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9(수) 21:29
만두 하나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쓰레기로 버려져야할 단무지로 만두소를 만들어 속을 채워넣었으니 그럴'만두'하다.
사실 먹거리와 관련해 과거 수없이 벌어진 '파동'은 망각해버리고 사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한 것이 우리 국민들이다. 일일이 기억해내라면 우리에게는 마음놓고 먹을 거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불안한 먹거리를 일거에 쓸어버릴 것처럼 펄펄 끓는 언론 때문에 덩당아 무슨 특단의 조치인양 식품안전종합대책을 내놓곤 했던 정부의 모습도 기억에서 쉽게 꺼낼 수 있다. 이번 만두 사태에 대해 사법당국이 어김없이 전쟁을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솜방망이에 불과한 법을 뜯어 고치지않는한 이번 파동 역시 두어달쯤이면 기억에서 잊혀질 것이 뻔한 상황인 것도 영락없이 닮았다.
우려되는 영세상인들
메밀가루나 밀가루를 반죽해 소를 넣고 빚어서 삶거나 찐 만두는 중국에서 전래됐다. 고려사 충혜왕조에 '내주에 들어가 만두를 훔쳐 먹은 사람을 처벌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미뤄 이 때 이미 전래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고려사에 기록된 만두가 밀가루를 발효시켜 고기나 채소로 만든 소를 넣고 찐 포자(包子·만두)인지, 밀가루로 만든 얇은 껍질에 소를 싸서 끓이거나 기름에 지지거나 찐 교자(餃子)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고려가요 쌍화점(雙花店)에 나오는 쌍화가 바로 밀가루를 발효시켜 소를 넣고 찐 음식이어서 중국의 교자가 고려시대 그 이름을 바꿔 수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조선시대에 와서는 만두는 상화(霜花, 床花)로, 교자는 만두로 명칭이 바뀌어 전해져 상화라는 음식은 사라지고 교자만이 만두라는 명칭으로 이어져온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 만두에 관한 기록이다. 만두의 역사를 들추는 이유는 이번 사태가 이처럼 오랜 '만두사'에 큰 오점을 남겨서일뿐만 아니라 대량생산되는 냉동식품으로 획일화된 만두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두를 생산 판매해오고 있는 영세상인들에게 치명타를 가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번 '쓰레기 만두' 사태는 그나마 남은 전통만두가게를 아예 없애버릴지도 모른다. 기업윤리는 찾아볼 수 없는 유명식품회사들 때문에 영세한 상인들만 또 피해를 입게된 것이다.
파동의 주범은 OEM
이번 사태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인 시민들과 소비자단체들이 겨냥하는 비난의 표적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다. 설비투자없이 제품을 생산, 판매할 수 있어 대형식품업체들이 선호한다. 이 방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로부터 주문을 받은 하청업체들은 정해진 납품단가에 제품을 생산하느라 쓰레기 단무지에까지 손댈 수 밖에 없다. 원료가 되는 농산물이 파동을 겪어 값이 치솟아도 대기업들은 단가를 높여주질않아 수단과 방법을 가릴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흔히 업계에서는 이윤이 7%만 되어도 이를 '꿈의 마진율'이라고 부르지만 우리 대기업의 마진율은 무려 15%대에 이르는 경우까지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실정이라면 제2, 제3의 쓰레기 만두 파동은 되풀이 될수 밖에 없다. 더구나 소비자들은 대형식품업체의 브랜드만으로 제품을 고른다. 이 때문에 이들이 정당한 기업윤리로 재무장하고 하청업체 관리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한 그 피해는 이번처럼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겨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 주권 찾기 나서야
올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최민식).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는게 좌우명(?)인 그가 누군가에게 납치돼 사설감방에 갇힌채 15년을 보내면서 유일하게 목숨을 이을 수 있었던 것이 만두다. 쓰레기 만두로 온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있는 상황속에 바로 이 '올드보이'를 패러디한 합성사진이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소비자 주권찾기운동에 불을 붙여놓고 있다. 인터넷에서 엄청난 클릭수를 자랑하며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최민식의 분노'란 제목의 합성사진은 원래 영화속에서 최민식과 강혜정이 전자상가에서 '도청당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만두소 만든 자식 찾으로 왔소'라고 바뀌어 있다. 인터넷에는 쓰레기 만두회사 퇴출 카페를 비롯해 소송을 제기하자는 카페 등 시민들이 스스로 소비자의 주권을 찾기 위한 동호인 모임이 속속 결성되고 있다. 거의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식품파동은 이제 당국의 책임있는 뒷마무리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처벌법규가 솜방망이 수준이니 시민들 스스로 나서야 할 상황인 것이다. 기왕에 소비자 주권 찾기에 나선 터이다. 이제 시민·소비자의 힘으로 먹거리가 가장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볼 때가 됐다.
princeps@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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