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의 일대기를 뮤지컬에 담아내노라면 여러 가지 구성들이 많다. 아무리 개인적인 일이라 하더라도 서사적인 부분이 빠질 수 없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넣다보면 자질구레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탄탄한 이야기구조를 토대로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실력, 가슴에 와 닿는 음악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선 10월이 문화의 달임을 과시하듯 갖가지 문화잔치가 벌어졌고 그 중에 두 편의 뮤지컬 무대가 마련돼 지역민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한국판 레미제라블로 칭송된 ‘빛골 아리랑, 다시 불러야 할 그 노래’와 선교사 서서평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서서평’이 그것이다.

두편 모두 가슴 뭉클한 감동이 전해진 무대였다. ‘빛골아리랑’(예술감독 박윤모)은 이미 대학로에서도 성공한 뮤지컬로 입소문이 났으며 광주의 브랜드 공연감이라는 하마평이 무성하다. 가히 그럴만 하다는 게 문화계 안팎에서의 중론이다. 벌써 내년 앙코르 공연을 도모할 거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빛골 아리랑’이 광주 5월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동시에 광주 정신을 올곧게 표현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밝혀주었다면 뮤지컬 ‘서서평’은 소박하면서도 작은 움직임으로 적잖은 파동을 불러일으킨 무대였다. 일단 소박했다. ‘빛골 아리랑’도 저예산으로 대형 창작뮤지컬을, 그것도 지역에서 어떻게 저렇게 만들 수 있느냐는 찬사가 쏟아졌다. 뮤지컬 ‘서서평’은 초저예산, 다시 말하면 예산이랄 것도 없는 적은 돈으로 만든 작은 무대였다.

광주문화재단에서 지역문화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1천만원을 받았고 몇군데의 뜻깊은 후원을 받아 꾸려졌다. 배우들은 서울에서 온 배우 두세 명을 제외하곤 모두 재능기부 차원에서 실비 출연했으며 스탭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들에게서 서서히 잊혀져 간 선교사 서서평의 삶을 다시 되돌려 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는 무대였다. 그것도 창작 뮤지컬로. 서서평(1880-1934)은 독일 출신의 간호사로 본래 이름은 엘리자베스 셰핑,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가 된 서서평은 32세때 조선으로 건너와 광주기독병원에서 일하게 된다. 그녀는 간호사로서의 직무에 그치지 않고 선교사로서 교육에 힘을 쏟는다. 다른 외국 선교사들이 풍토병과 과로 때문에 몸을 추스르면서 활동을 편 것과는 대조적으로 서서평은 온 몸을 던져 불꽃처럼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을 돕는다. 일본 경찰과 부딪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조선 민초들을 위한 일이라면 소매 걷어부치고 나섰다. 다른 선교사들이 몸을 돌봐가면서, 그리고 일본 경찰과는 부딪히지 말라는 조언도 소용없었다.

서서평의 조선과 광주에 대한 사랑의 삶은 한때 잊혀진 듯 했다. 지난 해 그녀의 삶을 담아낸 평전 ‘바보야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야’(양국주 지음)이 나오면서 다시 조명되는 계기를 맞게 됐다.

이번 뮤지컬도 그 평전을 토대로 무대화된 것이다. 성공보다는 섬김을 신조로 살다간 서서평의 따뜻한 인간애가 오늘날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커다란 성찰의 단초를 제공한다. 끝으로 10월에 만난 두편의 뮤지컬을 만들어 큰 감동을 선물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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