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6(수) 14:16
|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아이~ 배고파”를 외치며 급식실로 오는데까지는 여타 학교와 다를바가 없다. 그러나 광산구 목련초등학교(교장 윤완근)는 급식실 입구에서부터는 뭔가 좀 다르다. 뛰어오던 작은 아이들이 급식실 앞에서 한 줄로 자연스럽게 길게 늘어선다. 줄 중간에는 담임선생님들도 서 있다.
급식실로 들어서자 김정량 교감이 기다린다. 아이들이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하자 김 교감은 환한 웃음으로 화답을 한다.
공손히 인사를 주고 받던 아이들은 이내 식판을 하나씩 들고 배식장소로 간다.
이날은 대부분의 아이들이라면 싫어하는 ‘채식의 날’
내용물도 현미밥에 감자된장국, 부추치커리무침, 버섯탕수, 양배추쌈, 김치 등이다.
과연 잔반을 남기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에 잠시 지켜보는데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한 여자아이가 배식판을 올려놓고 “저는 김치가 매우면 잘 못 먹어요. 조금만 주세요”라고 말한다. 뒤이어 남자아이는 “국은 조금만 주시구요. 버섯탕수는 더 주세요. 치과를 다녀서 밥은 많이 못 먹을 거 같아요”라고 말한다.
자기가 무엇을 싫어하고 얼마만큼 먹을지를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각 학년별 반별로 지정된 장소에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이 다 같이 앉는다. 담임 선생님이 밥 한번, 국 한번을 뜨자 그제서야 아이들이 “잘 먹겠습니다”하고 밥을 먹는다.
그 사이 윤완근 교장은 식탁을 돌아다니며 아이가 음식을 남기지는 않는지, 못먹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지도한다.
잔반양은 제로에 가깝다. 국물만 조금씩 남을뿐 거의 다 먹는다. 그도 그럴 것이 먹고 싶은 양만 배식받아 먹느라 남길 음식이 없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이냐고 윤 교장에게 묻자 “2개월정도 됐다”고 답한다. 불과 두달만에 학교 급식 예절의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윤 교장의 의지가 바탕이 됐다. 윤 교장이 목련초에 부임하면서 제일먼저 했던 일이 바로 급식실 확장이기 때문이다. “먹는 것에서 바른 예의를 배우는 것이 인성교육의 첫 단계”라는 의지아래 공사를 진행했고 그 다음 단계로 식사예절과 잔반 남기지 않기를 시도했다. 교장과 교감이 급식실에 상주하면서 예의와 음식 먹기를 지도하고 담임선생님이 아이들과 식사하면서 아이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학부형들에게는 미리 사전 공지를 보내 “아이들에게 음식 예절을 가르침으로서 인성을 키우도록 하는 교육”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학부형들도 찬성했다. 결과는 대단했다. 거의 잔반처리의 모범이라고 불릴 정도로 완벽하게 음식 쓰레기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불만이 생긴 것이 아니다. 최선정 영양사에 따르면 아이들의 급식 만족도가 96%에 달한다. 예전에 60%를 갓 넘은 것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다.
학교 급식의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광주시교육청의 주된 고민거리 중 하나다. 또한 쉽게 잡히지 않을뿐더러 아이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항상 길은 있는 법. 목련초가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잔반제로 캠페인이 아마도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