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잊지말자 뉴욕시의 각종 재난 사건·사고의 정보를 수집해 처리하는 뉴욕소방국의 중앙통제센터. 지난 2001년 9·11테러를 경험한 뉴욕 소방국은 SNS를 활용한 정보수집과 베테랑 응급요원의 상황판단으로 재난을 최소화하고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 연륜과 경험이 풍부한 요원들이 실시간으로 뉴욕시 전역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른 추석으로 명절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던 이번 추석연휴기간 미국 전역은 긴장과 경건한 시간을 보냈다. 올해로 13년째를 맞는 9·11테러를 기억하며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테러의 공포로부터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만반의 태세로 초긴장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2001년 9·11테러를 겪은 미국 뉴욕. 이후 뉴욕시는 미국내서 가장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재난 예방과 신속한 조치 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 필요한 훈련된 인력과 장비, 물품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뉴욕시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뉴욕소방국(Fire Department of New York, FDNY)은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신고를 받은 후부터 정보수집과 분석 판단을 통해 출동에 이르는 시간을 최대한 5분 이내로 모든 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조직의 수석 관리자가 수집된 정보와 필요한 자원 등을 판단해 신속하게 조치하도록 시간을 제한해 사후조치의 속도를 내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 대해 뉴욕소방국 티모시 허로커(Timothy E Herlocker) 중앙통제센터 디렉터는 “지난 2001년 9월11일 테러공격을 받았을 때 당시 소방관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 TV로 당시 상황을 목격하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시간에 신속하게 조치를 하지 못함으로써 뉴욕 소방국의 간부급 리더 374명(뉴욕소방관 1만1천400명의 3%)이 사망했다”며 “이후 정보 수집을 CCTV(무인카메라)에만 의존하던 방식을 벗어나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 네트웍(SNS)으로 다양화해 이전보다 빠르게 정보를 수집해 판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소셜 미디어만을 담당하는 직원을 두고 홍보를 통해 뉴욕소방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9·11테러를 기억하며 재난 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뉴욕 소방국이 건물 정문 한켠에 2001년 9·11테러 당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건물의 일부 잔해를 전시해 놓고 있다.

뉴욕소방국 에밀리 라히미(Emily Rahimi·여) 소셜미디어 디렉터는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신디가 휘몰아쳤을 때 전기, 가스, 인터넷 등이 모두 끊겨 주민들은 트위터를 통해 소방서와 연결될 수 있었다”며 “시민들에게 뉴욕소방서 홈페이지나 SNS에 사진 동영상 등을 올릴 수 있도록 홍보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들어온 정보를 수집, 판단해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소방국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지난 2009년 트위터에 등록, SNS 기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경험이 풍부한 소방대원들을 정보센터에 배치해 판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즉,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중앙통제센터로 수집되는 정보를 오랜 근무경력을 가진 응급요원들이 분석한 뒤 수석 관리자에게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만을 선택해 제공한다. 뉴욕시는 현재 하루 1천400여건에 이르는 화재 등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그 가운데 5건 정도의 피해가 대형 사고로 집계되고 있어 신속한 정보 수집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판단력이 요구되고 있다.

티모시 허로커 중앙통제센터 디렉터는 “뉴욕소방국은 응급요원 3천500명과 소방대원 75명으로 즉각 출동시스템을 구축해 대비하고 있으며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뉴욕시의 청소·교통·도로 등을 담당하는 40여 곳의 부서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사건·사고의 해결을 넘어 출동부터 이후 주변 정리까지 모든 상황이 사건·사고 발생 이전과 비슷하도록 유지해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티모시 허로커 디렉터 에밀리 라히미 디렉터

최근 뉴욕소방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에 대해 시민들이 얼마나 신뢰하고 이를 따르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용역을 발주했다.

허리케인 신디 당시 뉴욕남부가 물에 잠겨 시장이 트위터를 통해 대피명령을 내렸지만 시민들이 대피를 거부한 적도 있어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에 시민들이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재난을 예측해 피해를 예방하는 시스템도 갖춰가고 있다. 건물마다 화재 등 사건·사고 연혁을 조사하고 중요 건물에는 센서를 부착해 정보를 수집, 불이 나기 직전에 출동해 바로 화재를 진압하거나 대피 시킨 후 천장이 무너지는 등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에밀리 라히미 디렉터는 스마트시티는 어떠한 상황에서 다른 분야를 맡고 있는 각각의 기관 또는 부서가 시민을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도시라고 정의한 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당연한 의무라고 설명했다.


●뉴욕소방국은…

뉴욕의 5개 행정구 주민들에게 응급 처치를 제공하고, 화재 위험과 그에 따른 시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임무로 하는 소방기관이다. 또 전염병 등 생물학적 위험에 대한 임시 조치는 물론 위험을 줄 수 있는 화학 물질, 방사성 물질 등의 제거도 하고 있다. 본부는 브루클린의 9메트로 테크센터 내에 있다.

뉴욕 소방국은 약 1만1천400명의 소방관과 직원을 두고 있으며, 소방은 미국 최대이고 도쿄 소방청에 이어 세계 제 2위의 규모이다. 뉴욕은 도시 단체 인구 및 수도권 인구가 미국 내 최대이며 오래된 역사를 가진 도시로 소방국이 지원하는 범위는 매우 넓다. 일반 목조 주택과 수십 년 된 아파트, 전쟁 전부터 전후까지 지어진 수많은 마천루와 많은 터널·다리, 넓은 공원과 숲, 세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뉴욕의 지하철망 등 다양한 현장에서 해결을 요구한다. 이 같은 다양한 종류의 재난 구호 활동의 경험에서, 뉴욕의 소방관은 ‘미국에서 가장 용감한 소방관’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9·11테러’ 현장에서 뉴욕 소방국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화재를 진압하다 374명이 순직했다. 특히 순직한 소방관 중에는 간부급이 많았다. 그 이유는 그들이 ‘First in, Last out(먼저 들어가서 가장 나중에 나온다)’으로 대변되는 뉴욕 소방관의 지침을 훌륭히 따랐기 때문이다. 팀의 리더가 가장 먼저 화재현장에 들어가 상황을 살피고, 뒤따라 들어온 부하들이 리더의 지시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를 마치면 리더는 부하들을 모두 내보낸 뒤 맨 마지막에 화재현장을 빠져나온다. 위험을 무릅쓰고 솔선수범을 보이는 뉴욕 소방관의 오랜 전통이다.

우리의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먼저 들어가서 가장 나중에 나올 수 있는 리더’의 용기를 보여준 뉴욕소방관과 출동해서도 꿈쩍도 안했던 한국의 해양경찰의 부끄러운 모습은 너무 대조적이다. 사고가 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우연한 사고를 다 막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사고 예방조치를 하지도 않고 사고 후 구호조치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의 해경과 소방관서, 이것도 모자라 검사 감독기관이 오히려 사고현황을 조장하고 구조 활동에 대한 안일한 대응 태도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사후 수습책과 조직 혁신이 시급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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