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5(월)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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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경로당들은 배움과 나눔, 문화공간으로 유쾌한 변신을 거듭하며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할머니 합창단을 만들어 노래를 배우고 도서관을 꾸며 책을 읽는다.
합창으로 되찾은 청춘 효천남해오네트 경로당이 있는 아파트 1단지에 들어서자 아름다운 목소리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니 경로당에서 할머니들이 노래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부르는 노래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문세 노래), ‘Top of the world’(카펜데스 노래) 그리고 중국 가요 첨밀밀(甛蜜密) 등이다.
이곳 경로당 박광희(79) 회장은 30년여 군 생활을 하면서 익힌 노래와 지휘 등을 살려 코로나19가 끝나는 2022년 5월 할머니 회원 14명으로 합창단을 꾸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간씩 노래 연습한다. 그해 12월 으뜸효남구TV가 주최하는 노래자랑에 나가 수상해 대한노인회광주남구지회장(지회장 나각균)이 수여한 트로피를 받았다.
박 회장은 노래뿐만 아니라 인문학 등 교양강좌를 열고 아파트 내 저탄소 등 기후 환경 변화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주위에 꽃길 조성과 잡초 뽑기, 무궁화 300여 그루를 심었다고 자랑한다. 이에 따라 관공서에서 포상금으로 받은 상금으로 음향기와 노트북 등을 사들이고 대중가요와 동요 팝송 중국 가요 등 130여 곡이 수록된 노래책도 만들어 즐겁게 노래한다.
합창단 회원은 74-83세 할머니들로 구성됐다. 황다순(83) 할머니는 노래책이 든 가방을 들고 경로당에 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회원 생일 때는 떡과 과일을 나눠 먹고 할머니가 아닌 언니, 동생이라고 불러 멀리 떨어져 사는 형제보다 더 낫다고 말한다.
나이가 가장 젊은 고영동(74) 할머니는 노래를 즐기면서 마치 신세대들이 모여 사는 것 같다. 친형제나 마찬가지다. 노래할 때 화음이 틀려도 언니들이 고쳐주는 등 이해를 많이 해줘 너무 좋다.
조효일(82) 할머니는 고교 시절 피아노를 전공했다. 경로당에서 취미활동으로 노래를 부르니 너무 좋다. 그 기분으로 집에 가서도 피아노를 치며 혼자 노래를 부른다.
2만8천여 권의 보물창고 봉선2동 금호타운 경로당에 작은 도서관이 들어서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도서관 이름은 ‘한솥밥 도서관.’
이 작은 도서관에는 사진으로 본 광주 100년 등 사진집과 역사책 종교서적 자서전 전통과 문화 여행 각종 소설과 삼국유사 삼국사기 북한 관련 서적(200권) 전집(태백산맥 아리랑 등) 주식 등 경제 관련 서적 인터넷 어린이 동화집 등 모두 2만8천여 권이 비치돼 있다. 어린이 서적은 글씨가 커서 어르신들이 읽기에 좋고 영어책(유아용과 초급자용)은 어린이를 둔 젊은 엄마들이 찾아와 읽는다.
이 경로당 문재일 회장은 관할 봉선2동사무소가 매월 발행하는 소식지에 한솥밥 도서관에 책을 기증해 주라고 광고한다. 또 인근 주민들이 이사 갈 때 버리거나 알려주면 손수레를 끌고 가 각종 책과 책장을 싣고 온다. 자신이 먼저 책 800권을 기증하고 아파트 주민과 이웃들이 기증한 책으로 자본 하나 들이지 않고 ‘한솥밥 도서관’을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경로당에 도서관을 만든 이유에 대해 문 회장은 “5년 전 코로나로 주민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만 계시거나 경로당에서 TV나 고스톱을 하고 있어 도서관을 만들기로 했다”면서 “어르신들을 위해 돋보기 여러 개도 준비했고, 이제는 많은 어르신들이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경로당에 있는 ‘한솥밥 도서관’을 찾은 김응님(88) 할머니는 남들이 버린 깨끗한 책을 우리는 보고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하고 늙어도 배운다는 정신으로 책을 정성껏 읽는다고 말했다. 문덕심(94) 할머니는 안경을 쓰지 않고 책을 읽는다고 자랑하며 도서관을 만들어준 경로당 문 회장에게 항상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경로당은 이제 ‘함께 사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더 이상 시간만을 보내는 장소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배우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노년을 외로움이 아니 배움과 문화로 채우고 친목을 넘어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이 경로당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어르신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앞으로 경로당이 세대와 지역을 잇는 따뜻한 소통의 공간이자 어르신들의 활기찬 노년을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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