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게 전화가 왔었던 그 여성은 예전에 상담했던 무명의 가수이자 음악 강사였던 분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음악을 하면서 생긴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낯이 익어서다. 오랜만에 전화가 왔었던 그 분은 나이가 마흔 살이 넘었음에도 아직 시집을 안간 미혼이었다. 몇 년 전에 상담을 했었을 때는 오직 음반을 내는 것과 대학에서 정식적으로 교수가 가능한지가 주된 관심사였고 결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남자분과 궁합이 궁금해서 전화가 온 것이었다.

필자 또한 반가운 마음에 궁합을 봤는데 좋다고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현재 이분 유부남인가요?”라고 물어보니 “아, 네. 현재는 별거중인데 이혼소송 중인가 봐요”라고 여성이 대답했다. “이혼이 안 되겠는데요”라고 필자가 대답을 하니 “아, 부인이 안 해주는 거죠?”라고 여성은 되물었다. 그에게 “아니요, 이 남자분이 안 해주는 겁니다”라고 말하니 “그럴 리가 없는데 저에게는 그렇게도 매정한 부인이 부정까지 저질러서 도저히 살수가 없어서 이혼을 하자고 한다는데 부인이 절대로 안 해준다고 하던데”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아직 정식적으로 만난 게 아니고 남자가 꼭 이혼한다고 하면서 먼저 사귀자는 얘기를 했다고 해서 필자는 솔직하게 그 사람은 바람둥이니 하루빨리 헤어지라고 말해줬다. 필자가 확언한 것은 사주 곳곳에 여성을 나타내는 편재(偏財)가 중첩(重疊)됐고 도화·홍염이라는 음기(陰氣)의 살성(殺星)도 겹쳐있었다.

전화를 끊고 다시 한번 그녀의 사주를 살펴봤다. 식신(食神)과 상관(傷官)이라는 성분이 지지(地支)에 뿌리를 내리고 천간(天干)에 두드러지게 꽃을 피운 형상이었다. 식신과 상관은 외향적이고 말을 잘하고 표현력이 풍부하고 창의력과 예술성으로 대표되는 자리이다.

문화예술계와 창의적인 작업이 필요한 발명가나 연구가, 정신세계에 종사하는 종교인들에게도 사주에 많이 들어있는 성분이다. 하지만 이 식신과 상관이 극강하면 여성에게는 관성(官星)이라는 남편을 극(剋)하는 매우 불리한 성분이 된다.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가부장적인 환경에서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개성이 두드러지며 자신의 사회적인 일이 중요한 식신과 상관의 성분을 가진 여성들이 이혼을 많이 당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미 우리나라도 여성이 모든 영역에서 남성 못지않은 활약을 하고 있고 대통령까지 나왔으니 이제는 자신의 일을 활발하게 활동하며 개성이 강한 여성들이 가정과 시댁에서도 충분히 대접받는 선진국의 시대가 곧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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