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0(일)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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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보상금 지급외 대책 부재
통합 치료위한 전문병원 등 필요
포괄적·실질적 지원책 마련해야
#59세 김모씨. 5·18당시 인쇄소 도안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는 1980년 5월 17일 노동청을 뚫기 위해 소방차를 몰고 바리케이드를 향해 가던 중 뭔가에 옆구리를 맞아 기절했다. 이후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기 시작했고 피해다녀야 하는 상황이라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1981년 경찰에 붙잡힌 그는 모진 고문과 구타를 당했고 삼청교육대에서 교육을 받고 나서야 풀려났다. 이후 그는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고 유공자 5급 판정을 받아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보상금은 대부분 치료비로 들어가 버리고 몸이 더 안 좋아졌으며 과거의 악몽들을 다시 꾸게 되면서 잠들기가 어려워 몹시 힘들어하고 있다.
#버스운전사인 박모(63)씨는 1980년 당시 00고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트럭을 가져와 그에게 운전을 부탁했고 그는 차를 몰아 도청 분수대 앞까지 돌진했다. 총격을 가하는 계엄군의 공세에 차를 돌려 돌아가려 했지만 그 순간 좌측 가슴 부위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10일 만에 깨어났다. 이후 그에게는 심한 불안증세가 오기 시작했고 술은 늘어만 갔다. 특히 과거 기억이 떠오를 때는 뒷목이 경직되는 듯해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계속 받아야 했다.
#김모(65·여)씨는 1980년 7월을 잊지 못한다. 새벽녘 갑자기 세 명의 사람이 와서는 남편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고 연행됐다. 이유인 즉슨 시민군의 무기가 배 밭에 묻혀 있다고 했는데 배 밭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씨의 남편은 엄청난 고문을 당하고 9일 만에 집 앞에 버려졌다. 이후 남편은 다리를 절고 마비가 와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곤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넘어져 1980년 4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후 김씨는 자식들과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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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렀다고 악몽이 지워질 수 있을까.
5·18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지 30년이 흘렀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아직도 신체적,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고 있다.
실제 5·18 당시 부상을 입고 후유증을 앓다가 자살을 택한 피해자 3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5·18유족회 정수만 회장은 1987년 부터 최근까지 5·18 관련자 가정을 일일이 방문, 면담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유족회에 따르면 현재 5·18부상자 중 숨진 380여명의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자살’이 41명(10.8%)으로 가장 많은 사망원인을 차지했으며, 이중 34%에 해당하고 14명이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특히,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전체 5·18 피해자 133명 가운데 71명이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조사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5·18 당시 충격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이고 있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제 2의, 3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인 연구와 자살예방 대책, 전문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수만 회장은 “5·18민중항쟁 경험과 폭행, 고문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많지만, 일시적인 보상금 지금 이외에는 대책이 없어 부상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이 같은 고통은 부모와 아내는 물론 자녀들에게도 이어지고 있어 전문치료병원 설립 등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5·18 관련자에게 적용됐던 보상법과 예우법 등은 미진한 부분이 많은데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농후한 실정이다.
지난해 4월 열린 ‘5·18 민주유공자의 보훈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민병로 전남대 교수는 “후유증과 생활고 등으로 고통 받는 5·18 유공자를 위해 1990년 제정된 5·18민주화보상법이 안고 있는 보상 내용의 미진한 부분을 보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 피해자와 신체적 희생이 있는 공헌자를 구별해 65세 이상의 유공자에게 신체적 희생과 공헌의 정도에 상응해 다른 유공자들과의 형평성에 맞게 연금 및 수당의 방식으로, 이미 수령한 보상금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5월 단체 관계자는 “5·18 보상법이 마련돼 실질적인 보상은 이뤄졌지만 관련자들의 생활안정과 복지 향상에 미흡한 실정이다”며 “군부의 정권 찬탈 기도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에 이바지한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이 그 희생과 공헌의 정도에 상응한 합당한 보상과 예우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특별취재팀
“외상 환자 심리치료 통해 사회적 장애 극복 돕겠다”
허연식 5·18유족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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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유공자단체가 통합되면 5·18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상담, 미술, 음악 치료 등 심리치료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정신질환과 생활고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5·18 외상후 스트레스 환자를 위한 심리치료과정 프로그램이 실시된다.
허연식 5·18유족회 전문위원은 2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상담, 미술 음악치료 등 심리치료를 통해 본인이 어떤 사회적 장애를 갖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게 하는 것은 물론 유공자로서 자긍심을 심어주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국가보훈처와 협의를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허 위원은 현재 5·18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4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통증이 수반되는 직접적 후유증과 정신적인 우울증, 불규칙적으로 오는 두통과 가슴 울렁거림, 불안증세와 가정으로부터 사회로부터 고립감이 생기는 현상이다.
그는 “이런 현상들로 인해 알코올중독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며 “알코올중독으로 가게되면 한 개인의 고통과 후유증이 개인에게 멈추지 않고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면서 고립감이 깊어지고 사회성을 상실하게 돼 결국 자살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현재 우리에겐 5·18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치료병원이 없다”며 “신체적 질병의 경우 국가보훈병원에서 치료가 되지만 이후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나갈 수 있는 자활기관 프로그램이 전무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18통합추진위원회 차원에서 심리치료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부상자나 구속부상자의 경우 가정의 고립, 소외, 가족들 간의 갈등이 있기도 한다”며 “특히 가족전체가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 2세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치료를 하기 전 선행돼야 하는 것은 외상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정확한 숫자 파악이다.
허 위원은 “현재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데이터와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1980년 충격과 부상이 지금 삶에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조사해 최소한 4가지 유형에 해당되는 것은 현실을 정확하게 조사해서 데이터화하고 치료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5·18기념재단과 광주시, 국가보훈처, 연구기관 등 4곳이 머리를 맞대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개인 정서불안, 통증 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반사회적 행동 정서가 존재할 수 있고 이는 시민들로부터 지탄받을 수 있는 부분이 농후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기념재단이나 연구기관 등이 데이타를 조사해서 근본적인 치료대책 사회적 재활 프로그램에 대한 운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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