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DVD로 보았다. 김유미 광주시립무용단장의 차분한 설명을 곁들어 감상했다. 정말 감동 백배였다. 발레의 기본동작을 배우고 내용을 이해하며 감상하는 묘미는 의외로 컸다. 김유미단장은 학동의 문화공간 ‘다락’에서 얼마 전부터 해설이 있는 발레 감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달 세 번째 주 수요일 저녁 7시40분이면 발레 마니아들은 발레공연, 아니 김유미단장의 발레 해설을 들으러 그곳으로 모인다. 그래서 옹기종기 앉아 머리를 끄덕여가며 발레해설을 들은 뒤 한 챕터씩 우아하고도 생동감넘치는 발레를 감상한다.

지난 달 행사 때의 일이다. 필자는 공연 마니아들과 함께 발레 감상을 하러 갔다. 자리에 앉자 마자 스마트폰이 울려댔다. 물론 진동으로 해놓았던 터라 소리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었다. 급하게 찾는 지인들에게 필자 나름대로 예의를 차려서 음성전화를 받는 대신 문자와 카톡으로 급한 일 처리를 했다. 근데 그게 문제였다. 감상이 다 끝나고 난 뒤 다락의 김명선대표는 필자에게 경고조치를 했다. 스마트폰을 열면서 새어 나오는 빛이 다른 참석자의 감상을 방해했다고 꼬집어 지적했다. 정히 바쁘면 오지 않는게 좋겠다고 결연히 말씀하는 대목에서 타인을 배려하지 못한 행동을 절절히 반성해야 했다. 따끔했지만 맞는 이야기였기에.

다락의 문화행사만이 아니다.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활동을 돕는 문화행사들이 간간히 개최돼 우리들을 즐겁게 한다. 중외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 중의 하나다.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 오후 7시30분 한차례씩 십시일반 재능기부형태로 공연을 꾸린다. 지난 달엔 노대동 송촌 난장 음악회에서 공연을 펼쳤다. 수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공연을 즐겼다. 광장음악회도 얼마 전 중단됐다가 다시 무대를 마련한다. 수년 전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토요일 오후면 금남로 근린공원에서 클래식 무대를 개최해 수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렸던 문화행사로 꼽혔다. 그러던 광장음악회가 더 이상의 동력을 내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가 최근 삼성전자의 후원에 힘입어 다시 시민들과의 만남을 마련하게 됐다. 얼마나 기쁜 소식인지 모른다.

이 모두가 시민들이 또는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무대를 만들거나 해설을 곁들인 감상회를 마련한 경우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10여년을 경과하면서 광주시민들은 이토록 문화적 마인드가 성장했다. 자발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서 즐기고 향유하겠다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자세와 태도를 보이게 됐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우리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은 알게 모르게 성장 발전해왔다. 근데, 문화관광부는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퇴보된 의식을 보이고 있다. 적어도 필자의 눈에 그렇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법인을 설립해 아시아문화전당의 위탁운영을 맡기려고 하겠는가. 광주시민들의 자발성과 주체성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를 조성해 가는데 정말 중요한 요소다. 광주 문화도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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