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후아힌 사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문수봉 작가. /작가 제공

베트남 종전 반세기. 지금 한국과 베트남은 어느 때보다도 돈독한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활발한 교역과 경제협력으로 경제한류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박항서 감독의 축구한류가 양국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동여매고 있다.

하지만 50년 전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의 어두운 과거는 여전히 양국 국민의 기억 속에 복잡하게 얽혀있다.

미국의 요청으로 이뤄진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은 1964년 첫 파병돼 1973년까지 무려 8년 8개월 동안 피를 흘린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이다. 이 전쟁에서 한국군은 32만5천517명이 참전해 5천99명이 전사했고 1만1천232명이 부상을 당했다.

먼 이국땅 남의 나라전쟁에 가담해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은 것이다. 살아서 돌아온 참전용사들은 귀국 후 지금까지도 고엽제 후유증과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6·25전쟁에 버금가는 베트남 전쟁은 국내외에서 많은 문학작품의 소재로 되살아나 전쟁의 참극과 교훈을 일깨우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표된 소설로는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안정효의 ‘하얀전쟁’,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이상문의 ‘황색인’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근 소설가 문수봉(76)씨가 베트남 참전 50여년 만에 자신의 체험을 장편소설 ‘따이한의 사랑과 눈물’(청어)로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이 소설은 전쟁 속에 꽃피우지 못하고 사그라든 아픈 사랑을 눈에 보일 듯 애절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야기는 백마부대원인 소설속 주인공 문철이 베트남으로 파병되기 위해 6개월간의 혹독한 훈련을 받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이때 그는 김 일병의 여동생 영순을 소개받아 첫 사랑의 달콤함에 빠져든다. 하지만 월남 도착 후 몇개월 만에 영순으로부터 소식이 끊기는데, 알고보니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은 것이었다. 상심한 그는 생사를 넘나드는 작전 속 영순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문철은 부대 주변 푸옥탄마을에 사는 긴 머리 아가씨 스엉을 알게되고 비밀스런 사랑을 키워간다. 빈번한 만남에 이를 목격한 베트콩이 문철을 향해 기습사격을 하게 되는데 스엉이 몸을 던져 그를 구하고 대신 희생된다. 눈앞에서 하얀 아오자이에 붉은 선혈을 남기고 숨진 스엉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 하던 문철은 간간히 스엉의 옛 집을 맴돌다 쌍둥이 자매 흐엉을 발견하곤 그녀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사이공함락으로 한국에 돌아온 문철은 흐엉을 잊지 못하면서도 제대 후 가정을 이루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어느새 중년을 맞이한다. 베트남과의 수교로 문호가 열리자 50년 만에 흐엉을 찾아나선 그는 초라하게 늙어버린 그녀와 고엽제로 장애가 된 딸을 발견하곤 서글픈 감회에 젖는다.

그리고 귀국 얼마 후 문철이 죽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을 맺는다.

문수봉 소설가는 ‘작가의 말’에서 “55년이 흘러간 2019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32만 용사들의 고통을 논픽션 형식으로나마 후세에 남기고 싶어 이글을 썼다”고 밝혔다.

전남 장성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난 문수봉 작가는 전남도청 과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퇴직한 후 문학에 정진한 늦깎이 문학가이다. 그는 가난한 가정 환경 속에서 맨몸으로 헤쳐가야 했던 눈물겨운 인생여정을 시와 수필, 소설로 풀어내고 있다.

동신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설계감리회사 장산엔지니어링 대표를 맡고 있다./정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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