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궁금했다. 사람은 다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누구는 부자로 살고 누구는 가난하게 사는가 하는 점이. 물론 부자인 부모를 둔 이는 부자로 살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지만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다.

더 크게 확장하자면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굶어죽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궁핍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그 안에 원인되는 씨앗이 있을 터인데. 그러다가 우연히 한권의 책을 읽고 가슴을 치며 놀랐다. 미국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랜즈가 저술한 ‘국가의 빈곤과 부’였다. 오랜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시했던 답이 거기에 있어서였다.

‘문화가 모든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 책의 내용을 응축하자면 문화가 답이었다. 모든 걸 문화가 만들어냈다. 물론 기술력과 과학지식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긴 했다. 그러나 그걸 뒷받침하는 핵심요인은 자유시장 경쟁과 개인의 창의성, 그리고 혁신을 유도하는 지적 사상적 풍토였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제도, 문화 등 비물질적 요소 즉 문화였다. 그게 산업혁명을 전후로 해 동·서양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예술 파트에서 활동을 해왔고 또 그 연장선상에서 공연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일었다.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광주 시티투어와 관광투어코스에 접목해 광주국악상설공연이 지난 12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매일 오후 5시 열리고 있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광주문예회관이 주관해 광주 상무지구 광주공연마루에서 열리는 광주 국악상설공연은 광주에 오면 꼭 봐야 할 공연이다. 광주만의 색깔을 담은 공연이다. 우리 지역 대표 예술단인 광주시립창극단,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지역 국악예술단체가 참여해 만들어가는 국악공연이다.

판소리·민요·한국무용 등 전통국악과 창작국악 그리고 현대가 융합된 퓨전국악으로 구성되어 보는 이의 눈과 귀는 물론, 가슴까지 즐겁게 한다. 관람객은 외국 수영선수와 수영대회 관계자는 물론 상당수를 차지한다. 모두가 신명난 공연에 흥겨워 한다.

지난 23일 열린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바람의 향기’는 특히 인기가 드높았다. 소리꾼 박애리의 사회로 문을 연 이날 공연은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정악합주곡 ‘수제천 1·4악장’을 시작으로 거문고 중주곡, 사물놀이 협주곡, 생황협주곡 등이 이어졌다. 또 노래곡 ‘쑥대머리, 열두달이 다 좋아’는 박애리의 구성진 소리로 공연마루의 공연장을 신명나는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수영선수들과 시민들로 자리를 가득 채운 공연마루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광주의 민낯을 보여주는 매개로 국악상설공연은 안성맞춤이었다. 앞서 거론한 대로 문화가 모든 차이를 만들어낼 정도로 문화가 중요기준이다. 하기에 우리의 예술을 보여주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어느 국가나 번성했던 시절엔 문화와 예술이 꽃을 피웠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예술이야말로 그 시대의 정신과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표본이기에 그렇다. 다음달 18일까지 공연마루에선 날마다 광주 국악상설공연을 펼친다. 수영대회가 끝나도 광주 국악상설공연은 계속된다. 외국선수든 시민이든 모두들 오시라. 오셔서 광주가 보듬어온 예술정신을 즐겨보시라. 정말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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