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을 생명의 강으로] <4>샛강을 살리자
　본류에 사업집중 오염 근원 차단 역부족
　전남도 부담 샛강 사업비 1조2천억 규모
　시·군 재정 열악 향후 예산 확보 힘들듯
　
　정부가 추진 중인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내용을 살펴 보면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사업의 방향이 영산강 본류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본류로 유입되는 샛강에 대한 사업계획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영산강 살리기가 눈에 보이는 부분에만 치중, 자칫 전시성 사업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샛강의 근본 오염원을 차단하지 않을 경우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허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전남도가 영산강 살리기와 별도로 샛강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것도 이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샛강 오염, 영산강 황폐화의 근원
　영산강으로 유입되는 170개의 샛강은 향후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좌지우지할 핵심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샛강의 수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본류에 어떤 처방을 내리더라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
　영산강의 170개 샛강 중 163개 하천이 지방 2급 하천이다. 그간 영산강 본류 위주의 수질개선 대책만 추진된 데다, 샛강에 대한 관심 부족이 맞물리면서 샛강 수질 오염이 영산강 본류의 수질 오염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영산강 상류 저수지 축조로 인해 대부분의 샛강이 갈수기에 마른 하천으로 바뀌는 것도 큰 문제다. 즉, 유량이 급감하는 것도 오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수중보 설치로 물길 정체 현상이 심화되고 가축분뇨, 각종 쓰레기, 처리되지 않은 하수가 무분별하게 영산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하천 4천300여개 정비 구상
　영산강살리기 사업에 발맞춰 전남도가 올해부터 추진키로 한 '샛강 프로젝트'는 지방하천 555개소와 소하천 3천762개소 등 4천317개소가 넘는 모든 하천을 정비하는 프로젝트다.
　박준영 전남지사의 지시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영산강의 샛강 뿐만 아니라, 전남도내 모든 하천을 대상으로 하면서 사업효과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수계별로는 영산강권이 지방하천 136개소(1천519㎞), 소하천 1천78개소(2천395㎞), 섬진강권은 지방하천 102개소(439㎞), 소하천 387개소(791㎞)다. 또 기타 수계가 지방하천 317개소(1천266㎞), 소하천 2천297개소(1천861㎞)다.

　◇영산강 수질개선 근본 치유책
　샛강 프로젝트는 크게 자연재해예방과 오염물질의 하천유입 억제, 하천정비, 하천수량 확보 등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재해예방분야(국토해양부 소관)의 경우 4천317개 하천의 하상정비와 개수가 주요 사업이다.
　오염물질의 하천유입 억제 분야(환경부 소관)는 하수종말처리시설 신·증설, 하수관거 정비, 마을하수도, 축산·분뇨 처리시설, 생태하천 복원사업, 산업폐수 처리시설, 비점오염저감시설 확충 등이 추진된다.
　또한 샛강정비 분야(소방방재청)를 통해 하도정비(준설)와 천변저류지 및 인공습지 조성 등 오염된 바닥을 긁어내고 친환경적인 부대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이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하천수량 확보사업(농림수산식품부)은 본류의 물을 상류로 양수해 재이용하는 방안과 농업용 저수지 숭상(둑 높임) 및 신규 저수지 건설, 하천유지용수 확보를 위한 강변 여과수 개발 등이 포함됐다.

　◇막대한 재원 마련이 최대 관건
　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장기사업으로 추진될 샛강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사업비는 지방하천 1조5천860억원, 소하천 1조6천265억원 등 총 3조2천125억원으로 영산강 살리기 사업 예산 2조7천억원보다 5천억여원 가량 많다.
　대부분 국고로 추진되는 영산강 살리기 사업과 달리 샛강프로젝트는 40% 이상이 지방비 부담으로 설정돼 있다. 실제 전남도가 부담해야 할 샛강프로젝트 사업비는 지방하천 6천억원, 소하천 6천400억원(시·군비 포함) 등 총 1조2천400억원 규모다. 열악한 전남도와 22개 시·군의 재정형편을 감안할 때 향후 예산 확보가 녹록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영산강 및 섬진강 수계 지방하천 238개소(713㎞)에 소요되는 사업비 1조4천260억원은 내년에 수립될 4대강 살리기 종합계획에 포함시켜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또 기타 수계 지방하천 317개소(80㎞) 사업비 1천600억원은 국토해양부가 시행하는 하천재해예방사업에 포함시켜 추진하는 한편, 3천762개소(3천253㎞)의 소하천은 소방방재청의 소하천정비사업과 연계할 방침이다.
　특히 40%에 이르는 지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고 지원율을 80%까지 상향해줄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지난 6월 샛강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샛강프로젝트를 4대강 살리기 등 정부사업과 연계, 사업비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샛강이 살아나면 영산강과 섬진강의 수질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랑 살리기로 영산강 수질개선을
　강창민 초당대 교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다. 도랑이 맑아야 강이 산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특히 정부)는 이런 간단한 이치도 모른 채 막대한 예산을 본류(4대강)에만 투입해 왔다.
　강의 오염은 본류 자체보다는 상류에 위치하는 도랑에서 주로 발생한다. 지난 2년 동안 전국 250개 도랑을 조사한 결과, 예전 도랑치고 가재 잡던 곳은 사라져 버렸다. 분리되지 않은 생활하수가 그대로 흘러들고 쓰레기를 태우거나 방치하는 곳으로 변해 버렸다.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로 인공수로가 돼버렸다.
　이렇게 유입된 생활하수나 쓰레기가 샛강과 본류에 합류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또 다시 본류 중심의 4대강 정비사업에 올인 한다 하니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물론 4대강 사업이 수질개선 뿐만 아니라, 치수(홍수예방, 수자원 확보 등) 기능도 함께 고려하는 다목적 사업이라 하지만 강의 실핏줄과 같은 도랑을 방치한 채 본류중심의 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질 수 없다.
　우리는 도랑의 기능회복을 통해 생명의 물을 살려야 한다.
　정부는 14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4대강에 집중 투자하려고 한다. 그 예산은 전국 마을 10만곳에 1억원 이상을 줄 수 있는 돈으로, 그 일부만 가지고도 마을 도랑과 주변 환경을 깨끗이 살려 본류를 맑게 할 수 있다.
　과거 새마을운동이 농촌 주거 및 취락 개량사업을 통해 농촌생활개선에 기여했다면 도랑 살리기는 수질개선 뿐만 아니라 농촌과 도시의 주민들과 함께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사업이 될 것이다.
　정부 각 부처는 현재 저마다 행복마을가꾸기사업, 생태마을가꾸기사업, 지역활성화사업, 문화마을가꾸기 사업 등 농산어촌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사업의 최종목표는 해당지역의 발전과 지역주민이 만족하고 행복해 하는 것일 것이다. 모든 사업은 맑은 물의 공급을 기초로 할 때 진실로 성공된 사업이 될 것이다. 따라서 도랑 살리기 사업이 이러한 각종 사업과 연계해 이뤄진다면 '아쿠아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도랑의 기능 및 수질회복을 위한 기초조사, 도랑의 수질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 주민에 의해 관리되는 하천보전 활동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
　도랑 살리기 운동은 물을 통한 지역의 공통체 회복 운동이며 국토의 청정과 생태회복운동이다. 즉, 국민 모두가 공통으로 참여해야 할 주민운동이다.
　환경부 및 전남도를 포함한 관의 예산 지원과 관련 연구자의 자발적 참여, 지역 환경 및 사회단체의 참여, 해당 주민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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