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마흔 여덟 번 째 괘는 수풍정(水風井)이다. 정괘(井卦)는 앞괘 택수곤을 뒤집어 엎은 전도괘(顚倒卦)다. 곤괘(困卦)는 물이 말라서 고뇌하는 어려운 괘이었지만 정괘는 곤을 거꾸로 놓은 것이므로 곤과는 반대로 물을 얻어서 기쁘다는 괘다. 감수(坎水)를 ‘험’(險) ‘함’(陷) ‘난’(難) ‘노’(勞)의 뜻으로 물이 고갈된다고 보는 괘가 곤괘라 한다면 정괘는 물의 공덕(功德)을 칭찬하고 음용(飮用)의 이(利)를 강조하고 있다. 곤에서 말라버린 물의 필요함과 고마움을 인식해 곤괘 다음에 정괘를 배치한 것이다.

정괘는 외괘가 감수이고 내괘는 손목(巽木)이다. 손목은 감수의 아래에 배치돼 물아래에 들어 가서 손목을 타고 물이 아래 위로 왔다 갔다하는 상이 되니 바로 우물인 것이다. 손을 ‘바람, 복입(伏入), 진퇴’라고 하니 이는 ‘나무가 흔들리는 상으로 서있는 높은 나무’가 된다. 그래서 상하괘가 높은 나무 위에 물이 있는 상이 돼 두레박을 가지고 우물에 있는 물을 퍼 올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두레박은 바깥은 딱딱하고 안은 비어 있으니 호체의 이화(離火)의 상이고 두레박을 끌어 올리는 두레박줄은 하괘의 손에 해당된다. 정괘의 상을 위에서 아래로 보면 물, 두레박, 줄의 순(順)으로 돼 있다. 원래는 줄, 두레박, 물이 있는 순서로 있어야 하는 것인데 전자로 보면 줄이 끊어져 두레박이 물 바닥에 빠져 있어 두레박이 부서져서 쓸 수 없게 되는 상이 된다. 그래서 정괘에서는 물의 원래의 공덕(功德)과 두레박과 줄이 없으면 물을 쓸 수 없다는 두 개의 관점에서 취상(聚象)한다.

정괘가 곤괘 다음에 배치된 이유에 대해 서괘전에서는 ‘위에서 곤한 자는 반드시 아래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곤괘 다음에 정괘로 이어 받는다’고 해 ‘곤호상자필반하 고 수지이정’(困乎上者必反下 故 受而以井)이라 말한다. 즉 연못 위에 있는 물이 지하로 새었기 때문에 고뇌하고 어려워하는 것이 곤이다. 그러나 새어나간 물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지하수가 되고 우물의 물로 사용하는 것이며 물 그 자체로 말하면 위치만 바뀌었을 뿐이다. 위에 있는 택(澤) 쪽에서 보면 없어져서 곤란하지만 아래로 가서 우물물이 돼 모든 일에 쓰이게 된다. 그러므로 곤의 다음에 정의 순서를 놓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곤괘의 상하괘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상괘 감수는 오랜 싸움에 지쳐있고 하괘 손괘는 순하게 윗사람을 잘 따르고 있다. 하괘인 손괘가 윗사람을 잘 따르고 있기 때문에 이 손괘를 잘 활용해 발전의 터전을 만들어야 그간의 침체를 만회할 수 있다. 예컨대 오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민운동사업으로 마을정리, 도로정비, 주택개량 등을 하는 경우다. 난잡하게 살아온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정리하고 제대로 된 길로 가야할 기회이기도 하다. 마을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물을 확보하고 우물을 중심으로 도로를 정비하고 구획을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정괘’(井卦)라 한 것이다.

상하괘 간의 상을 보면 주옥이 깊은 물속에 숨어있는 주장심연지과(珠藏深淵之課)의 모습이고 해녀가 물속에 들어가 고기를 잡는 해인구어지상(海人救魚之象)이며 고요하고 항상 편안하기를 좋아하는 호정안상지상(好靜安常之象)이고 병든 지아비가 도시로 나아가는 병부행시지의(病夫行市之意)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정괘 괘사는 ‘정, 개읍불개정 무상무득 왕래정정 흘지역미율정 이기병 흉’(井, 改邑不改井 无喪无得 往來井井 汔至亦未繘井 羸其甁 凶)이다. 즉 ‘정은 우물이다. 읍은 옮길 수 있어도 우물은 옮길 수 없다. 우물물은 퍼도 줄지 않고 물이 샘솟아 쉼 없이 흘러들어도 넘치지 않으니 오고가는 모든 사람들이 끊임없이 그 우물을 사용할 수 있다. 물을 길을 때 두레박이 우물 입구를 거의 빠져나올 때 뒤집혀 두레박이 깨진다면 흉하다’는 뜻이다. 고대 도시나 고대 문화는 강과 물이 충분히 흐르는 곳에 발생됐고 부락과 마을도 공동우물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사람들은 우물의 물이 고갈되면 살 수 없어 물이 있는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을은 쉽게 옮길 수 있어도 우물은 물이 고갈되지 않는 한 그 물을 먹고 생활한다. 우물 때문에 마을을 옮길 수는 있어도 마을 때문에 우물을 옮길 수는 없다는 것이 바로 ‘개읍불개정’(改邑不改井)이다. 감수의 물은 주효가 강중(剛中)해 감수가 위에 있건 아래에 있건 변함이 없으니 ‘무상무득’(无喪无得)이다. 이 말은 우물은 퍼 올려도 마르는 일이 없고 많은 사람을 기르며 퍼내지 않아도 넘치는 일이 없으며 우물의 물은 어느 누구라도 차별 없이 쓸 수 있다는 우물의 대덕(大德)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이를 잡괘전에서 ‘우물은 통한다’고 해 ‘정통’(井通)이라 했고, 계사전에서는 우물의 ‘공용’(功用)이라 하면서‘사람의 덕(德)과 같은 움직이지 않는 확고한 것’으로 ‘정은 그 자리에 살면서 옮긴다’고 해 ‘정 거기소이천’(井 居其所而遷)’이라 했다. 즉, ‘정(井)은 그 자리에 있으면서 사람을 변화시키고 선(善)을 기르는 것이지만 사람을 덕화(德化)하는 만큼 물이 없어지거나 줄어들지 않고 그 덕은 높든 낮든 차별 없이 주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정괘의 상을 보면 우물 안에는 두레박이 깨져 있고 줄이 끊어져 떨어져 있다. 이는 아무리 우물의 물이 유용(有用)해도 ‘두레박줄이 우물에 거의 이름에 닿지 못한 것은 그 두레박이 깨져 흉하기 때문’이라고 해 ‘흘지역미율정 이기병흉’(汔至亦未繘井 羸其甁凶)이라 하면서 두레박이 깨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단전에서도 이와 같이 해석하고 있고 상전에서는 ‘나무 위에 있는 것이 정이다. 정은 군자의 도이니 군자라는 자는 백성이 고생했다고 위로를 해서 서로 도와줘야 한다’고 해 ‘목상유수정 군자이노민근상’(木上有水井 君子以勞民勤相)이라 말한다.

서죽을 들어 정괘를 얻으면 처음은 감수의 구멍에 들어가서 물을 퍼 올 올리는 괘이니 노고나 걱정이 많고 안태(安泰)를 얻기 어렵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정괘는 풍수환을 역위생괘하거나 지천태의 초효와 오효를 교역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진퇴(進退)로 말하면 옛것을 지켜서 일상의 일 등을 반복해 가는 것이 무난한데 새로운 일을 일으키면 도중에 좌절하거나 또 아무런 생각 없이 변화를 구하면 원래의 지위를 잃어버릴 수 있다. 또 안일(安逸) 권태(倦怠)한 마음으로 손에 있는 자금을 토지(坤) 등에 투자했는데 그 땅에서 물이 나와 어려움을 겪고 끊임없이 고생한다고 취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정괘를 만나면 처음 초효에서는 우물의 바닥이므로 아직 탁해서 물을 먹을 수 없고 위로 가면 갈수록 깨끗해지고 사람이 먹고 쓸 수 있게 되니 길게 생각해서 노력하는 것이 득책이고 급진하면 성취할 수 없다. 정괘의 호괘는 화택규(火澤睽)를 포함하고 있다. 규괘(睽卦)는 성향이 반대인 것이 서로 같이해서 다투고 싸운다는 괘이니 가정 일에 관한한 많은 어려운 내정(內情)을 살펴야 한다. 사업, 거래, 교섭 등 운기 운세, 담판이나 교섭, 원하는 바 등은 아직은 두레박이 우물의 아래에 있어 물을 퍼 올리지 못하고 혼자서는 끌어올릴 힘도 약하거나 자신의 분에 넘치는 일이어서 중도 좌절할 수 있으니 잠시 삼가야 한다. 지금은 두레박이 가라앉아 있어도 언젠가는 위로 퍼 올릴 일이 있으니 지금의 고뇌를 참고 마음을 밖으로 돌리거나 근무처 등을 옮기려 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주소, 거소에는 불안함이 있어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물건 등은 풍부하나 수확이 잘 되지 않고 가격 가치는 저가에서 약간 오르고 내린다. 혼담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구설과 불평불만이 끊임없고 기혼자는 장래는 좋으니 불평불만을 참고 절제해야 한다. 잉태는 감수로 어렵고 손풍은 끝을 보지 못하니 주의가 필요하지만 결국은 퍼 올리니 주의하면 임산(臨産)까지 갈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나 가출인은 상대방은 감수이고 상대방에서 보면 택수곤으로 나가서 어렵고 물에 빠져서 생명을 잃었다고 볼 수도 있다. 분실물은 감수에 빠졌거나 위에 여러 가지 물건이 있는 바닥에 숨겨져 있다. 무상무득(无喪无得)이니 금방은 찾을 수 없으나 발견된다. 병은 원기허손(元氣虛損), 심노(心勞)로 인한 정신병, 습독창독(濕毒瘡毒), 흉부비통(胸部痞痛), 설사, 감기로 인한 이통(耳痛), 여자의 帶下症 등이고 난증고질(難症痼疾)로 인해 오래 끌어 완치가 어렵고 재발된다. 날씨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험악하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062-654-4272〉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