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0(일)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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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대표상징인 ‘민주’는 2000년 이후 지자체간 이미지 경쟁이 불붙으면서 광주만의 것으로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산시의 경우 이승만 정권 붕괴의 시발점이었던 1960년 3·15의거를 매개로 해서 ‘민주의 도시 마산’ 이미지 작업을 활발하게 전개해 왔다. 그 결과 50주년을 맞은 올해 3·15 의거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관련 추모행사를 대규모로 개최했다.
부산은 광주민주화 운동 직전인 1979년 10월 발생한 ‘부마항쟁’과 87년 6월 항쟁을 한데 묶어 민주도시 육성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부마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부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5·18기념재단 등과 함께 기념식 등 다양한 행사를 가졌으며,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국가기념일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서울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며, 일부 지역은 전국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시위를 승화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구의 경우 1960년 3·15 부정선거가 터지기 직전인 2월28일 학생들이 시위한 것을 계기로 기념탑을 만드는 한편 100억원의 국비를 확보해 기념관 건립에 들어갔다.
대전도 같은 해 3월8일 대전고 학생들의 시위를 기념해 8억원을 들여 기념탑을 시내 중심가에 조성했으며, 지역의 초·중등용 역사교과서에 3·8 민주의거 내용을 수록시켰다. 이와함께 해당 지자체와 학계, 시민단체는 관련 사건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라는 내용의 연례적인 학술발표를 해오고 있다.
‘민주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두고 이를 선점한 광주가 자만에 빠진 사이 대도시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권’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광주시는 사실상 전국 최초로 인권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여성, 장애인, 청소년, 이주자 등과 관련한 조례 제정 등을 보면 광주가 다른 도시와 달리 인권이 앞선 곳인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합의된 체벌이라며 여학생의 교복치마를 벗기고, 학교에서 체벌을 받은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을 하는 곳이 인권을 상징하는 도시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 그동안 인권신장에 대해 갖가지 선언만 남발했을 뿐 구체적인 실천이 없었던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광주시교육위원회가 지난 2006년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 상정을 시도했지만 일부 교육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은 이 같은 점을 보여주는 단편이다.
2008년 8월 시교육위원회 의장단이 ‘광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당선됐는데 지난 해 2월 열린 임시회에서 안순일 교육감이 ‘학생인권 조례 제정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혀 또다시 무산됐었다.
‘평화’는 이미 제주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05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뒤 각종 연관사업이 추진되고, 국제 평화포럼이 매년 열리며,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리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평화’의 지역으로 전 세계에 소개되고 있다.
이처럼 광주사회 내부가 민주화운동의 진원지라는 자만심에 빠져 민주·인권·평화의 이미지를 제대로 가꾸지 못하면서 현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상징이 단 하나도 없는 상황에 처해졌다.
성공회대 정호기 교수는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 등 광주는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민주와 관련된 역사적 자원이 많은 만큼 이런 점들을 살려서 도시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광주시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광주를 세계적인 민주·인권·평화 도시로 공식 인정받기 위해 본격적인 정지 작업에 돌입했다.
광주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진행할 5·18교육관을 올 해 5월 상무지구에 개관할 예정이다.
시는 이외에도 한국민주주의전당 건립과 5·18역사공원 조성 등 민주·인권·평화도시를 향한 작업으로 확정된 20개 과제의 수행을 위해 2014년까지 총 314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민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시설의 신축뿐 아니라 시민들의 인권증진을 위한 다양한 시책도 함께 추진해 광주를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민주·인권·평화도시로 육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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