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 광주문화재단 전문위원

도시의 야경은 단순한 조명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의 정체성과 매력을 발산하는 중요한 문화 자산이 됐다. 야간경관은 낮보다 더 감성적이고 몰입도 높은 관광 경험을 선사한다. 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기억에 남는 ‘밤의 도시’로의 인상을 남긴다. 최근 광주시의회가 주최한 ‘야간관광 활성화 방안 모색’ 의정컨퍼런스는 광주 방문의 해를 맞이해 시의적절하고도 의미 있는 자리였다. 도시의 문화경쟁력이 밤시간으로 확장될 수 있느냐의 시점에서, 광주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야경을 통해 매력적이면서 차별화된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홍콩섬의 레이저쇼, 뉴욕 타임스퀘어의 전광판, 파리 에펠탑과 시드니 하버브릿지의 조명은 그 자체로 관광 콘텐츠다.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루프탑 바, 수변 산책길, 전망대 등과 결합해 ‘도시의 밤’을 경험하는 방식이 로맨틱한 관광의 핵심 포인트다. 서울 역시 야간경관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청계천 빛초롱축제, DDP 서울라이트 페스티벌, 남산 N서울타워, 롯데타워 전망대 등은 빛을 매개로 한 관광활동의 좋은 사례다. 그러나 이 모든 야간명소는 단순한 조명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다. 빛 간섭의 현상과 빛공해를 유의해 선정해야 한다. 도보 접근성, 주변의 숙박·요식업 연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토리와 기술의 결합으로 가능해진다.

광주 역시 도심 유휴공간을 야간경관 콘텐츠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대표적인 사이트로 기아챔피언스필드 인근 서방천이다. 이 일대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약 1만2천㎡ 규모의 수변 여가공간으로 조성 중이다. 특히 광운교에서 광천2교 사이의 2백m 길이의 캔틸레버 지하공간은 야경을 위한 회랑처럼 활용될 수 있다. 서울의 홍제천에 조성된 ‘홍제유연’처럼 사계절 활용 가능한 공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이 가능하다. 야구콘텐츠와 연계한다면 광주만의 독특한 야간 핫플레이스로 뜰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공간이 있다. 광주천 양림교-광주교(광주문화재단 앞)다. 이 구간은 빛과 물, 예술이 어우러진 융복합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라이트 페스티벌, 미국 애리조나주 스캇데일의 커널 컨버전스 페스티벌처럼 물과 빛, 예술이 만나는 축제를 펼칠 수 있다. G.MAP 앞 인도교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조명 설치도 제안하고 싶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자크 카르티에 브릿지는 AI를 통해 날씨, 시간, 음악에 따라 조명이 달라지는 상징적인 야간경관이다. 광주가 AI 중심 도시를 선언한 만큼,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야간 랜드마크 조성 역시 매우 매력적인 방향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광주 금남로 일대에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도입을 제안한다. 금남로에 디지털 미디어가 설치돼 야간이 밝아진다면, ACC를 중심으로 한 각종 행사는 물론 5·18 기념행사, 충장축제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침체되어가는 충장로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방책이 될 수 있다. 2016년 서울 강남 코엑스 일대를 최초로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 결과 케이팝 스퀘어 미디어(K-POP SQUARE MEDIA), 강남대로 G-LIGHT 미디어 폴(사각기둥) 등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이후 2023년 12월28일에는 서울 명동관광특구, 서울 광화문광장,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 3곳이 ‘제2기 자유표시구역’으로 추가로 선정됐다.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은 광고물의 모양, 크기, 색깔, 설치 방법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옥외광고물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광주 금남로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한다면, 도시의 야간 미관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더불어 관광 콘텐츠와 경제활성화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빛의 도시 광주’다운 미래의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빛은 도시의 정체성, 기술력, 예술성, 그리고 시민의 일상이 녹아들어야 비로소 ‘경관’이 된다. 광주가 밤에도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 서둘러야 한다. 광주의 밤을 디자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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