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9(목) 13:15
|
순천 별량면 동송리의 별량중학교 뒤편 야산에 자그마한 사당이 하나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도 나타나지 않는 이 작은 사당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을 도와 큰 공을 세운 무명의 의병장, 김대인(金大仁) 장군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송천서원(松川書院)이다.
이 곳은 김대인 장군을 비롯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 김일손(金馹孫·1464-1498)과 임진왜란때 의병장 김치모(金致慕) 등 김해김씨 3인을 배향하고 있다.
서원이 언제 창건됐는지는 알 수 없으며, 원래 순천시 주암면 백록리에 있다가 1954년 현 위치에 복원해 송천서원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김대인의 증조부인 김일손은 홍문관교리, 사간원헌납, 춘추관기사관 등의 관직을 지냈으나 1498년(연산군 4년) 무오사화로 능지처참형을 받아 죽었다.
무오사화 이후 순천에 은거해 온 김해김씨 문중에서 천민 신분으로 태어난 김대인은 집안이 가난해 어려서 지리산에 들어가 중이 됐다고 한다.
김대인은 불승이 된 후 어느 도사에게 수년에 걸쳐 무술을 익혔으며, 중년 무렵 환속(還俗)해 하산한 뒤 무과에 급제했다.
하지만 서출이 밝혀지자 관직을 받지 못했고, 이에 울분하며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가 산적을 규합해 의적을 만들어 세상을 뒤집어 놓겠다는 혁명가로 변신하는데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인 위기를 맞는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진다.
그는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도수군절도사(全羅左道水軍節度使)로 있던 이순신의 하인들이 여수의 한 민간 마을에서 주민들이 키우던 개를 마음대로 잡아먹는 모습에 분개해 그들을 응징하다 붙잡혀 이순신 앞에서 문초를 당했다.
그때 김대인은 “종들을 풀어서 민간에 폐단을 일으키는 것도 옳지 않거늘 이제 또 무죄한 사람을 죽이신다면 무엇으로 군대를 호령하시렵니까”라고 말했고, 이순신이 이를 기특하게 여겨 막하로 거뒀다.
기골이 장대하고 이목구비가 반듯한 용모에 바른 품성과 학식, 덕망을 가진 무예의 달인인 그를 이순신 장군이 알아본 것이다.
|
그는 해전도를 기획하고 전략을 세워 전투에 임하는 등 천재적인 전략가이자 용맹한 장수로 모든 전투의 선봉장으로 활약하며 백전백승의 전승을 올렸다.
1597년 이순신이 좌수영을 떠나자 그 후임인 원균(元均) 휘하에 있다가 같은 해에 일어난 정유재란에서 원균이 패하고 죽자 의병 수백 명을 모아 곳곳에서 왜적을 무찔렀다.
그는 광양 전투에서 부상을 당했으나 다시 전쟁에 나가 예성산에 웅거하며 부근 일대를 지켰다. 이때 임치진첨절제사(臨淄鎭僉節制使)에 임명됐으나 뜻이 맞지 않아 관직을 그만 뒀다.
그 후 좌수사로 있던 이유직의 비행을 알고 조정에 직언했다가 모략을 받고 감옥에 갇히고 만다.
옥졸이 뇌물을 주면 풀어주겠다고 했으나 세상의 불의에 분통을 못이겨 피를 토하고 죽음을 택했다.
이처럼 성격이 불같아 어떠한 고관이라도 정의에 거슬리면 용서하지 않았던 김대인은 전쟁에 타고난 귀재였다.
임진왜란때 모든 전장에서 관군이 패했지만 오직 이순신의 좌수영군만 승리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김대인의 지략과 호남의 의병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지자체 의병 재조명 적극 나서야”
김대인 장군 후손 김윤곤씨
|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불세출의 영웅 김대인 장군의 공적이 재평가 됐으면 합니다.”
순천 별량면 송천서원에서 만난 김대인 장군의 후손 김윤곤(60)씨는 “김대인 장군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등 국난에서 왜적과 맞서 나라를 지켜낸 호남의 대표적인 의병장”이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선조(先祖)를 비롯 의병들의 유적지를 잘 지키고 보살펴 후대에 애국충절의 정신을 바르게 전승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4년전 인천에서 부인과 함께 낙향해 장군을 모신 사당 바로 옆에 있는 허름한 집에서 기거하면서 매년 3월초 시제를 올리는 등 사당을 관리하고 있다.
김씨는 “김대인 장군은 해전의 영웅이었지만 천민 출신인데다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 죽은 탓에 그의 업적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며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몸을 바쳤던 숱한 의병들을 재조명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