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교육부가 주최하는 해외 교육연수를 다녀왔다. 연수희망 국가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는 스웨덴과 핀란드를 선택했다. 오래전부터 나는 북유럽 교육에 대한 궁금증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왜, 핀란드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 국가들은 PISA 등 국제학업성취도가 높은가? 부분 과목에서는 한국과 1·2위를 다투지만 한번도 선두를 내준적이 없고, 우리는 오히려 중국이나 싱가폴 등에 추월당해서 밀려나고 있는가? 그들 나라의 교육저력의 뿌리는 무엇인가?” 핀란드에 도착했을 때 현지 도우미로부터 나름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최근 핀란드에 뜨고 있는 관광상품이 있는데,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교육관광’이라는 신상품이라고 한다. 소위 진보교육체제이후 앞을 다퉈서 시쳇말로 ‘타도 핀란드’를 외치며, 북유럽교육의 강점을 배우기 위해 연수를 추진했었다. 일각에서는 잘사는 나라의 교육과 한국의 교육을 단순비교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 교육제도의 수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리가 북유럽 교육으로부터 제일먼저 수입한 것은 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교육복지’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구현하고 있는 그들 나라는 적어도 배우는 단계에서 청년들을 소외시켜서는 안된다는 강한 사회적 약속을 가지고 있었다. 국가의 교육 공적부담률이 거의 100%에 가까운 핀란드에서 교육의 비효율성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종종 일어나지만, 개별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국가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요람에서 대학까지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무상급식 단계에서 ‘퍼주기 복지’ 논란이 있었고, 이제 겨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의 로드맵을 발표한 상태다.

유럽의 많은 교육선진국에서는 대학까지 교육비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의료보다도 오히려 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더 우선시하는 전통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이러한 교육복지 정책의 결과로 사교육비의 고통이 없고, 육아의 사회적 책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출산정책이 성공하는데 강력한 사회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공식적인 국가통계 사교육비가 25조에 달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하기를 꺼리고 있고, 출산율이 1명도 안되는 초고령사회로 폭주하고 있다. 높은 교육비로 인해 국민의 저녁이 있는 삶은 요원해 지고 있다. 이제 유·초·중·고 국민 기본교육 단계는 진보교육감들에 의해 그 단초를 마련했지만, 교육복지 정책은 대학문 앞에서 좌초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교육의 국가부담율이 50%가 안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가장 큰 원인은 대학 등록금 등 진입장벽과 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제 북유럽교육의 몸통을 가져와야 한다. 그것은 대학까지 교육복지다. 대학문을 열어야 한다. 교육에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일은 재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우선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늘 이런 논의에는 효율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왜 북유럽국가들이 그렇게 많은 예산을 교육에 투입하고도 국가경쟁력이 세계최고이고, 행복도가 높고, 사회보장이 튼튼한 복지국가를 구현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의외의 사실도 있다. 스웨덴 학교를 방문했을 때 교육자치구 교육국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요즘 스웨덴 교육계에서는 ‘한국교육’을 배우자는 운동이 생기고 있고, 많은 교장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한국교육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이 경제력에 비해 PISA등 국제학업성취도가 높은 이유가 궁금하고, 적은 투자를 하면서도 국제경쟁력이 있는 이유와 높은 학구열의 배경이 궁금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유럽교육에서 요람에서 대학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강력한 교육체제로부터 모두 함께 성장하는 평등주의에 입각한 사회체제의 강점을 배우고 싶은 것이고, 그들은 고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높은 학구열과 경쟁체제와 강력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효율성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교육을 배우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우리의 강점은 살리되, 북유럽의 강점을 과감하게 도입하여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높은 학구열과 국가수준의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의 강점이 있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공동체적인 참여와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높이는 방안이다. 우선 국가장학금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대학통합네트워크 등의 유연한 체제를 확보하여 사교육비를 잡고, 불필요한 경쟁을 완화시켜야 한다. 그 힘으로 교육의 본질인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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