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상서(相書)에 이르길, “대인에겐 반드시 귀안(貴眼)이 있으나 천한 사람에게는 귀한 눈이 없다”고 했다. 이것은 눈에서 천함과 귀함을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그대가 상대의 마음을 알려면 먼저 눈이 맑은지 탁한지를 보라”고 한 이유도 눈은 현재의 마음 상태를 비춰주는 거울인 까닭이다.

서양 사람들과 달리 동양 사람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얼굴 혹은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오랜 가부장적 전통에서 비롯된 습성이 굳어진 탓일 테지만, 눈을 통해 어떤 사물을 보거나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는 자신의 몸 혹은 얼굴을 눈동자가 가는 방향으로 돌려서 바라보는 것이 바른 자세다.

얼굴을 정면으로 향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곁눈질로 흘끔흘끔 훔쳐보듯이 대화를 하고 눈빛의 색이 회색빛으로 눈에 밝은 기운이 없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뭔가 불안을 느끼고 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생각을 현재 가지고 있거나 진지하고 솔직하지 못하고 음흉하고 교활한 마음을 숨기고 있기도 한다. 이런 사람일수록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온갖 감언이설로 타인을 현혹한다. 그러다 상대에게서 허점을 발견하면 여태껏 감추고 있던 본성을 드러내 끊임없이 약점을 파고들어 목적한 바를 탈취한다.

상서(相書)에 보면 이마가 보기 좋게 넓고 눈빛이 맑으면서도 샛별 같이 빛나는 눈의 소유자는 명예와 귀(貴)한 위치에 오르며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 잘 어울릴 것이고, 이름 또한 널리 알리는 상(相)이다. 남녀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거나 애정이 무르익었을 때도 이와 비슷하게 빛이 나지만 훨씬 더 부드럽고 촉촉하게 빛나는 눈동자를 하고 있다. 특히 여성에게서 이런 눈동자를 본다면 현재 사랑하는 사람과 열애중인 경우가 많다.

눈빛이 빛나면 무조건 좋은가? 바람둥이 눈빛도 빛나고 노름꾼, 사기꾼 눈빛도 빛난다. 이런 눈빛은 빛은 나지만 광기(狂氣)에 가까운 희멀건 하게 번뜩이는 눈빛이다. 그들의 눈빛은 빛나는 것처럼 보여도 어쩐 일인지 얼굴이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氣)가 안으로 모여있지 않고, 이러 저리 흩어지는 느낌이 나온다. 또한 눈빛이 안정되지 못하고 상대방 몰래 전후좌우로 끊임없이 움직인다는데 있다. 그뿐 아니라, 온몸에서 느껴지는 기(氣)가 평화롭지도 않고 맑지도 않으며 어지럽고 탁(濁)하고 불안한 느낌이 온다. 이렇게 느껴지는 기(氣)가 어려울 것 같지만 조금만 집중을 하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이런 눈빛을 내뿜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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