃39마리 중 11마리(〃) ▲2019년 〃44마리 중 14마리(〃) ▲지난해 〃30마리 중 13마리(〃) 등이다.

동물원 환경과 직결된 질병사까지 더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지난 5년 간 모두 81마리가 질병으로 폐사 했는데, 연도별로는 ▲2017년 24마리 ▲2018년 19마리 ▲2019년 15마리 ▲2020년 9마리 등이다.

비좁은 공간과 관리자 편의 위주의 콘크리트 바닥에서 갇혀 지내다 질병과 투쟁·사고로 전체의 73.89%인 133마리가 사망했다. 반면 노령 등으로 인한 자연사는 지난 5년 간 47마리(26.11%) 뿐이었다.

지난해엔 말레이가이알 악어를 포함한 엘리게이터 악어와 사바나 왕도마뱀 등 파충류 4마리가 폐사 한 점이 눈에 띈다. 앞서 2019년엔 붉은이마 행무 8마리가 집단으로 죽었다.

2019년과 지난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달가슴곰 등 2마리가 죽었는데, 이 당시엔 왕관앵무·솔로몬유황앵무·구렁이·붉은모란앵무·아나콘다·살모사·구렁이 등 조류와 파충류의 폐사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나이든 개체의 질병사는 피할 수 없지만 어린 개체의 질병사나 투쟁사 등은 생태 환경만 바꿔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좁은 공간에 동물을 가두기만 할 뿐 관리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소극적 행정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치동물원 측은 폐사된 동물의 직접 사인(다른 야생 동물, 뇌출혈, 세균 감염 등) 등에 대한 언급조차 외부에 밝히길 꺼려할 정도로 폐쇄적 운영을 하고 있다.

광주 우치공원관리소 관계자는 “폐사한 동물의 직접 사인에 대해선 비공개 처리를 하고 있다. 다만 폐사율은 다른 곳(다른 동물원)에 비하면 크게 낮지(다르지) 않다”면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폐사한 동물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행·오승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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