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도시, 뉴욕시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공원에는 매주 4회 뉴욕시 근교에서 재배한 유기농 농수산물 장터가 열린다. 뉴요커들과 맨해튼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토마토, 사과 등 과일과 채소 등 먹거리를 고르고 있다. 품질만 좋으면 판로는 걱정 없다는 미국의 농업 현주소는 우리 농민들이 부러워하기에 충분했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도시
뉴욕 맨해튼.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져 사는 복합도시.
1년에 5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시.
이 곳에도 우리 시골의 장날을
연상하게 하는 장터가 열린다.
뉴욕 맨해튼 고층빌딩 숲 한 가운데
유니언 스퀘어 파크에서 열리는
유기농 장터
‘그린마켓’(www.grownyc.org)이 그것. 세련된 최첨단의 도시에서
인간미를 체험하는
슬로 라이프의 공간이 존재하는 것,
그 자체로 ‘스마트 도시’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뉴욕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공원 ‘그린마켓’의 거리풍경.

‘그린마켓’은 뉴욕시내 7곳에서 요일별로 순번제로 열리는 유기농 장터 가운데 하나다. 38년의 전통을 가진 이 시장은 사회적 기업이자 비영리단체인 ‘그린마켓’이 운영한다. 유니언스퀘어 파크의 그린마켓은 매주 월·수·금·토요일 장터가 선다. 뉴욕근교에 사는 농민과 수공업자들이 직접 재배하거나 만든 물건들을 가져온다. 각종 야채와 치즈, 포도주, 쿠키 등 농산물과 가공품들로 가득하다.

맨해튼의 그린마켓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니다. 대형 마트에서 쇼핑하듯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서둘러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티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관광객도 낯선 곳에서 친근함을 느끼며 소통하는 공간, 삭막한 도시의 이미지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여유가 있는 슬로 라이프의 장소가 되고 있다.

유니언 스퀘어의 그린마켓은 유기농시장으로 1976년 8월부터 이 곳에서 운영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30여개의 천막 점포가 성업 중이다. 뉴욕시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장터로 이 지역 외에 브롱스, 브룰크린, 퀸즈 등 뉴욕의 각 자치구 중심지 7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점포 주인들은 뉴욕 주를 중심으로 코네티컷, 롱아일랜드, 뉴저지, 펜실베니아 등지의 23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뉴욕시를 중심으로 200마일이내 거주하고 있다.

이 곳은 흑토지역으로 양파와 당근, 무 등 농작물이 잘 자라고, 이 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이 유기농인증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농부들이 양심껏 재배하고 만든 것으로 시민들과의 오랜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 도시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믿고 살 수 있어 가게마다 많은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제이미 게히링(Jamie Gaehring) 유니언 스퀘어 시니어 마켓 매니저는 “그린마켓은 시민들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농부에게는 판로가 걱정 없는 안정된 수익을 보장해주는 상생의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며 “지역경제를 살리고 도시 주변의 농지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그린 마켓은 비영리 법인으로 뉴욕시민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농부에게는 이익을, 나아가 농지를 지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린마켓의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사항은 월 1회 농부와 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해 열리는 위원회(Farmer Community Adversary Committee)에서 토론를 통해 결정한다. 현재 이 위원회는 농지에서 발견되는 천연가스 등 자원을 둘러싸고 토지소유주와 지자체·연방정부와의 갈등을 조정·중재하고 있다. 또 정책 협의나 시장 참여를 원하는 농가의 심의 여부도 맡아 처리한다.

제이미 매니저는 “초기에는 범죄가 많이 발생해 어린이들이 돌아다니기에도 위험한 매우 열악한 환경으로 찾는 사람이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금은 이 같은 어려움 이겨내고 시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현재 유니언 스퀘어 공원의 주변 공간은 뉴욕시청 공원과로부터 허가를 받아 장터를 개설하고 있으며, 수익은 거의 모두 농민들에게 돌아가며 운영주체인 그린마켓은 텐트 임대료와 기부를 받아 운영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린마켓 참여 농민 인터뷰

“다품종 공급 판로걱정 없다”
아일랜드계 미국인 조 브라이언씨


뉴욕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하일랜드에 거주하고 있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농부 조 브라이언(59)씨는 “농부로 일하면서 25년 동안 그린마켓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마트 등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없는 소규모 농가의 경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마켓 7곳중 3곳에 점포를 열고 있는 그는 수작업을 통해 허브, 감자, 사과, 자두 등을 재배해 공급하는데 시장수요에 따라 다품종을 소량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그는 “생산된 농산물을 그린마켓을 통해 대부분 판매하는데 판로문제로 고민한 적은 거의 없다”며 “좋은 농산물만 생산된다면 판로는 걱정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농부들은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판로 등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있는데 뉴욕의 농부는 좋은 세상에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량생산 가격폭락은 없다”
전북 정읍출신 노민자씨

뉴욕의 중심가, 그린마켓에 한국인 여성 농민이 눈에 띄었다. 전북 정읍 출신 노민자(44)씨. 14년 전에 남편을 따라 뉴욕으로 이민, 농사를 지으며 그린마켓에 참여하고 있다.
노씨는 “미국은 품질만 인정되면 판로는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정부도 농민을 살리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태풍 등 재난 피해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지원받기를 꺼려해도 찾아서 지원해 줄 정도다”고 말했다.
노씨는 그린마켓에서 즉석 샐러드나 튀김요리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선보이고 있는데 한국에서 농부의 딸로 산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1년에 무려 200-300개 품목을 재배하며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농산물 생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양파의 대량생산으로 값이 폭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미국의 시스템으로는 무분별한 공급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린마켓 7곳에 참여하며 직원을 5명이나 두고 있는 대표이사로, 직접 가축분뇨와 건초, 톱밥 등을 섞어 만든 찬연비료로 무농약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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